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승현 기자] 아주저축은행이 신용등급을 ‘BBB+ 안정적’으로 신규발급 받으면서 퇴직연금 시장 진출이 예상된다. 저축은행 업권 내 경쟁심화와 차주들의 상환 여력 감소 가능성 증가, 규제강화 등으로 사업에 부담이 존재하는 가운데 ‘퇴직연금’시장 진입이 돌파구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통상 저축은행은 자금조달 시 부담이 될 수 있어 신용평가사의 신용평가를 받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말 퇴직연금 시장 편입이 가능해지자 저축은행들이 신용등급을 받기 시작했다. 아주저축은행이 이번 신용등급을 신규로 부여받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저축은행이 퇴직연금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신용등급 ‘BBB-’ 이상을 보유해야 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13일 아주저축은행의 신용등급을 ‘BBB+ 안정적’으로 신규 평가했다. 신용등급의 핵심 논거는 ▲대출채권 규모 성장 추세 ▲규모의 경제 효과와 대손비용 관리로 양호한 수익성 유지 전망 ▲적극적인 리스크 관리를 통한 양호한 자산건전성 유지전망 ▲아주캐피탈 계열의 비경상적 지원가능성 등을 꼽았다.

▲ 아주저축은행의 수익성 지표 추이. 출처=나이스신용평가

아주저축은행은 2012년 아주캐피탈로 편입된 이후 꾸준히 성장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58억원으로 전년대비 30억원 증가했다. 총자산순이익률(ROA)역시 1.6%로 0.2%포인트 증가했다.

보수적인 여신관리로 자산건전성도 개선세에 있다. 나신평에 따르면 2018년말 기준 아주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과 1개월 이상 연체율은 각각 3.4%, 3.0%로 업권 내에서 양호한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아주캐피탈로 편입된 이후 담보대출을 중심으로 보수적인 여신관리를 해온 덕분이다.

다만 나신평은 고정이하여신의 추가 부실화에 대한 대응능력은 다소 열위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2018년말 기준 대손충당금은 고정이하여신대비 81.0% 수준으로 100%를 밑돌고 있다.

이 가운데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의 요주의자산에 대한 충당금 적립률을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상향하기로 했다.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아주저축은행은 충당금을 늘려야 한다. 이에 대손비용 증가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저축은행은 연 20% 이상 고위험대출 충당금을 50% 추가 적립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 아주저축은행의 자산건전성 지표 추이. 출처=나이스신용평가

대손충당금은 회계상 매출채권에 대해 실제 회수가능도를 측정하고 회수가 불가능할 것으로 추산되는 비율만큼을 미리 충당해놓는 금액이다. 대손충당금이 늘어나면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구조다. 즉 영업력을 나타내는 ROA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한 회계사는 "ROA는 주주 입장에서 중간고사 성적표라고 볼 수 있다"면서 "자산의 효율적 사용을 측정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인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저축은행 업종 간 경쟁 심화도 예상된다. 이은정 나신평 금융평가 실장은 "저축은행 업종 내, 업종 간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더불어 경기침체 장기화에 따른 차주들의 상환여력 감소 가능성 등으로 자산건전성 관련 부담이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영업력 저하 가능성이 제기되자 아주저축은행은 신사업 확장으로 방어에 나설 전망이다. 아주저축은행 관계자는 “퇴직연금 시장 진출을 검토하기 위해 신용평가를 받았다”면서 “다만 퇴직연금 사업을 검토하는 단계로 사업을 시작할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부터 금융당국은 연금 특성에 맞는 다양한 퇴직연금 상품 출시, 확정급여형(DB) 퇴직연금의 리츠(REITs)투자 허용과 원리금보장상품 운용방법으로 저축은행 예·적금 편입을 가능하도록 했다. 이에 OK, SBI, 대신, 푸른상호, 유진, 페퍼저축은행 등이 신용등급을 받아 퇴직연금 시장에 뛰어들었다.

저축은행의 퇴직연금 시장 진입은 성공적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OK저축은행은 퇴직연금 정기예금 잔액은 상품 출시 3개월 만에 3000억원을 돌파했으며, 13일 기준 4600억원을 기록했다. SBI저축은행도 약 4300억원의 잔액을 기록했으며 25개 운용사와 계약을 맺고 있다. 상대적으로 높은 저축은행 상품 금리와 고령화의 영향으로 퇴직연금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확대된 영향이다.

저축은행의 퇴직연금 시장 편입은 지난해 전체 수신액 증가를 견인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작년 12월 기준 저축은행 수신액은 59조8102억원으로 2017년 51조1815억원에 비해 8조원 이상 증가했다.

이에 아주저축은행도 흥행하는 퇴직연금 시장 진출로 영업력 강화에 나설 전망이다. 한편, 아주저축은행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아주캐피탈은 오는 7월 우리금융지주로 인수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아주캐피탈의 최대주주인 사모펀드(PEF) 웰투시인베스트가 펀드 만기를 1년 연장하기로 하면서, 우리금융의 인수도 내년으로 연기됐다. 아주저축은행이 적극 영업확대에 나서는 이유로도 지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