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소 KRA 공인장제사 윤신상(28·왼쪽)씨와 장원(26).

말똥 냄새 맡으며 하는 힘들고 위험한 일이라고? 천만의 말씀이다. 최근 말 산업이 변화의 급물살을 타면서 말 관련 전문직도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말과 함께 하는 취미를 직업으로 삼아 즐기며 일할 수 있고 실력에 따라 고수입을 올릴 수 있어 더욱 관심이 높다. 이러한 변화의 물줄기를 만들어갈 단초는 사람이다. 다양한 말 산업 전문직의 세계를 살펴보고 대한민국 말 산업의 한 축을 이끌어갈 3인방을 만나봤다.

말산업 전문직이 신종 유망직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마사회는 말 전문 수의사에 이어 말 훈련과 관리를 총괄하는 말 조련사와 조교사, 편자를 만들어 말발굽에 부착하는 장제사, 0.1초 승부를 가르는 경마기수, 승마를 통해 장애인의 몸과 마음을 치료하는 재활승마지도사 등이 인기를 끌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전문직들은 말에 대한 취미를 직업으로의 전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전원생활도 누릴 수 있고, 무엇보다 전문가로 인정받게 될 경우 고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게 최대 장점이다. 최근 말 관련 전문직이 각광받는 것은 산업성장에 비해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말산업 종사자는 승마장 운영자와 말 생산 및 사육 종사자, 수의, 장제, 사료, 연구원 등을 포함해 약 2만명에 불과하다. 이는 미국의 1/70, 일본의 1/5 수준이다. 이는 그만큼 말산업 전문 인력의 잠재 수요가 크다는 얘기다.

말 조련사가 말의 상태를 점검하고 훈련을 시키고 있다.

마사회는 지난 9월 말산업육성법이 본격 시행됨에 따라 승마를 중심으로 한 말산업 인력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2014년까지 약 7000개의 일자리가 마련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 3년 새 전국 승마장의 30% 이상이 늘어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말 조련사와 승마지도사, 마필관리자 등의 핵심인력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농림수산식품부가 말산업 국가 공인 자격증을 신설, 전문교육기관 확보에 발 벗고 나선 것도 체계적인 전문인력 양성시스템을 통해 말산업 전문가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알짜배기 인기직업으로 급부상한 말 산업 5대 유망직종에 눈을 돌려보자.

말 관리 및 훈련 총괄 ‘말 조련사’
말 관리와 훈련을 총괄하는 말산업 신종 핵심직업이다. 말의 상태를 점검하고 적절한 훈련을 시키는 등 말 관리에 대한 전반적인 책임을 진다. 주 업무는 마주와 계약을 맺고 말에게 적당한 훈련시키며 관리하는 일.

마사회가 운영하는 ‘조교사’와 거의 유사한 역할을 담당하지만 경마에서 경주마를 관리·조련하고 기수를 배정하는 등의 경마 고유의 업무는 맡을 수 없다. 국내 승마산업은 최근 2~3년 새 폭발적인 신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승마장마다 2~3명의 말 조련사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돼 가장 유망한 말 산업 전문직의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말 조련사가 되려면 ▲마술학(馬術學) ▲마학(馬學) ▲말 보건관리 ▲말 관련 상식 및 관련 법규 등 필기시험과 ▲마술 ▲마필관리 실무 ▲말 조련 및 관리실무 등 실기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만 18세 이상이면 시험을 치를 수 있다. 2급은 3급 취득 후 실무경력 3년, 1급은 2급 취득 후 실무경력 5년을 쌓으면 시험 자격이 부여된다.

말 발굽에 편자 만들어 부착 ‘장제사’
달리는 말에게 가장 중요한 부위가 발이다. 말의 신발을 만들어 주는 사람이 바로 장제사(裝蹄師)다. 1급 장제사의 경우 의사나 변호사에 못지않은 수입을 자랑하며 프리랜서나 사업체를 운영하는 사람이 많다.

정제사의 말 장제시연 모습.

그동안 마사회가 2년간 장제교육과 자격시험을 통과한 사람에게 장제사 자격증을 발급했지만, 말산업육성법 시행에 따라 장제사 시험이 국가 공인 자격으로 격상될 예정이다. ▲장제학 장제이론 ▲말의 해부 및 생리 ▲말 관련 상식 및 법규 등의 필기시험과 장제실무 실기를 거쳐 3급 자격증을 획득할 수 있다. 만 18세 이상이면 시험을 치를 수 있고 2급은 3급 취득 후 실무경력 3년, 1급은 2급 취득 후 5년간 실무경력을 쌓으면 시험 자격이 부여된다.

현재 장제가 필요한 말은 1만2000여 마리로 추산되는데 전국의 장제사는 60여명에 불과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말 산업 육성이 본격화되면 말 사육 두수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므로 장제사 수요도 함께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승마 통해 장애인 재활치료 ‘재활승마지도사’
승마를 통해 신체적·정신적 장애 치료를 지도하는 전문가들이다. 말산업육성법이 시행되면서 법제화된 국가 공인 자격으로, 장애인 재활승마를 주도할 핵심 역할을 맡게 된다. 말에게 좋은 컨디션을 유지토록 하며 스트레스를 주지 않고 재활승마를 지도하는 것이 재활승마지도사의 주 업무다. 거구의 말 위에서 재활치료를 진행하기 때문에 환자들의 반응을 살피며 운동 강도 및 방향을 관리해야 한다. 특히 무엇보다 말이 놀라거나 환자가 말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안전한 치료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재활승마를 통한 임상 결과, 환자의 90%가 운동 기능이 개선된 것으로 밝혀져 재활승마지도사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재활승마는 현재 마사회가 가장 주력하고 있는 사업 중 하나다. 재활승마지도사가 되려면 ▲재활승마이론 ▲마술학 ▲마학 ▲말 관련 상식 및 법규 등 필기시험과 ▲마술 ▲재활승마 실무 등 실기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만 18세 이상이면 시험을 치를 수 있다. 2급은 3급 취득 후 실무경력 3년, 1급은 2급 취득 후 5년간 실무경력을 쌓으면 시험 자격이 부여된다.

경마 전반 책임 총괄 ‘조교사’
말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조교사는 경마 전반에 대해 책임을 진다. 경주마를 관리하고 훈련시키는 마필관리사로 2년 간 근무한 뒤, 조교 승인 시험을 통과한 사람에 대해 마사회가 조교사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조교사 1명이 보통 20~30두의 말을 마주로부터 위탁받게 되는데, 말들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도록 훈련 및 영양 상태까지 관리하며 어떤 말에 어떤 기수를 태울 것인지도 결정한다. 실제 경주에서는 상대편 경주마를 분석해 어떻게 경주를 전개해야 할지 작전 사령탑을 맡는다. 조교사로서 실력을 인정받으면 뛰어난 경주마를 보유한 마주들이 자신의 말을 맡아달라는 위탁이 줄을 잇는다. 뛰어난 경주마를 많이 맡을 수 있어 경마 경쟁력을 훨씬 높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수입과 명예도 함께 올라간다.

레이스의 꽃 ‘경마 기수’
‘경마의 꽃’이라 불리는 경마 기수는 가장 인기가 높은 직종. 평소 박진감 넘치는 스피드를 즐기고 말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도전해 볼만 하다. 평균 소득도 대기업 중견간부에 못지않고 방송과 신문에서 스타급 연예인 대접을 받는다.

기수가 되려면 먼저 몸무게 49kg 미만, 키 168cm 미만의 체격 조건을 갖춰야 한다. 경마교육원에 입소해 2년 교육과정을 마치고 다시 2년의 수습기간을 거치면 정식 기수로 데뷔할 수 있다. 마사회는 기수들이 경기에 전념할 수 있도록 상금제도를 운영, 성적이 부진한 하위 기수에게도 대기업 과장급 정도의 수입을 보장하고 있다.

고소득 직업이란 장점 때문에 인기를 끌고 있지만 경마와 스피드를 좋아하고 철저한 체중 관리와 피나는 훈련으로 무장하지 않으면 도태되기 쉽다. 현직 기수에서 물러나면 말 관리를 총괄하는 조교사나 조교보, 마필관리자로도 일할 수 있어 평생 직업으로 손색이 없다. <도움말 : 한국마사회>

말 조련사 이종필씨
“동물 사랑은 기본 차분한 성격 요구”

말 조련사는 한마디로 말해 학생들을 교육시켜 사회나 대학으로 내보내는 고등학교 교사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말의 상태를 점검하고 적절한 훈련을 시키는 등 말 관리에 대한 전반적인 책임을 지는 업무를 담당합니다.

말 조련사로 일한지는 올해로 17년째가 됩니다. 제주도 출신으로 말을 기르는 부모님을 도와 몇 년간 목장에서 일을 한 것이 계기가 됐습니다. 부산경마장에서 일하다 제주도에 말산업 진흥을 위해 제주마산업주식회사가 설립되면서 스카우트 돼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말 조련사가 되기 위해서는 말 등 동물과 관련된 공부를 많이 해야 합니다. 제가 말 조련사를 할 때만 해도 관련 학과나 전문적으로 정보를 주거나 교육하는 곳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독학을 해야 했습니다. 일을 하면서 중간에 공부가 필요한 것 같아 책도 읽고 다른 승마장과 목장을 찾아가 모르는 것을 묻고 하면서 말과 말 조련에 대한 지식을 쌓았습니다.

예전엔 해외로 유학을 가는 사람들도 많았는데 지금은 말 관련 대학과 고등학교, 학과 등이 생겨나면서 말 조련에 대한 지식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습니다. 필요한 자격증은 생활체육지도자 자격증과 승마지도사 자격증 2가지입니다. ‘말 조련사’가 되려면 마술학(馬術學), 마학(馬學), 말 보건관리, 말 관련 상식 및 관련 법규 등 필기시험과 마술, 마필관리 실무, 말 조련 및 관리실무 등 실기시험을 통과해야 합니다.

말 조련사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차분한 성품이 필요합니다. 말은 겁이 많은 편이라 조련사가 놀라거나 당황하면 더 당황하고 통제가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도망가는 습성을 가진 동물이라 그런 동물을 사람과 친숙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오랫동안 참고 기다리는 능력도 필요합니다.

또한 말 조련 업무 환경이 아직은 열악하고 힘든 만큼 그걸 참고 견딜 수 있는 근성도 요구됩니다. 말 조련사 직업이 고소득을 올릴 수 있는 단계라고는 아직 말할 순 없지만 앞으로는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승마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높아지고 인식도 많이 달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장제사 신상경씨
“질주하는 말 가치 높이는 역할 보람”

1983년 스무 살 때였습니다. 우연히 서울 뚝섬경마장에 갔다가 말발굽에 편자를 박는 작업 현장을 보게 됐어요. 일반적으로 접하기 어려운 광경이라 흥미롭고 매력적으로 느껴졌죠. 말, 그리고 지금까지 28년 넘게 장제사로 살아온 저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장제사(裝蹄師)는 말의 발굽에 편자를 만들어 붙이는 사람이에요. 편자는 말발굽을 보호하기 위해 발굽 바닥에 장착하는 쇠붙이를 말해요. 이를테면 말에게 신발을 만들어 주는 거죠. 말 상태를 검사하고 기존의 편자를 제거한 뒤, 발굽 각도에 따라 정교하게 발굽을 깎아내 정리합니다.

편자를 수정한 다음, 못을 박아 고정시킵니다. 다리가 안 좋거나 걸음걸이가 바르지 않은 말에 대해 특수편자를 직접 제작하고 치료하는 일도 장제사의 몫입니다. 발굽 관리를 소홀히 해서 잘 달리지 못하고 경주 성적도 내지 못하면 말 본연의 가치는 크게 떨어지게 되죠. 장제사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저는 20대에 경마장에 입사해 도제식 교육을 받았습니다. 입문할 당시 장제사란 직업은 생소했어요. 전국에 불과 10명 정도였으니까요. 지금은 60여명으로 늘었지만 한국마사회나 해외에서 정식 교육을 받고 장제사 자격증을 소지한 경우는 34명 정도예요. 1급 자격증 취득자는 국내 5명밖에 없고요.

3급에서 1급 자격을 취득하기까지는 아무리 짧아도 17년은 걸립니다. 저는 20년 만에 이뤘죠. 현재 한국마사회 소속 장제사 담당 과장으로 서울경마공원에서 1급 장제사로 근무하며 후진 양성에 힘쓰고 있습니다.

중요한 건 경력이 오래 됐다고 훌륭한 장제사가 아니라는 거예요. 기술력이 관건입니다. 수입이 천차만별인데 실력 좋은 프리랜서 장제사 중에는 억대 연봉자도 있어요. 장제사가 되려면 오랜 기간 기술을 연마해야 하는 끈기와 열정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눈썰미와 손재주를 타고나면 금상첨화고요.

공부 기간이 길고 고되며 과정도 까다로워 중도 포기하는 사람이 상당수예요. 550kg 거구의 동물을 다뤄야 하므로 위험하기도 하고요. 최근 말산업이 성장함에 따라 장제사의 전망은 밝습니다. 실력에 따라 고수입을 올릴 수 있어 전문직으로 각광받고 있어요.

재활승마지도사 신정순씨
“장애인 심신치료 이만한 것 있나요”

재활승마에 대해 아시나요? 장애인들이 말을 타면서 몸과 마음을 치료하는 레저 활동이자 스포츠에요. 신체적으로 전신운동에 의한 심폐기능 활성화와 근력 강화, 정신적으로는 독립심과 자신감·집중력 향상 효과를 볼 수 있죠. 특히 말과의 교감을 통해 정서적 안정을 얻을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입니다. 장애아동의 경우 치료가 아니라 말을 타고 논다고 여겨 더 즐거워하는 것 같아요. 마장에서만이 아니라 학교·가정생활도 밝아지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낍니다.

이렇게 신체적·정신적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승마를 가르치는 전문가가 저와 같은 재활승마지도사입니다. 물리·언어치료사 자격을 꼭 갖춰야 하는 재활승마치료사와는 약간 다른 개념이에요. 승마뿐 아니라 말을 돌보는 과정까지 포함해 다양한 활동을 제공하는 것이 재활승마지도사의 역할입니다.

원래는 대학에서 재활의학을 전공하고 작업치료사로 일했어요. 그러던 중 재활승마를 처음 접하고는 말을 매개체로 장애 극복을 돕는다는 점에 마음이 확 끌렸죠. 2004년 당시 국내에는 마땅한 관련 교육기관이 없어 영국으로 건너가 1년간 재활승마지도사과정(RDAI) 자격을 취득했어요. 이후 미국에서 재활승마치료사 공부를 마치고 미국승마치료사협회(AHA) 공인 승마치료사 자격도 따냈습니다.

귀국해 삼성전자승마단에서 파트타임 재활승마지도사 교관으로 근무하다가 2006년 지금의 한국마사회로 자리를 옮겼어요. 연봉이 3000만원 이하로 보수가 그리 높지는 않지만 직업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 이 일에 푹 빠져 살고 있습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전문교관과 특수훈련을 받은 말을 갖추고 재활승마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곳이 별로 없다는 거예요. 국내에는 한국마사회와 삼성전자승마단 정도예요. 주로 단기 과정이다 보니 더 하고 싶어도 못하는 상황이거든요. 재활승마 프로그램 운영 활성화가 시급하다는 생각입니다.

요즘 다양한 연령대와 직업군에서 재활승마에 대한 관심을 많이 갖고 있어요. 전주기전대학, 성덕대, 서라벌대, 포항대 등에도 관련 학과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고요. 재활승마지도사 자격을 갖춘다면 취업의 기회는 분명 많이 있습니다.

전희진 기자 hsm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