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동규 기자] 영업비밀 침해 논란으로 소송상황에 놓인 국내 대표 배터리 제조사인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사업에서 공격적인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 소송이 진행 중이지만 커지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는 행보에는 변함이 없다는 평가다.

▲ LG화학 중국 남경 배터리 공장. 출처=LG화학

LG화학, 볼보자동차그룹 전기차 프로젝트 수주

LG화학은 15일 볼보자동차그룹의 차세대 전기차용 배터리팩 공급사로 최종 선정됐다고 밝혔다. 볼보와 체결한 계약은 ‘차세대 전기차 프로젝트’에 적용될 리튬이온 배터리 장기계약이다. 볼보는 올해부터 신차는 전기자동차만 출시하기로 결정한 완성차 업체며 2025년까지 전체 판매량의 50%를 순수 전기차로 채우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LG화학은 배터리 업계 최초로 파우치형 배터리 롱셀(Long Cell) 기술을 개발해 자동차 업체에 공급하고 있는데, 이 기술이 볼보가 LG화학을 전기차 배터리 파트너로 선택한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롱셀은 배터리 팩 내부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식으로 에너지 밀도를 향상시켜 전기차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고, 팩 구조를 단순화할 수 있어 모듈형 플랫폼 기반 전기차 제작에 강점을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듈형 플랫폼은 배터리를 모듈 형태로 만들어 다양한 전기차에 적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말한다. 폭스바겐의 MEB가 대표적이다.

볼보도 2020년대 초 차세대 중대형 전기차에 적용되는 모듈형 플랫폼 SPA2를 선보일 예정이고, 소형 전용차 모듈 플랫폼인 CMA도 현재 적용 중이다. LG화학은 “최근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모듈형 플랫폼을 기반으로 1회 충전시 주행거리 500km이상인 3세대 전기차 출시에 대한 양산 계획을 밝히면서 롱셀 배터리에 대한 세계 자동차 업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지난 10년 동안 LG화학의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는 210만대로 세계 자동차 업계서 우수성과 안전성을 인정받았다”고 말했다.

LG화학은 현재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 가치 상위 20개 중 13개 브랜드에 배터리를 공급하며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LG화학은 영국 브랜드 컨설팅업체 브랜드파이낸스가 발표한 ‘2019년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 순위’ 상위 20개 브랜드 중 메르세데스-벤츠, 폴크스바겐, 포드, 볼보, GM, 르노, 현대차 등을 포함해 13개 브랜드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 SK이노베이션 서산 배터리 공장. 출처=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 중국 배터리 공장 투자 결정

SK이노베이션도 14일 이사회를 열어 중국 신규 배터리 생산공장 건설에 5799억원을 투자키로 결정했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수주량 증가에 따라 중국 창저우 공장에 이어 중국 내 추가적으로 생산기지를 설립하기 위함”이라면서 “투자를 위한 현지법인은 추후에 진행될 예정이고 신규 배터리 공장 부지와 규모 등 세부적 투자계획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2022년까지 60GWh(기가와트시)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2018년 3월 헝가리 코마롬에 첫 해외 생산기지 건설에 나선 이후 5조원의 누적 투자를 결정했다. 헝가리에서는 2공장이 완성되는 2022년에 총 16.5GWh가 생산된다. 미국 조지아주 공장에서도 2022년부터 9.8GWh규모의 배터리가 생산된다. 중국서는 창저우에 7.5GWh규모의 공장을 건설 중이다. 이번 투자로 중국서의 배터리 생산 규모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 글로벌 전기차 수요 전망. 출처=신한금융투자, SNE리서치

전기차 판매량 시장 전망치 능가...배터리 시장도 함께 성장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영업비밀 침해 논란으로 소송을 벌이고 있지만 커져가는 전기차 시장을 보면 양사가 한시라도 배터리 수주와 관련해서는 눈을 뗄 수가 없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의 리포트에 따르면 2018년 세계 전기차(EV, PHEV)판매량은 197만대 수준으로 시장의 예상치였던 137만대를 넘어섰다. 연구원은 올해 전기차 판매량도 400만대로 예상하는데 이는 올해 전체 자동차 판매량 예상치에 4%에 이르는 수치다.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BNEF)도 2040년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율이 55%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기차 판매량도 2017년 110만대에서 2025년 1100만대까지 증가하고, 2030년에는 3000만대로 급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따라 전기차 배터리 시장도 함께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은 “올해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2040억달러 수준으로 작년 1200억달러보다 약 1.7배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응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17일 보고서를 통해 “LG화학은 소형 배터리에서는 미국 고객사 신제품 출시로, ESS(에너지저장장치)에서는 국내 ESS 화재 사건 마무리와 정책 발표 효과를 기대한다”면서 “전기차 배터리에서도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신규 전기차 출시가 하반기에 예정돼 있어 배터리 분야에서 수익성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에 대해서는 “2021년 전기차 배터리 손익 분기점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전기차 배터리에서 2021년 매출 4조원을 넘으면서 규모의 경제를 시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