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소설 <재능있는 리플리씨(The Talented Mr. Reply)>는 1960년대 <태양은 가득히>로, 이후 1990년대에 <리플리>로  재차 영화화됐다.

톰 리플리라는 평범한 미국 청년이 돈만 흥청망청 쓰는 아들을 유럽에서 데리고 오라는 부호의 부탁을 받고 돈을 벌기 위해 유럽으로 건너가게 된다.

어린시절 알고 지내던 부호의 아들은 유럽에서 톰이 누려보지 못한 화려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톰은 그에게 무시를 받으면서도 함께 어울리면서 급기야 자신이 상류사회의 일원이 된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상류사회의 생활이 너무나 달콤하고 화려했던 탓인지 톰은 미국으로 돌아가라는 부호 아들의 말에 발끈해서 그를 죽이게 된다.

화려한 상류사회에 대한 부러움과 질투, 선망과 동경의 감정에 휩싸인 톰은 자신이 살해한 부호의 아들로 행세하기 시작한다.

부호 아들 여자친구까지 자신을 사랑하게 만들면서 완벽하게 상류사회 일원이 됐다고 생각한 순간 부호 아들의 시체가 바다위로 떠오르면서 톰의 한여름밤의 꿈같은 생활은 막을 내린다.

이 영화는 인간의 욕망과 함께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으로 인한 신분적 격차가 얼마나 뚜렷이 나타나는지를 잘 보여준다.

리플리 증후군이라는 표현도 이 소설에서 따왔다. 자신의 실제 현실을 부정하고 마음속으로 희망하는 허구의 현실을 진짜라고 믿어 거짓말로 남들을 속이거나 자신을 속이는 것을 일컫는다.

뉴욕에서 ‘가짜 상속녀’로 일컫는 사건이 발생했다. 상류사회에 대한 동경과 현실에 대한 부정, 거짓말 등이 버무러져 마치 여성판 리플리를 보는듯한 느낌이다.

단 하나의 차이점이 있다면 이 여성은 사람을 죽이지 않았다는 정도일 것이다.

독일 부호의 상속녀라고 알려졌던 애나 델비의 실제 신분은 러시아 출신의 독일 이민자인 애나 소로킨으로, 사기나 거짓말로 얻어낸 돈을 물쓰듯 쓰면서 상속녀라는 가면을 지켜냈다.

뉴욕 법원은 중절도와 서류 위조 혐의로 애나 소로킨에 징역 4년에서 최대 12년을 선고하고 20만달러의 피해배상과 2만4000달러의 벌금도 부과했다.

공식적으로 애나 소로킨이 남들에게서 얻어낸 돈과 무료 서비스의 가치는 약 21만3000달러로 알려져있다.

아버지가 운송회사의 임원으로 일하는 평범한 집안의 딸인 애나 소로킨은 19살에 패션을 공부하기 위해 프랑스 파리로 떠나게 된다.

파리에서 애나 소로킨은 프랑스 패션, 예술, 문화 관련 잡지인 ‘퍼플(Purple)’에서 인턴으로 일하게 되는데 이때 상류사회의 화려함에 눈을 뜨게 된다.

한달에 겨우 400유로 (한화 약 66만원)를 벌던 인턴 봉급으로는 생활이 어려워 부모에게 보조를 받았던 애나 소로킨은 2013년 뉴욕 패션위크에 참석하기 위해 뉴욕을 방문하면서 독일 부호의 상속녀로 둔갑했다.

자신의 이름을 애나 소로킨에서 애나 델비로 바꾸고 자신의 이름으로 된 트러스트 펀드에 6700만달러의 돈이 있다면서 100달러짜리 지폐를 팁으로  쓰기 시작했다.

물론 트러스트 펀드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았고, 100달러짜리 지폐는 4000만달러를 투자해서 회원제 전용 사교클럽을 만들겠다는 포트폴리오를 은행들에 제시하고 대출을 받은 것이었다.

그녀는 잡지사에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패션계와 예술계 사람들과 어울리고 부유층들을 만났다. 자신이 파티를 기획한 것처럼 해놓고 비용은 다른 부자 친구가 지불하게끔 하는 방식으로 이곳저곳에서 돈을 빌리기도 했다.

애나가 비용을 지불하기로 한 모로코 여행에 따라갔던 패션 잡지 <베너티 페어>의 기자는 자신의 신용카드로 6만2000달러라는 거액의 여행 비용을 결제하기도 했다.

해당 기자는 본인의 사연을 <베너티 페어>에 기고했고 이 내용을 바탕으로 한 TV시리즈가 현재 기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애나 델비는 중형을 구형받았음에도 자신은 ‘사람들에게 미안하지 않다’라면서 자신의 이름 델비는 엄마쪽 성이라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법정에 나올 때 입을 옷을 위해 코디네이터를 고용하는 등 아직도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