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코노믹리뷰 이미화 기자]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주5일제 등으로 여가가 많아지면서 승마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국내에선 현재 한국마사회가 전 국민 말 타기 운동을 진행하는 등 승마 활성화를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말 산업이 본격화되면서 승마는 말 문화의 저변을 확대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으로 여겨진다. 승마장 체험을 통해 승마의 매력을 알아봤다.

“제주도 날씨가 굉장히 변덕스러운데 말 타기 좋은 날씨에 오셨네요.”
승마를 체험하기 위해 지난 16일 제주도 애월읍 유수암리에 위치한 제주승마목장을 찾았다. 목장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반갑게 맞으며 정말 운이 좋은 편이라며 덕담을 건넸다.

제주에서 보기드물게 좋은 날씨에 승마장에 온 것이 행운이라는 말과 함께. 멀리 한라산이 보이는 제주 중산간 지역에 위치한 제주승마목장은 흔들거리는 뽀얀 억새 때문인지 아직도 가을의 정취가 흠씬 묻어났다. 하늘은 푸르고 바람이 잔잔해 겨울의 추위가 아직 여기까지는 침범하지 못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목장 사무실로 들어서자 주인 아주머니가 먼저 모자와 가슴 보호대를 건네준다.

입은 옷 위에 그대로 착용하란다. 낙마하거나 말 다리에 받히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보호 장구 착용은 승마에 있어 매우 중요한 절차다. 흔히 ‘말장화’라고 부르는 약간 무거운 부츠를 신고 손에 장갑을 꼈더니 어느새 완벽한 승마 차림이다.

본지 김은경 기자가 승마를 하기 위해 처음으로 말에 오르고 있다.[사진:이코노믹리뷰 이미화 기자]

주인 아주머니는 “비싼 승마복도 있지만 일반인들이 승마를 할 땐 복장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복장이나 장비가 비싸다는 편견 때문에 승마가 사치스럽다는 오해가 있는데 정말 오해다. 다만 안전을 위해 모자와 보호대 착용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복장을 갖추고 말이 대기하고 있는 곳으로 갔다. 잘 조련된 말들이 커다란 눈망울을 꿈벅이며 자신이 태울 손님을 유순하게 기다리고 있다. 드디어 말을 탈 차례가 됐다. 이날 타게 된 말은 6년생 암말인 ‘어승생’(한라마)이었다. 윤기가 도는 갈색 털에 검은 갈기가 아름다운 녀석이었다.

이날 승마를 지도한 사람은 목장의 기승(騎乘)을 담당하는 임수철 실장이다. 임 실장은 20년의 말 타기 경력을 가진 베테랑이다. 임 실장의 말은 어승생보다 조금 더 나이가 많고 하얀 털을 가진 암말 아침해(한라마)다. 말의 키가 코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말에 올라야 했다.

산 동물 위에 앉는다는 생각에 미안함이 앞서 속으로 ‘미안, 언니가 좀 무겁다 조금만 참아라’ 하며 조심스럽게 안장 위에 걸터앉았다. 흠칫 하며 말이 놀라는 것 같다. 말 위에 앉으니 종아리 부분부터 말의 체온이 전달돼 따뜻해진다.

“말 몸통을 감싸는 느낌으로 다리를 두고 몸에 힘을 빼세요. 몸에 힘이 들어가면 다칩니다. 그냥 말이 걷는 게 내가 걷는다는 느낌으로 말 움직임에 몸을 맡기세요.”
임 실장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어승생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몸이 갑자기 균형을 잃으며 비틀한다. 말 안장이 미끄러웠다. 중심을 잡으려 하면 할수록 더 미끄러운 것 같아 어느 순간 몸에 힘을 뺐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이미화 기자]


처음엔 몸이 좌우로 흔들리는 게 부자연스러웠지만 조금 지나고 나니 흔들림에 적응이 되는 모양이다. 말은 몇 걸음 걷다가 갑자기 멈췄다. 배변을 하는 모양이다. 임 실장에게 이유를 물어보니 말은 장이 짧아 마사에 있다가 밖으로 나오면 조금만 움직여도 배변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야기를 들으며 앞서 가는 말 꽁무니를 바라보니 그 말 역시 배변 중이었다.

이날 승마체험 코스는 특별히 소나무 숲길을 택했다. 말은 예민한 동물이라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선 도통 움직이질 않거나 딴청을 많이 한다고 한다. 어승생도 이날 체험코스가 낯선지 자꾸 고개를 돌리고 다른 방향으로 발길을 향했다. 보통 승마장에서 승마체험 시간은 코스마다 다르지만 평균 30분 정도 소요된다. 소나무 숲길에 들어선 지 5분쯤 지났을까 눈앞에 야생노루 한 마리가 지나간다.

우리 일행을 따라오던 한 관광객이 “운이 매우 좋네요, 말을 타고 가다가 노루를 보면 소원이 이뤄진다는데 하나 빌어 봐요”라고 귀띔한다. 속으로 무사히 말을 탈 수 있게 해달라고 빌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말을 타고 가다가 산 속에서 노루를 보면 사람보다 말이 더 놀란다고 한다. 말은 시야가 좁기 때문에 갑자기 눈앞에 낯선 것이 불쑥 나타나면 크게 놀란다고 했다. 그럴 때 주의할 점이 있다. 절대 소리를 지르지 말아야 한다. 소리를 지르면 말을 자극해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가족·여성·아동의 승마체험이 인기를 얻고 있다.[사진:이코노믹리뷰 이미화 기자]


또한 말을 탈 때는 자세를 곧게 해야 한다. 자세는 척추를 꼿꼿하게 세우고 말 안장에 앉았을 때 발 뒤꿈치와 엉덩이 끝, 뒤통수가 일직선이 되도록 만들어준다.
조금 더 걷다보니 넓은 공터가 나왔다. 임 실장이 말고삐를 잡아끌더니 달리기 시작했다. 말이 뛰자 엉덩이가 말 안장에 부딪히면서 몸이 위로 통통 튀어 올랐다. 엉덩이에 충격이 전해졌고 균형이 다시 깨지면서 몸이 앞으로 고꾸라질 듯 했다. 균형을 잡기 위해 힘을 주었더니 임 실장이 몸에 힘을 빼라고 주문했다.

머릿속엔 몸에 힘을 빼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득했지만 몸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혼이 빠질 지경이었다. 그래도 절대 낙마는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정신을 똑바로 차리려고 고삐를 더욱 꽉 쥐고 눈을 크게 뜨며 안간힘을 썼다. 그런데 어느 순간 기묘한 느낌이 들었다. 뛰던 말이 어느 순간 달리는 속도가 느려지는 것 아닌가. 박자감도 느껴졌다.

마치 반박자의 리듬이 순간 4분의 3박자 리듬으로 변한 변주곡 같다. 슬로 모션으로 달리는 모습이 영락없이 말 달리며 바람결에 머리카락을 나부끼는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것 같다. 5분간 달리기를 끝내고 마장으로 돌아왔다. 15~20여분 정도 짧은 시간이었지만 살면서 겪은 몇 안 되는 강렬한 경험이었다.

대기소로 다시 돌아오니 그 사이 승마를 하려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과 체험을 하기 위해 어린 딸과 손잡고 나온 아버지와 가족들도 보이고 머리가 희끗한 이제 막 인생2막을 설계하는 노부부의 모습도 보인다. 이들은 대부분 제주도 사람들이다. 말 타는 이유와 장점을 물었더니 대부분 “제주에 살면서 말 타는 건 꼭 해야 할 일 중 하나”라고 답했다.

제주에서 승마를 하면 육지에서 말을 타는 것보다 3분의 1가량 싸게 탈수 있다는 얘기를 덧붙였다. 승마의 장점에 대해서도 “장 활동이 활발해져 변비에 좋고 신진대사가 원활해 혈색이 좋아진다”고 입을 모았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과 함께 매일 승마장을 찾은 지 6개월째 된다는 제주시 노형동의 강혜영씨는 “건강과 성장 촉진에 승마가 좋다고 들어서 딸에게 말을 가르쳐주고자 승마장을 찾게 됐다”며 “처음에 무섭기도 하고 힘들어 오래 못할 거란 생각이 들었는데 하다 보니 건강도 좋아지고 말이란 동물이 인간과 교감이 잘 돼서 정서적으로도 좋아 아이들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제주승마공원 관계자도 “점차 승마하는 인구가 증가하고 있고 가족 단위 손님들과 여성·아동들의 체험 문의가 부쩍 많아지는 등 대중의 관심이 점차 높아지는 건 사실”이라며 승마에 대한 일반인들의 뜨거운 열기를 전했다.

뿌리 내리는 전 국민 말타기 운동

2009년 한국마사회가 주최하고 전국승마연합회가 주관하는 ‘전 국민 말 타기 운동’이 시작되면서 고비용, 특정 사람들을 위한 스포츠로 여겨졌던 말 타기가 국민들의 인식에 변화를 주고 있다. 이 운동은 승마체험을 통한 말의 활용과 수요를 증대해 말의 생산, 육성 분야 기반 확충으로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승마를 국민 스포츠로 정착 시켜 승마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매년 3월과 7월 2분기에 걸쳐 진행되는 ‘전 국민 말 타기 운동’은 마사회에서 강습비의 약 2/3를 지원해주고, 나머지 약1/3(2010년 기준 9만원)은 개인 부담이다. 총 10회에 걸쳐 강습이 진행되며 만 7세 이상부터 60세 이상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참가할 수 있다. 참여를 원하는 국민은 말산업 포털 사이트 호스피아(www. horsepia.com)에서 신청기간 내에 회원 가입을 한 후 승마강습 프로그램 중 본인에게 맞는 프로그램을 선택하면 된다.

2010년에는 5000명, 2011년에는 6500명에게 승마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됐으며, 경쟁률은 10:1 정도였다. 참가자는 전산 추첨을 통해 선발되며 매년 횟수가 늘어날 때마다 입소문을 통해 많은 지원자들이 몰리고 있다고 알려져 내년에는 더 많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전 국민 말 타기 운동’ 이대호 전문위원은 “말 타기 운동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높아짐에 따라 문의 전화도 많이 오고 있다”며 “2012년에도 3월과 7월에 진행될 예정이지만 아직 세부사항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은 “2011년에는 각종 프로그램에 따라 초중고생, 대학생 등으로 세분화시켜 신청을 받았었는데 2012년에는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확대할 예정”이라며 “3월이면 공고문이 나갈 것이고 많은 지원을 해달라”고 밝혔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이미화 기자]


말 타기 좋은 곳
디원호스 승마클럽(www.theonehorse.co.kr)
위치: 경기도 남양주시 호평동 25번지
특징: 사계절 승마가 가능한 실내 승마장으로 체계화된 승마 교육프로그램과
1:1 맞춤 레슨을 받을 수 있으며, 야간 승마를 즐길 수 있다. 031) 591-2275

베르아델 승마클럽(www.horseride.co.kr)
위치: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대부남동 7-11
특징: 세계 유일의 승마용 돔으로 110개의 실내 마장과 마사 설계, 디자인, 건축 자재 등이 특허 등록되어있는 곳으로 목적별 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다. 032)882-2255

청천승마클럽(chungchon.co.kr)
위치: 경상북도 경산시 하양읍 청천리 243번지
특징: 총 1500평 규모로 실내 승마장 300평, 실외 승마장 200평으로 20여개의 마방이 있으며, 4계절 모두 주·야간에도 이용 가능하다. 053) 963-7272

라온승마클럽(www.raonhorse.co.kr)
위치: 제주특별자치도 한림읍 월림리 산 8번지
특징: 클럽하우스와 실내, 실외 마장은 물론 산을 깎아 말을 타고 갈 수 있도록 만든 외승코스도 준비돼 있다. 064) 795-8095

낙동승마클럽(www.nakdongr.co.kr)
위치: 부산광역시 강서구 대저 1동 283-13
특징: 1500평 규모의 실외 승마장과 마장으로 구성돼 있으며,
부산의 맑은 공기와 탁 트인 전경을 볼 수 있다. 051) 972-9000

조성연 박사의 승마 건강상식 Q&A

Q.승마를 하면 어떤 점이 좋은가.
A.승마를 할 때는 말이 리드미컬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상체 자세를 곧게 유지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 요부, 복부 및 대퇴부 근육이 지속적으로 수축되면서 근력과 근 지구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그리고 말의 움직임에 맞춰 상체와 하체의 움직임을 리드미컬하게 조절함으로써 상·하체 간 협응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살아 있는 동물과 함께 호흡하는 운동이기 때문에 다른 운동 종목에서는 얻기 힘든 신뢰성과 책임감, 자아 존중감, 집중력, 인성, 사회성 등을 발달시킬 수 있어 육체적 정신적으로 좋다.

Q.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되나.
A.승마는 전신을 사용하는 유산소성 운동으로 에너지 소비가 상대적으로 높고 특히 지방 대사 비율이 높다. 말의 걸음걸이에 따라 평균 심박수가 각각 평보/116박, 구보/127박, 속보/140박으로 이는 분당 200m에서 분당 300m로 조깅할 때와 유사한 운동량이라 볼 수 있다. 체지방 감소 및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다.

Q.재활승마는 어떤 효과가 있는지.
A.재활 승마는 최근 뇌성마비, 정신지체, 척추손상 등으로 인해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 재활 방법으로써 많이 사용되고 있다. 승마를 할 때에는 반복적으로 몸통이 전후, 상하, 좌우로 움직이기 때문에 인체정렬 및 보행 자세를 교정해주고, 경직된 근육을 이완시키는 효과가 있으며 근력, 유연성 및 심폐지구력 등을 향상시키는데 좋다.

Q.마지막으로 승마 시 유의사항에 대해 알려달라.
A.말에 타기 전, 운동 시 주로 동원되는 근육 부위(허리근육, 대퇴 내전근 등)의 피로와 근육통 예방을 위해 충분히 스트레칭을 해야 한다. 낙마 시 심각한 손상을 입을 수 있으므로 반드시 헬멧과 같은 보호 장구를 착용하는 것도 필수다. <하늘스포츠의학 크리닉 원장>

김은경 기자 keki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