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질문]

"저희가 이번에 위기를 경험하면서 대 언론 창구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홍보실에 좀더 전문적인 대변인 조직을 꾸리려고 합니다. 대변인 훈련이나 지속적 훈련을 통해 전문적인 창구를 관리하자는 것이죠. 그런데 좋은 사람이 먼저 되야 한다는 이야기는 또 뭔 가요?”

[컨설턴트의 답변]

일단 대변인(대 언론 창구)에 대해 간단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많은 위기관리나 기업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이 조언하는 대 언론 커뮤니케이션 시스템 중 이런 부분이 있습니다. “상황이 위중 할수록 기업의 모든 구성원들은 하나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조직이 일심동체가 되어 같은 생각과 같은 메시지를 외부 언론과 이해관계자들에게 일사불란하게 전달하라는 조언입니다.

그러나 제가 수십 년간 수많은 회사들과 같이 일하면서 찾아본 결과, 전 임직원이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기업은 만나 본적이 없습니다. 심지어 대표이사와 핵심 임원 간에도 문제된 이슈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릅니다. 그에 대한 메시지도 각기 다양합니다. 누가 정해주지 않아 메시지가 제각각인 것도 아닙니다. 전략적 마인드를 지닌 홍보실이 핵심 메시지 팩을 여러 임원에게 공유해도 일부 임원은 그를 무시하고 각자 목소리를 냅니다.

기자들은 기업을 취재할 때 언론 창구인 대변인을 가장 먼저 찾지 않습니다. 여러 관련 인사들을 먼저 취재하는 것이 당연한 순서입니다. 관련 인사들을 넘어 주변 인사까지 취재를 다 마쳐야 어느정도 윤곽을 잡게 됩니다. 대변인을 찾는 시기는 그 때 이후 정도입니다. 질문도 취재한 문제에 대해 기업 대변인의 공식 입장 정도를 묻는 수준입니다.

만약 기업 전 구성원이 하나의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면, 기자는 취재가 불가능할 것입니다. 소위 답이 나오지 않는 조직이라 생각할 것입니다. 누구에게 전화해 물어봐도 동일한 설명과 답을 하는 상황을 상상해 보면 이해될 것입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실제 그럴 수 있는 기업이 없습니다. 그러니 기업측에서는 대 언론 대응에서 쓴 잔을 마십니다.

그런 조언은 이제 잊으십시오. '모든 조직 구성원은 하나의 목소리를 낼 수 없다'는 것이 정확한 현실입니다. 대신 차선책을 찾아야 합니다. 그래서 제안되는 것이 ‘언론 창구의 일원화’ 입니다. 모든 조직 구성원이 무리하게 하나의 목소리를 내려 하지 말고, 모두가 창구 일원화에만 일단 협조하라. 모든 언론과 이해관계자 커뮤니케이션은 정해진 창구가 도맡아 한다. 이 개념이 차선책입니다.

기자가 어떤 직원에게 연락해 질문해도 “저희 규정상 언론과의 커뮤니케이션은 홍보실을 통하게 되어 있습니다. 홍보실로 연락하시어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전 임직원이 이 말만 반복하면 충분합니다. 이것이 창구 일원화 시스템입니다.

그러면 일원화된 창구를 책임지는 대변인은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요? 평소 전문적인 훈련과 가이드라인에 대한 학습, 일상적 정보관리와 자료 준비 등등이 기본입니다. 그러나 그 보다 더욱 더 중요하고 근본적인 가치가 있습니다. 먼저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죠.

좋은 대변인은 곧 좋은 사람을 의미합니다. 좋지 못한 사람이 대변인 자리에 앉으면 문제가 됩니다. 일부 대변인 역할을 하는 언론 창구가 논란을 일으키는 경우는 기술적 측면을 넘어 사람의 문제가 더 크고 다양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기자와의 관계와 커뮤니케이션 이 모든 것은 사람과 사람의 일입니다. 좋은 사람이어야 대변인 역할을 충실하게 할 수 있는 자질이 있다 하는 이유입니다.

공감할 수 있고, 여론을 그대로 이해할 수 있고, 기자의 마음을 읽을 수 있고, 언론의 생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으며, 커뮤니케이션과 메시지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면 일단 그 대변인은 좋은 사람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반대로 모든 것이 불편하고 어렵기만 하다면 그 대변인은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노력을 먼저 해야 합니다. 그래야 회사가 살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