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중국의 화웨이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압박을 받는 가운데, 삼성전자의 반사이익 여부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화웨이를 향한 견제구가 많아질수록 삼성전자의 입지가 유리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미국 업체의 칩 공급 중단은 단기적으로 삼성전자에 유리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리스크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씨넷 등 외신에 따르면 구글은 20일 화웨이 스마트폰에 안드로이드 관련 솔루션 공급을 중단하는 초강수를 뒀다. 기본적인 안드로이드 접근은 가능하지만 구글 지도나 검색 등은 사용할 수 없다. 중국 내부 시장에서는 변화가 미비할 것으로 보이지만 화웨이의 글로벌 스마트폰 전략은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출처=화웨이

화웨이는 즉각 반격에 나서고 있다. 훙멍이라는 독자 운영체제를 발표하며 안드로이드와의 선 긋기를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웨어러블 전용 운영체제 라이트 등을 꾸려온 노하우를 살려 안드로이드와의 결별에 대비하고 있다. 화웨이는 별도의 입장문을 통해 안드로이드 사후지원을 약속하는 하며 사태진화에 나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화웨이의 독자 운영체제 카드가 자국 시장에서는 일정정도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고 있으나, 글로벌 시장에서는 입지 약화를 피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글로벌 스마트폰 1위 사업자인 삼성전자는 한 때 바다 운영체제 도입을 시도했으나 생태계 구성에 실패했고, 최근에는 타이젠에 시동을 걸었으나 스마트폰 탑재에는 실패했다. 타이젠은 현재 웨어러블과 가전을 중심으로 하는 삼성전자의 사물인터넷 운영체제로 가닥을 잡았으며 최근 중저가 스마트폰 일부에 탑재된 타이젠도 완전히 사라졌다.

구글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화웨이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2위 사업자기 때문에, 하드웨어 주요 동맹군을 상실하고 안드로이드 철수를 결심한 것은 사실상 도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운영체제의 구글은 상대적으로 하드웨어의 화웨이보다 제한된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

구글이 안드로이드 카드를 통해 화웨이와 결별하자,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애플을 누르고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2위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화웨이가 범용적인 운영체제 안드로이드와 결별할 경우 시장에서 크게 입지가 좁아지기 때문이다. 안드로이드 진영 내부에서 시장 점유율 치킨게임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화웨이 안드로이드를 쓰는 고객들이 당장 iOS로 건너갈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갤럭시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가 반사이익을 받는 이유다.

구글이 안드로이드 카드를 통해 화웨이 압박 카드를 꺼내자 중국에서 아이폰 불매운동이 감지되는 장면도 눈길을 끈다. 실제로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의 후시진 총편집인은 20일 자기가 9년 동안 사용한 아이폰 대신 화웨이 스마트폰을 구매한 사진을 웨이보에 올렸다. 그는 "화웨이를 존중하고 있다"고 말했으며 화웨이 스마트폰을 구매한 것이 아이폰 불매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많은 웨이보 사용자들은 사실상 애플을 저격한 후 총편집입의 글을 공유하며 노골적으로 아이폰 불매 운동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역시 삼성전자에 반사이익을 줄 수 있다. 최근 삼성전자는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1분기 점유율 1%를 달성했으며, 조금씩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톱5에 들어가는 애플 아이폰이 불매 운동에 휘말릴 경우 나름의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을 전망이다.

인텔과 퀄컴 등이 화웨이에 칩 공급을 중단할 가능성이 높은 대목도 눈길을 끈다. 스마트폰은 물론 화웨이의 주력인 네트워크 장비 영역에서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화웨이의 전체 매출 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극히 낮으나, 화웨이는 지난해 약 13조1000억원의 퀄컴 및 인텔 칩을 구입한 바 있다. 이 물량이 중단되면 화웨이의 네트워크 산업은 크게 흔들릴 수 밖에 없다. 당장 5G 경쟁에서 엄청난 피해가 불가피하다.

삼성전자는 이 과정에서 화웨이가 칩을 공급받지 못해 5G 통신 장비 시장에서 주춤할 경우 그 간극을 노릴 수 있는 반사이익을 거둘 수 있다. 다만 미국 기업의 화웨이에 대한 칩 공급이 장기화되면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이러한 현상이 고착화되면 삼성전자 반도체 산업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나아가 삼성전자가 미국 시장에서 화웨이를 대신해 통신 장비 경쟁력을 쌓아올려도 애초에 화웨이는 현지 점유율이 낮기 때문에, 큰 의미도 없다는 지적도 있다. 그 외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흔들리는 화웨이 장비 경쟁력의 틈을 노릴 여지는 거의 없다는 주장도 정설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