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유료방송 합산규제를 둘러싸고 과학기술방송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묘한 입장차이를 보이는 가운데, 일각에서 이를 두고 부처 이기주의로 보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는 산업의 기술과 진흥을 촉진시키는 것에 목표를 두는 과기정통부와 공공성을 가진 방송을 중심으로 규제를 마련해야 하는 방통위의 정체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시각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회로 공이 넘어간 유료방송 합산규제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이를 둘러싼 무수한 '설'들이 증폭되는 분위기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과기정통부가 유료방송 합산규제 폐지 관련 제도 개선방안을 이미 제출한 가운데, 17일 방통위도 개선방안을 국회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료방송 합산규제는 매우 민감한 현안이다. 5G 시대를 맞아 유료방송 중심의 미디어 콘텐츠 전략이 빠르게 전개되고 있는 현 상황과 큰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유료방송 업계는 IPTV로 패권이 넘어오는 가운데, 일종의 합종연횡이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지난해 넷플릭스와 협력한 LG유플러스가 CJ헬로 인수에 나서는 한편 지상파 푹과 손을 잡은 SK텔레콤이 티브로드 인수에 속도를 내는 등 IPTV의 케이블 MSO '쇼핑'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이는 통신사들이 5G 시대 당장 가상 및 증강현실, 자율주행차 등 미래 먹거리를 비즈니스로 구축할 자신이 없는 상태에서 미디어 중심의 5G 전략을 구축하는 것으로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KT다. IPTV 시장 점유율이 위성방송을 더해 유료방송 합산규제의 33.3% 직전인 가운데, 일몰된 유료방송 합산규제가 살아나면 5G 시대 미디어 콘텐츠 확보에 필수적인 인수합병 전략을 가동할 수 없게 된다.

외국의 경우 미디어 플랫폼의 합종연횡이 빨라지는 가운데 국내서도 비슷한 움직이 감지되는 상황에서, KT가 유료방송 합산규제 폐지를 주장하는 이유다. 이에 과기정통부와 방통위가 개선안을 내놨으나 그 차이가 미묘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이 현재까지의 상황이다.

실제로 과기정통부 개선방안은 이용약관 신고제, 이용요금 승인제를 골자로 한다. 시장의 경쟁을 끌어내면서 최소한의 안전장치만 마련하는 분위기다. 방통위도 큰 틀에서는 비슷하지만 시장집중 사업자를 지정해 시장을 교란하는 행위를 방지하자는 취지가 강하다. 일종의 규제에 방점이 찍혔다.

과기정통부가 시장의 경쟁 활성화를, 방통위가 시장 교란을 막는 행위를 방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으며 업계 일각에서는 '부처 이기주의가 고개를 드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이는 현 상황에서 의미가 없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과기정통부는 미래창조과학부 당시부터 과학과 ICT 기술의 부흥을 위해 탄생한 곳이며, 당연히 산업의 발전을 위해 다양한 활성화 정책을 발표해 지원하는 곳"이라면서 "방통위는 방송위원회 당시부터 방송의 공공성에 집중해 일종의 규제에 나서는 기관이다. 방송통신위원회로 변하며 방통융합의 가치를 살리는 쪽도 집중하고 있으나 내부에는 방송의 공공성에 입각한 가이드 라인을 만드는 일에 충실하다"고 말했다.

물론 과기정통부가 무조건 산업의 부흥만 노리는 것은 아니고 방통위도 무조건 규제만 남발하지 않는다. 다만 장관과 위원장 및 위원 중심의 '위원회'라는 각 부처의 특성을 고려해 무조건적인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