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우디는 세계 경제 성장 둔화와 미국 셰일 생산업체들의 생산량 증가로 인한 위험을 감안해, 재고 계산에 보다 보수적인 기준을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출처= Zero Hedge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그 동맹국들(이른 바 OPEC+)이 현재 수준 이상으로 석유를 증산할 것인지에 관한 최소한 두 가지 시나리오를 논의할 준비를 하고 있다.

설령 OPEC이 궁극적으로 증산하기로 결정한다 해도 장애는 여전히 남아있다. OPEC의 내부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산유국들이 현 시점에서 감산을 너무 빨리 풀 경우, 세계 원유 시장이 공급 과잉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중동 지역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OPEC 생산국과 러시아 등 동맹국들은 19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주요 산유국의 산유량 감시를 위한 장관급 공동위원회(JMMC)를 열고 현재 시행하고 있는 감산 정책을 연말까지 이어가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OPEC과 동맹국들은 지난해 12월에 하루 120만 배럴의 생산량을 줄이기로 합의했다. 그 결정이 올해 유가 반등으로 이어졌지만 오는 6월에 감산 협정이 끝난다. 이번 회의에서 어떤 결정을 하기보다는 석유 시장이 동요하지 않을 방안에 대한 의견을 모으고, 다음달 25~26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회의에서 감산 연장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의 시나리오는 OPEC과 비 OPEC 국가들이 5월과 6월까지 그들의 약속을 완전히 준수하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국가들은 그동안 지난 12월 합의 수준보다 더 많이 감축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국가(OPEC+)가 12월 합의 수준을 지킨다면, 전체 생산량은 OPEC 회원국에서 하루 39만 6000배럴, 러시아가 이끄는 비회원국에서 하루 41만 1000 배럴 증산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나타낼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또 다른 시나리오는 개별 생산국들에게, 지난 해 12월 하루 120만 배럴 감산에 합의하기 전 하반기 4개월 동안 적용했던 최대 감산 기준을 따르게 하는 시나리오다.

첫 번째 시나리오로 갈 경우, 올 하반기에 재고가 줄어들겠지만, 두 번째 시나리오에서는 올 4분기까지 과거 5년 평균보다 재고가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두 시나리오는 모두 이란, 리비아, 베네수엘라 같은 문제 회원국들이 올해 남은 기간 동안에도 4월의 생산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는 점에서 낙관적이다. 그러나 무스타파 사날라 리비아 석유장관은 18일 제다에 도착해 내전 중에 리비아의 석유 생산량이 95% 감소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날라 장관은 18일 일찍 리비아 남동부 지역에 대한 공격이 있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슬람국가(IS)는 그 공격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 사우디는 생산량 감소에 따른 유가 상승을 기대하고 있지만, 비회원국을 이끄는 러시아는 시장 점유율에서 미국을 이기려면 증산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출처= The Hill

이란은 미국의 석유 수출 전면 금지 제재를 받고 있고, 베네수엘라도 국제 석유 판매에서 미국의 강한 규제를 받고 있다.

게다가 일부 국가들이 합의된 것보다 더 많이 감축하면서, 석유 동맹국들의 석유 과잉 재고는 예상보다 약 3천만 배럴 많은 1억 7200만 배럴이 감소했다.

한편, 사우디 아라비아는 초과 재고량 계산의 지표를 변화시킬 세 번째 보다 보수적인 시나리오를 제안하고 있다. 바로 2014년 증산을 결정하기 이전 기간인 2010년에서 2014년까지의 기간을 기준으로 하자는 안이다. 세계 경제 성장 둔화와 미국 셰일 생산업체들의 생산량 증가로 인한 위험을 감안해, 재고 계산에 보다 보수적인 기준을 채택해야 한다는 게 사우디의 주장이다.

이에 따라 OPEC의 좌장격인 사우디의 에너지 장관 칼리드 알팔리는 세계 원유 공급이 충분하다며 재고량을 더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보도했다.

베네수엘라와 이란을 제재 중인 미국은 우방인 사우디가 생산 증대에 나서 국제원유 시장을 안정시켜주기를 바라고 있다. 반면 국가재정에서 원유 수출 의존도가 절대적인 사우디는 생산량 감소에 따른 유가 상승을 기대하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비회원국을 이끄는 러시아는 시장 점유율에서 미국을 이기려면 증산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알렉산드르 노바크 러시아 에너지 장관은 "다른 국가와의 협력을 지속하겠다"면서도 "만약 시장에서 공급이 부족하다고 나타난다면 우리는 생산량 증대를 포함한 여러 선택을 검토할 준비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WSJ은 "중동 내 긴장감이 확대되었지만 올해 OPEC은 감산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 "산유국들이 공급 우려와 공급 과잉 사이에서 균형을 추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원유 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