[이코노믹리뷰=김동규 기자] SK그룹이 21일 서울 서린빌딩에서 강조한 사회적 가치는 크게 3대 분야로 나눠진다. 경제간접 기여성과, 비즈니스 사회성과, 사회공헌 사회성과가 그 주인공이다.

경제간접 기여성과는 고용, 배당, 납세 등 기업 활동을 통해 경제에 간접적으로 기여하는 가치를 말한다. 비즈니스 사회성과는 환경, 사회, 거버넌스 부문을 측정한다. 사회공헌 사회성과는 기업의 사회적책임(CSR)프로그램, 기부, 구성원들의 자원봉사 관련 실적을 측정한다.

▲ 최태원 SK회장 행복토크 모습. 출처=SK

SK주요 계열 3사 ‘12조 3327억원’ 사회적 가치 냈다

SK그룹이 21일 발표한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SKT), SK하이닉스의 2018년 사회적 가치를 금액으로 환산한 액수는 12조 3327억원으로 나타났다. SK이노베이션은 1조 1610억원, SKT는 1조 6520억원, SK하이닉스는 9조 5197억원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했다. 이는 경제간접 기여성과, 비즈니스 사회성과, 사회공헌 사회성과를 합친 액수다.

SK이노베이션과 SK하이닉스는 업의 특성상 환경 분야가 포함된 비즈니스 사회성과에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의 비즈니스 사회성과는 마이너스 1조 1884억원, SK하이닉스의 비즈니스 사회성과는 마이너스 4563억원이었다. 그러나 두 회사는 경제간접 기여성과에서 플러스를 기록해 전체적으로는 수조원대의 사회성과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SK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과 SK하이닉스의 비즈니스 사회성과가 마이너스로 나온 것은 생산 공정에서 불가피하게 나오는 온실가스 등 오염물질 배출량이 환경 항목의 측정값으로 환산되면 바이너스가 되기 때문”이라면서 “각 사는 이번에 산출된 측정값을 기준으로 삼아 개선 목표를 정하게 되는데 오염물질 배출량(마이너스 요소)을 줄이고, 친환경 사업모델을 확대하는 등의 방법으로 플러스 항목을 늘리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 SK주요 3계열사 사회적 가치 측정 결과값. 자료=SK

주요자회사의 사회적 가치 창출 사례는 무엇

SK의 주요 계열 3사는 각자의 방식으로 사회적 가치를 창출했다. SK이노베이션의 사회적 가치 창출 사례 중 가장 주목받는 것은 자회사 SK루브리컨츠의 고급 윤활기유 유베이스(YUBASE)다. 이 제품은 저점도 특성을 지닌 윤활기유로 범용 제품 대비 최대 2%의 연비를 개선할 수 있고, 온실가스 저감 효과가 있다.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이 제품으로 인한 연간 사회적 가치 창출액은 1315억원이다.

SKT에는 2016년 국내 최초로 선보인 T맵 운전습관 서비스가 있다. 이 서비스는 운전자가 과속, 급가속, 급감속 등의 운행 데이터 기반 안전운전 기준 점수 달성시 자동차 보험료를 최대 10%까지 할인해 준다. 이 상품에 가입한 T맵 고객은 연간 평균 6만원 정도 저렴하게 운전자 보험을 이용할 수 있다. 이는 작년 기준 국내 평균 다이렉트 자동차보험료(평균 60만원)의 10% 할인 금액이다. 가입 고객 전체로 추산하면 총 408억원에 달하고, 교통사고 예방의 사회적 가치 창출액은 487억원으로 측정됐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생산과정에서 유발되는 불순물을 처리하는 스크러버(Scrubber)장치를 개조했다. 세계 최초로 물을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무폐수 방출시스템을 개발해 물 사용량과폐수 배출량을 줄이는 사회적 가치를 창출했다. 이를 통해 기존 방식 스크러버에 비해 유지 보수 비용을 14.2%까지 줄이는 경제적 가치도 함께 창출했다. SK하이닉스에 따르면 이 개조 스크러버를 통해 사회적 가치 541억원이 창출됐다.

▲ 이형희 SK 수펙스추구협의회 SV위원장이 21일 SK의 사회적 가치 측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출처=SK

사회적 가치 3.0 시대 본격 개화

SK그룹은 사회적 가치(SV) 3.0시대를 본격 선언했다. 장학사업과 같은 1.0시대, 1.0이 조금 진화했던 2.0시대를 넘어 사회적 가치를 측정해 실제 성과에 반영하려는 움직임을 3.0시대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SV 위원장은 이날 “어떻게 보면 사회적 가치 추구를 위한 긴 마라톤을 시작하는 출발점이 오늘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측정 규모의 결과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마이너스 요소를 얼마나 개선해 나갈 것인가에도 방점을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SK만의 사회적 가치 측정의 특별함도 강조했다. 그는 “현재 여러 대기업에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고 있는데 SK가 타 기업과 차별되는 지점은 ‘계량화’다”라면서 “형식적인 측면에서 계량화가 아니라 지속적인 개선을 담보할 수 있게끔 경영 KPI(핵심평가지표)에서 50%를 사회적 가치로 반영한 것이 타사와 차별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적자가 난 기업에 대해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가혹하지 않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이 위원장은 오히려 더 사회적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 위원장은 “사회적 가치는 어떻게 보면 ‘착하게 돈벌기’라고도 볼 수 있다”면서 “회사 경영이 어려울수록 사회적 가치를 더 추구해야 한다고 보는데 이는 SK그룹의 사회적 가치 추구는 신규사업 전략이자 마케팅 전략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현천 SK수펙스추구협의회 SV위원회 전무는 “이는 기업의 연구개발(R&D)와 비교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면서 “경기가 나쁘다고 연구개발을 게을리 하는 기업은 성장이 어려운 것처럼 사회적 가치를 포착 못하는 기업은 지속 성장이 힘들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SK그룹의 사회적 가치 계량화는 이제 막 첫 발을 디뎠다. 처음 시도하는 일인 만큼 21일 발표한 내용이 100% 정확한 방법이라고도 볼 수 없다. SK그룹도 이를 분명히 인지하면서 지속적인 보완과 개선을 할 예정이다.

최태원 SK회장도 이를 알고 ‘노력’에 방점을 찍었다. 이형희 위원장은 “최태원 회장도 이번이 첫 출발이니깐 앞으로 어떻게 개선해 나갈지에 대해 좀 더 고민해보자고 말했다”면서 “마이너스 요소도 공개해 앞으로 이 숫자를 얼만큼 나아지게 만들지 노력해보자고 최 회장이 강조했다”고 전했다. 

▲ SK 사회적 가치 측정 체계. 출처=S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