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관기 변호사(김ㆍ박 법률사무소, 왼쪽부터), 김용길 교수(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 최우영 변호사(한국채무자회생법학회장)가 지난 17일 국회에서 한국채무자회생법학회 주최로 열린 학술심포지엄에서 토론을 하고 있다. 출처=한국채무자회생법학회

[이코노믹리뷰=양인정 기자] 민사분쟁의 중재제도가 법정관리(=기업회생)에 적용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기업구조조정 제도가 일대 변혁를 예고하고 있다. 서울회생법원이 고안한 법정관리 자율구조조정(ARS)공간은 향후 기업 구조조정 투자자들의 투자격전지로 떠오를 전망이다. 

19일 파산법조계에 따르면 ‘자율 구조조정과 대체적 분쟁조정 제도’가 향후 기업회생제도의 새로운 기업구조조정 모델이 될 것으로 파산법조계가 전망했다. 구조조정 투자업계는 이 같은 변화와 더불어 태세전환 중이다.

이 같은 전망은 지난 17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기업회생제도의 최근 동향과 전망’이라는 주제로 열린 한국채무자회생법학회 학술심포지엄에서 제기됐다.

파산법조인들은 포럼에서 언급된 새로운 트렌드와 변화된 기업구조조정 투자가 하이브리드 기업구조조정의 핵심을 이룰 것이라고 이라고 내다봤다. 

자율구조조정 제도(Autonomous Restructuring Support, “ARS”)는 법정관리를 신청한 기업이 채권단과 워크아웃 등 구조조정에 합의하는 제도다. 법원은 채무자 기업이 채권단과 원만히 구조조정에 합의할 수 있도록 본격적인 법정관리를 미루는 등 제도지원에 나선다. 또 대체적 분재조정제도(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 “ADR”)는 민사분쟁에서 한쪽 손을 들어주는 판결 대신에 법원이 분쟁 당사자들의 이해관계를 조율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회생절차 ADR은 회생절차 초기에 중재자가 나서 채권단과 채무면제 등 구조조정을 이끌어 내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결국 ‘ARS’는 ‘ADR’를 도구화해 원활한 구조조정 공간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앞서 정형식 신임 서울회생법원장은 “법원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법정관리 제도에 ADR을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회생법원 첫 ARS 기업인 ‘동인광학’의 회생사례가 소개되면서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동인광학은 지난해 10월 회생절차를 신청하고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의한 공동관리절차(기업워크 아웃)를 신청했다. 이 사이 서울회생법원은 동인광학에 대 재산을 동결시키면서 어떤 채권자도 회사의 자산을 강제집행하지 못하도록 금지명령 처분을 내리는 등 보호막을 쳤다. 

회사는 이듬해 3월까지 제2차 금융채권자 협의회와 워크아웃 절차(공동관리절차)를 위한 기업개선계획을 협의했으나 채권단 결의가 부결돼 워크아웃이 중단됐다.

기업개선계획이 통과되지 않았지만, 동인광학은 ARS 절차를 통해 채권단과 협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피플랜(P-Plan)사전계획안을 작성했다. 채권단은 이 계획안을 동의하고 회사는 지난 2일 성공적으로 이 사전계획안을 법원에 제출했다. 토론에서는 공동관리절차에서 제출된 실사보고서도 사전실사보고서로 대체돼 중복 실사 없이 기간이 단축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동인광학의 신청대리인인 김·법률사무소의 김관기 변호사는 이날 토론에서 원활한 기업구조조정을 위해서는 법원과 파산변호사가 회계적인 계속기업가치에 속박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진정하게 기업회생을 위한 도산법이 필요한 곳은 핵심 인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재무적 곤경을 겪는 회사”라며 “이런 회사들은 물적 설비는 중요하지 않다. 이 같은 기업이 핵심인력을 유지하거나 경영권을 포함한 통매각으로 기업이 팔릴 수 있다면 이들 기업은 사실상 계속기업가치를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ARS공간, 치열한 구조조정 투자 각축전 될 듯

ADR중재제도와 결합한 ARS공간이 구조조정의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정부와 민간투자자들도 이 공간에 주목하는 상황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3일 김용범 부위원장 주재로 ‘기업구조조정 제도 점검 태스크포스(TF)' 첫 회의를 열고 워크아웃과 법정관리의 공통 개선 사항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워크아웃 절차에 법정관리의 재산보전처분 제도를 도입하는 문제를 비롯해, 회생절차 시 신규자금지원(DIP 금융) 방안, 사전계획안(P-PLAN) 및 자율구조조정지원(ARS) 같은 워크아웃과 회생절차의 연계 활성화 방안의 필요성 등이 검토됐다.

구조조정업계와 파산법조계는 정부의 이 같은 제도개선이 ARS를 활성화하는 계기로 내다봤다. 

국내 최대 기업구조조정 투자전문 회사의 한 관계자는 “ARS는 특정 채권자가 기업의 재산을 강제집행 등으로 독식하지 못하고 신규자금 지원으로 수익률 제고가 가능하게 하는 공간”이라며 “향후 기업구조조정 시장에서 구조조정 투자를 위해 마련한 PEF 등의 자금이 ARS공간에 몰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기업구조조정 시장규모는 증가하는 추세다. 정부는 성장금융을 통해 약 1조원의 기업구조정 혁신펀드를 조정 중에 있다. 이미 사모펀드 운용사인 큐캐피탈파트너스가 성장금융을 통해 1551억원의 기업구조조정 펀드를 조성하는 등 시장 플레어들의 펀드 조성이 활발해지고 있다. 

여기에 유암코가 수도권에 약 5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예고하고 있다.

산업은행도 최근 자산규모 1조원의  구조조정 전문 자회사인 KDB인베스트먼트를 꾸리면서 본격적인 투자 대열에 들어섰다.

산업은행은 이날 주제 발표를 통해 KDB인베스트먼트의 향후 방향성을 밝혔다.

정재경 한국산업은행 구조조정본부장은 “KDB인베스트먼트는 앞으로 종소조선사 등 산업구조조정이 필요한 영역에 대해 PE Tool을 활용해 사업 재편을 추진하고 기업구조조정에 대해 장기적으로 민간 자본을 유치해 지속 가능한 사업모델을 구출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업계 “투자 매칭시스템 여전히 미숙” 

민간 투자자들(PE)이 기업구조조정 시장을 위하 분주위 실탄을 준비하고 있지만 구조조정 대상 기업과 투자자를 연결하는 시스템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안창현 변호사(법무법인 대율)는 회생기업 투자와 관련해 “캠코가 신규자금 지원을 위해 투자자와 기업을 매칭하는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지만 회생기업에 대해 M&A를 전제로 하지 않는 투자는 찾아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안 변호사는 이어 “유관기관에 문의해도 긍정적인 회신을 주는 곳은 거의 없고 기업구조혁신펀드의 운영사의 문의해도 광범위한 실사자료를 먼저 요구하거나 ‘회생기업에는 투자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자금 지원 절차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다”며 “신규자금 지원이 절실하게 필요한 중소 회생기업에 대해서는 DIP투자가 아직 멀고 험한 길”이라고 비판했다.

이 때문에 투자자를 유인할 수 있는 제도적, 입법적 해결이 절실하게 필요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이날 심포지엄은 심현수 (사)중소기업을 돕는사람들 부이사장 사회로 진행됐다. 주제발표와 토론에 앞서 박승두 준비위원장(청주대학교 교수)이 환영사,최우영 한국채무자회생법학회 회장이 개회사,안청헌(사)중소기업을 돕는사람들 이사장이 대회사, 오제세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이 각각 축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