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태호 기자] 미-중 무역분쟁 고조와 이란 등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위기감 확대로 금값이 소폭 상승했다. 다만, 또 다른 안전자산인 달러화의 약세가 금값 상승을 제한하고 있는 모습이다.

20일(현지시각) 선물시장인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금 6월 인도분은 전 거래일에 비해 온스당 0.1%(1.60달러) 상승한 온스당 1277.30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미-중 무역분쟁 고조와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긴장 확대 등이 금값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은 안전자산이므로 시장 리스크가 증가할 경우 수요가 늘어나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

미-중 무역분쟁 날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미국이 지난 10일(현지시간) 컴퓨터, 휴대폰 등 5700여종 총 2000억달러 규모에 대한 관세를 기존 10%에서 25%로 올렸다. 더불어 나머지 325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서도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한 상황이다.

중국은 보복관세를 선언했다. 중국은 6월 1일부터 총 5140개 품목에 추가 관세가 부가될 것이며 이 중 절반 이상인 2493개 품목의 관세율은 25%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 중 소고기, 벌꿀 등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기반 지역의 주요 산업인 농·축산물이 대거 포함돼있다.

이에 미국 상무부는 15일(현지시간) 중국 통신장비 기업 화웨이와 70개 계열사를 거래제한 기업 명단에 올린다고 발표했다. 미국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이 명단에 오른 기업은 미 정부 허가 없이 미국 기업들과 거래할 수 없다. 이에 구글 등 주요 미국 IT기업은 중국 화웨이에 부품 및 서비스 공급을 중단했다. 단, 화웨이의 경우 90일짜리 임시 거래 면허가 발부되는 등 당분간 숨통이 트인 상황이다.

시장은 중국이 희토류 보복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는 관측도 하고 있다. 20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류허(劉鶴) 부총리는 중국 내 희토류의 주요 산지인 장시(江西)성 간저우(贛州)시 진리(金力)영구자석과기유한공사를 시찰했다.

미국과 이란 사이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은 2일(현지시간) 이란 원유 수출 제제를 강화했고 이에 이란은 8일 “우라늄 보유 한도 제한 규정을 준수할 생각이 없다”라며 핵개발을 우회적으로 선언했다. 같은날 미국은 이란 전체 수출의 10%를 차지하는 철, 구리 등 광물 수출에 추가적 제재를 가한 바 있다.

여기에 지난 12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미국으로 석유를 수송 중이던 사우디아라비아 유조선 2척 등이 사보타주(의도적 파괴행위) 공격을 받은 일이 발생했다. 공격 주체가 밝혀지지 않은 중에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어 이란이 범인으로 주목되는 모양새다. 다만, 이란은 공격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전쟁 이야기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19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이란이 싸우기를 원한다면 그것은 이란의 공식적인 종말(official end)이 될 것”이라며 “다시는 미국을 위협하지 마라!”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싸우고 싶지 않다”라며 “다만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도록 둘 수 없다”라고 말했다.

다만, 금값 상승은 달러화 약세 등으로 시장 예상보다 다소 제한되고 있는 상황이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주는 ICE 미국 달러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07% 하락한 97.93를 기록했다. 금은 달러화로 거래되며, 달러 역시 안전자산으로 취급되기 때문에 달러화 가치가 상승하면 금값는 내려갈 수 있다.

밥 하버콘 RJO퓨처스 선임 시장 전략가는 “투자자들이 미국의 경제 지표 호조 등에 힘입어 안전자산으로 금보다 달러화를 선호하는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올레 한슨 삭소방크 상품전략팀장은 “미-중 무역갈등 악화에도 금값의 수요가 창출되지 않은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금의 자매금속이자 산업용 금속이며 안전자산은 은 7월분은 전거래일 대비 0.4% 오른 온스당 14.445달러를 기록했다.

구리의 7월 인도분은 전일 대비 0.5% 내려간 파운드 당 2.726달러를 기록하며 장 마감했다. 백금 7월분도 0.7% 내린 온스 당 814.20달러를 기록했다.

휘발유엔진 차량 배기가스 정화장치 촉매제로 쓰이는 팔라듐 7월 거래분은 1.9% 상승한 온스 당 1331달러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