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승현 기자] KB증권이 투자은행(IB) 핵심사업인 발행어음 인가를 승인받았다.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에 이어 세 번째 발행어음 사업자로 영업력 확대에 적극 나설 전망이다. 초대형 IB 5개사 중 가장 부진한 실적을 개선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1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KB증권은 지난 15일 금융당국의 단기금융업 인가를 승인받았다. 이제 금융투자협회의 약관 심사만 완료하면 발행어음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 KB증권은 다음 달부터 발행어음 판매를 시작해 올해 총 2조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 초대형 IB 점유율. 출처=한국기업평가

KB증권은 자본규모 업계 4위의 초대형 투자은행(IB)이다. 2018년말 기준 자본규모는 4조4600억원이며, 7%대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국내 영업점은 118개로 최다 영업망을 구축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리테일 부문 경쟁력과 채권 인수 주선 부문의 강점을 유지하고 있다.

KB증권은 오래전부터 발행어음 인가를 위해 준비해 왔다. 2017년 초 초대형 IB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등 노력했지만, 2016년 현대증권 시절 불법 자전거래로 일부 영업정지 1개월 제재를 받은 점이 문제가 돼 작년 1월 인가신청을 자진 철회했다. 일부 영업정지를 받은 금융회사는 제재 종료일로부터 2년간 신규사업 인가를 받을 수 없다. 2년 뒤인 지난해 12월 발행어음 인가 신청서를 다시 제출했다. 그러나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4월 KB증권의 발행어음 인가 신청을 보류하기도 했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초대형 IB가 자체 신용을 바탕으로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의 어음이다. 초대형 IB는 자기자본의 2배까지 발행어음을 판매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기업대출·부동산금융 등에 투자할 수 있어 IB 핵심 사업으로 꼽힌다. 초대형 IB들이 발행어음 사업을 욕심내는 이유다.

이번 발행어음 사업이 KB증권의 성장 동력이 될지 주목된다. KB증권의 2018년말 기준 영업이익은 2848억원으로 한국투자증권의 영업이익에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같은 기간 초대형 IB사들의 영업이익은 한국투자증권 6706억원, 미래에셋대우 5412억원, NH투자증권 4908억원, 삼성증권 4432억원 순이다. 

초대형 IB 중 발행어음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곳은 현재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세 곳뿐으로, 삼성증권과 미래에셋대우에 비해 영업확대 가능성이 크다.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은 올해 각각 6조원, 4조원을 발행어음으로 조달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KB증권까지 합세하면 발행어음 시장 규모는 약 12조원까지 확대된다.

최근 신한금융투자가 신한금융지주로부터 6600억원을 출자해 초대형 IB요건을 갖추고, 발행어음 사업 진출을 적극 추진할 전망이다. 이에 발행어음을 통한 업권 내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 초대형 IB 5개사, 자본적정성 지표 추이. 출처=한국기업평가

발행어음을 통한 조달확대로 레버리지배율에 부담도 존재한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KB증권보다 먼저 발행어음 사업을 영위해온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의 2018년말 조정레버리지배율은 각각 7.4배, 6.9배로 타 초대형 IB 대비 열위하다. KB증권은 6.5배로, 다음 달 발행어음 업무를 시작하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레버리지배율이 클수록 타인 자본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것을 의미한다.

박광식 한기평 금융실장은 “발행어음 업무를 영위하고 있는 초대형 IB의 조정레버리지 부담이 크다”면서 “2019년 이후 발행어음을 통한 조달확대가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을 고려하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한기평은 증권사의 조정레버리지배율이 7배를 초과할 경우 ‘BB’ 등급 구간에 설정한다.

KB증권은 발행어음 상품을 자산관리(WM) 고객 기반 확대를 위한 전략상품으로 육성해, 영업력을 확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