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지난해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택시4단체가 카카오 카풀 반대를 외치며 대규모 집회를 열었을 당시 유독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습니다. 먼저 막말. 수 만명의 기사들이 모여든 광화문 광장 한 복판에서 무대에 오른 연사들이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을 내뱉으며 현 정부와 김범수 카카오 의장, 이재웅 쏘카 대표를 규탄하는 장면은 그 자체로 충격이었습니다. 연단 바로 아래에 앉아 노트북을 켜고 기사를 쓰던 중 깜짝 놀라 동료 기자들과 서로 얼굴을 보며 황당한 웃음을 머금었던 기억이 납니다.

 

또 하나는 안타까움입니다. 연민의 감정이 아니라, 왜 시민을 사로잡는 명료하고 합리적인 메시지를 내놓지 못할까. 이 부분입니다. 택시기사들은 최초 승객의 교통안전과 질서를 위해 카풀이 배척되어야 한다는 논리를 폈으나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자 생존권 보장으로 투쟁의 프레임을 틀었습니다.

그렇다면 상식적으로 봤을 때, 시민의 마음을 사로잡는 신선한 메시지가 나와줘야 합니다. 그러나 그런 메시지는 전무했고 그 자리는 거친 투쟁의 언어만 남발됐으며, 심지어 집회 현장인 금연구역에서 버젓이 담배를 피거나 자리를 깔고앉아 음식물을 섭취하는 장면만 연출해 눈쌀을 찌푸리게 만들었습니다.

그 모습을 오가는 사람들이 어떻게 볼까요. 시위나 집회 현장에서 간혹 보이는 장면이라고 하지만 안타까운 대목입니다. 몇몇 시민들이 불편을 호소하며 근처의 경찰에게 도움을 청했으나 경찰은 "우리도 어쩔 수 없어요"라고 손사래를 치더군요.

카풀 반대 정국의 소용돌이에서 유독 기억에 남는 이 장면들은, 이제 '지난 일'이 됐습니다. 정부 여당의 주도로 결성된 사회적 기구에서 합의안이 나오며 카풀을 둘러싼 논란은 '표면적으로' 일단락됐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새로운 투쟁의 프레임이 시작됐습니다. 사회적 기구의 합의안이 나올 순간부터 예견됐던, 개인택시업계의 쏘카 VCNC 공격입니다.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은 지난 15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었습니다. 최근 타다에 반대하는 기사 안 모 씨가 분신해 사망한 가운데 그를 추모하는 한편 쏘카의 자회사VCNC  '타다 아웃'을 외치며 실력행사에 돌입했습니다.

개인택시업계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프리미엄 택시 시장까지 진격하는 타다는 개인택시기사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으며, VCNC 타다가 드라이버까지 제공하기 때문에 명백한 불법이라는 주장입니다. 이는 거대 재벌 자본과 힘없는 소시민의 프레임으로 굳어갑니다.

사실일까요? VCNC 타다는 불법이 아닙니다. 현행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령 제18조는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의 렌트카를 빌리는 경우에는 운전기사의 알선이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이는 국토교통부도 인정했기 때문입니다. 콜택시와 비슷한 구조지만 차고지가 있는 타다 서비스는 배회영업을 교묘하게 피해갑니다. 현 상황에서 개인택시업계가 주장하는 타다 불법 '설'은 사실무근입니다.

타다가 개인택시기사들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는 주장은 다소 의견이 엇갈립니다. VCNC가 매출을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시장 장악력을 가지고 있는지는 확인할 수 없으나 VCNC의 주장에 따르면 모든 승객들이 타다를 이용해도 서울시 택시 매출은 2%밖에 줄어들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는 서울시 유가 보조금으로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물론 타다의 존재감이 커진 것은 사실입니다. 서비스 시작 6개월만에 회원 50만명, 차량 1000대, 1회 이상 운행 드라이버가 4300명에 이르기 때문입니다. 다만 몸집이 조금 커졌다고 당장 개인택시기사들의 생존권을 박탈한다는 주장은 다소 멀리 간 논리로 보입니다. 쏘카의 VCNC가 거대 재벌 자본이라는 주장은, 이재웅 대표가 다음 창업자 출신이기에 묘한 접점은 있어도 쏘카 자체가 스타트업으로 분류된다는 것으로 갈음하겠습니다.

여기까지 생각하면 뭔가 이상합니다. 개인택시기사들은 생존권 보장을 위해 타다가 불법이라고 주장하며 거대 재벌 자본을 배척해야 한다고 외치는데, 이 모든 주장에 약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로 조합 및 업계와 이야기를 하면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무조건 우리의 말이 맞다'고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면을 살펴야합니다. 뭔가, 이렇게 나오는 것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지 않을까?

이유가 있습니다. 개인택시업계에 집중하자면, 현재 이들은 사회적 기구 합의안 사각지대에 있습니다. 법인택시는 웨이고 등 새로운 플랫폼 택시 실험을 하고 기사 월급제 도입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개인택시는 사회적 기구 합의안에서 소위 '얻은 것'이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면허 시세는 점점 떨어지는데다 지자체 등의 강력한 규제도 받고 있습니다. 굳이 타다와 연결하지 않더라도 이들은 충분히 어렵습니다.

핵심이 보입니다. 개인택시업계는 타다 아웃을 외치며 단순하게 '타다가 물러나야 한다'만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어려움을 해결해달라' 혹은 '봐 달라'는 주장을 하는 겁니다. 면허 시세가 떨어지고 택시업계 전반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도 여전하며, 심지어 사회적 기구의 수혜도 받지 못한 이들의 분노로 보입니다. 이 분노가 미비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추정되는 새로운 동종업계 ICT 후발주자인 타다를 공포의 대마왕으로 만드는 겁니다.

▲ 박재욱 대표와 이재웅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이건 매우 중요한 이면입니다. 개인택시업계의 반대를 단순히 타다 반대로만 이해하고 대응하면 곤란하기 때문입니다. 이 사안을 밥그릇 챙기기에 매몰된 개인택시업계와 ICT 혁명을 바라는 타다와의 분쟁으로만 보면 진짜 해결책이 나올 수 없습니다. 박재욱 VCNC 대표가 페이스북을 통해 타다가 상생을 위한 플랫폼이라고 설명을 해도 사태 해결의 근본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 이유입니다. 중요한 것은 타다가 아닙니다. 개인택시기사들은 '가뜩이나 죽겠는데 뭔지 잘 알지도 모르는, 그런데 콜택시처럼 운행되며 시민들의 지지를 받는 작은 시장 점유율의 타다'에 필요이상의 공포감을 가지고 있을 뿐이기 때문입니다.

이건 ICT 혁명 문제가 아닙니다. 아무리 상생할 수 있다고 말해도 개인택시업계가 1도 이해할 수 없는 이유며, 진짜 원인은 개인택시업계의 어려운 사정에 있습니다. 그리고 당연한 말이지만, 이 대목에서 개인택시업계의 소프트랜딩과 분산, 이를 통한 ICT 시너지를 창출하는 매개체와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정부의 몫입니다.

택시기사들의 카풀 반대 정국에서 항상 했던 생각이 있습니다. 과연 시민들이 카풀을 좋아하는 것일까? 결론은 아닙니다. 시민들은 평소 후진적인 택시 서비스에 반발이 크고, 그 대안으로 카풀이 부상하자 필요이상으로 카풀에 지지했습니다. 카풀이 좋아서 지지한 것이 아니라 후진적인 택시 서비스가 싫어서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방법만 있다면 쾌적하고 조용히 이동하기를 원하니까요. 카풀 찬성을 주장하는 시민들의 주장에 택시기사들에게 일종의 징벌을 내리자는 마음이 엿보이는 이유입니다.

이러한 이면을 살피지 못하면 국내 모빌리티 산업은 절대 발전할 수 없습니다. 지금의 상황은 표면적으로 구사업과 신사업의 대립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무너져가는 구사업의 뺨을 신사업이 '툭' 쳤을 뿐입니다. 강하지도 않고 아주 약하게요. 그런데 가뜩이나 울고 싶은데 뺨까지 맞으니 더 슬퍼지는겁니다. 심지어 내 뺨을 친 신사업은 엄청난 잠재력을 가졌고 이해도 잘 못하겠어요. 그 마음은 공포가 되어 산업의 극단적인 충돌로 이어지는 패턴입니다. 여기서 신사업이 "우리는 구사업의 상생할거야"라고 아무리 말해봤자, 사태는 전혀 진전되지 않을 겁니다. 이럴때는 누가 필요하다? 중재자가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첨언하자면, 택시업계는 메시지를 가다듬을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내용이 아니라 형식을요. 이 역시 공포가 잦아들어야 하지만, 반드시 필요한 조절입니다. 조합의 신임 이사장이 정치적 후각으로 필요이상 조합원의 공포를 조장하는 것이 아니기를 바라며, 막말과 안타까움의 패턴은 멈추고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IT여담은 취재 도중 알게되는 소소한 내용을 편안하게 공유하는 곳입니다. 당장의 기사화는 어려워도 나름의 의미가 있는 지점에 집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