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기범 기자] 신한금융투자가 유상증자에 성공, 자본적정성 우려가 줄었다. 다만, 자산건전성 문제는 남아있다. 

이미 4배가량 늘어난 우발 채무와 더불어 초대형 IB 기업금융과 모험 자본에 대한 직접 투자는 자산건전성에 대한 우려를 심화시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비율'적인 측면에서 자산건전성은 추이를 지켜봐야하지만, '총액'적인 측면에서 자산건전성은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 신한금융투자ci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초대형 IB 이후 신한금융지주는 지난 10일 이사회를 열고 1분기 결산실적 보고와 함께 신한금융투자에 대한 6600억원 출자 승인을 결의했다. 

신한지주가 신한금융투자에 출자 승인이 완료되면, 신한금융투자는 자기자본 4조원(2018년 말 3조3600억원)을 넘게 돼 초대형 IB 종합 금융 투자 사업자로 지정을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본시장 법상 단기 금융업(발행어음) 진출도 가능 해진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초대형 IB가 자체 신용을 바탕으로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의 어음이다. 초대형 IB는 자기자본의 2배까지 발행어음을 판매할 수 있다. 

지난 3월 취임한 김병철 신임 대표이사의 취임사를 통해 초대형 IB에 대한 의지와 그에 따라 허가 받는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에 대한 의지도 내비쳤다. 

김 대표는 취임 간담회에서 “현재 회사의 IB 역량이 약 5년 전보다는 좋아졌지만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하다”며 “관련 영역 확대를 위해서는 고객이 원하는 것을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초대형 IB가 될 경우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혁신금융, 모험자본 공급, 발행어음 사업 등의 다양한 부문에 진출할 수 있다”며 “ECM과 DCM, 대체투자 등을 확대해 초대형 IB 진출과 경쟁력 확보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문제는 앞으로 김 대표가 추진해 나가는 방향이 자산건전성 저하와 이어진다는 점이다. 인수 금융을 위한 신용공여 등으로 생기는 우발부채나 모험자본 투자 따른 대손가능성은 모두 자산건전성을 위협하는 요소다. 

한 회계사는 "아직 초기 단계라 신한금융투자의 행보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살펴봐야한다"면서도 "하지만, 초대형 IB가 될 경우 가능한 사업들은 위험 자산 투자 쪽이라 자산 건전성을 낮출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어 "발행어음은 조달한 자금의 50% 이상을 기업금융에 공급해야한다"면서 "게다가 모험자본 투자에 대한 당국의 혜택도 결국은 자산건전성 저하와 연결되는 요소"라고 짚었다. 

초대형 IB가 되기 전에도 신한금융투자의 기업대출과 우발부채는 큰 폭으로 증가한 바 있다. 2016년 말 8690억원 수준이던 기업대출 규모는 지난해 말 1조 5100억원 수준으로 확대됐다. 같은 기간 우발채무는 4157억원에서 8배가량 증가한 3조2400억원으로 급증했다. 결국, 3년 사이 크게 확대된 자산건전성 우려는 또 한 번 커질 전망이다. 

유상증자 전 신한금융투자의 우발채무 비율은 초대형 IB 기준으로 '가장' 높다. 유상증자 후 자기자본 비율이 높아져 80%대로 낮아졌다. 이는 업계 평균보다는 높고 5개 증권사 중 3등인 KB증권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 초대형 IB기준 우발채무 비율과 규모. 출처=나이스신용평가, DART

다만, 아직 구체적인 사업의 모습이 나오지 않은 만큼 섣부른 판단에 대해서는 경계했다. 김영훈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지표 개선에도 불구하고 이번 유상증자 자체가 신한금융투자의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면서 "재무안정성 지표도 영업의 확대에 따라 변화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 재무구조 개선효과. 출처=한국신용평가

한편 이번 유상증자로 우발채무 비율, 영업용순자본비율 등 자기자본과 비교한 각종 비율은 개선됐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일시적인 개선에 초점을 맞추지 말고 그 트렌드가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박광식 한국기업평가 평가전문위원은 "유상 증자에 따라 재무구조 개선 효과는 분명 있다"면서도 "하지만 좋아진 수치가 지속될 지를 따라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