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15일 대기업 집단 및 동일인(총수) 지정에 나선 상황에서, 국내 ICT 업계를 대표하는 네이버가 준대기업 집단에 머물렀으나 카카오는 대기업 집단에 이름을 올려 눈길을 끈다. 기업 규모로 보면 네이버가 카카오에 앞서지만 공정위의 판단 잣대가 국내 사업 비중을 따지기 때문이다.

공정위 등에 따르면 네이버는 올해 대기업 집단 지정을 피해갔다. 네이버의 올해 자산이 8조3000억원이며, 이는 대기업 집단인 10조원 가이드 라인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만 네이버의 전체 기업가치는 10조원을 훌쩍 넘기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자회사 라인을 포함하면 당장 10조원 이상 대기업 집단에 들어간다. 공정위의 판단 기준은 국내에만 한정되기 때문에 네이버가 대기업 집단에서 빠졌다는 결론이다.

▲ 이해진 창업주가 발언하고 있다. 출처=네이버

네이버 특유의 정체성이 잘 드러난다는 평가다. 네이버는 국내에서 출발했으나 글로벌 무대를 지향하고 있으며, 특히 일본에서 상당한 존재감을 가지고 있다. 라인의 국적이 한국이 아닌 일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현지화 전략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네이버는 한국도 일본도 아닌 아시아 기업인 라인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에 상당한 입지를 구축했고, 지금도 내부보다는 외부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네이버가 올해 초 미국에서 열린 CES 2019에 참여한 것과, 이해진 창업주가 내부를 한성숙 대표 및 이사회에 맡기고 본인은 글로벌 시장 개척에 집중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 창업주는 네이버 지분도 꾸준히 줄이며 공격적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 타진에 나서고 있다.

카카오는 사정이 다르다. 이번에 IT 기업 최초로 자산 규모 10조원을 기록해 대기업 집단이 됐다. 글로벌 자산을 다수 가진 네이버가 국내 시장 기준으로만 판단한 공정위의 결정으로 대기업 지정을 피해간 가운데, 국내 시장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가진 카카오는 올해 10조6000억원의 자산을 인정받아 정부 인증 최초의 IT 대기업이 된 셈이다.

공정위가 선정한 대기업이 되면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것이 중론이다. 계열사 간 상호출자·순환출자·채무보증 금지,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 등의 규제를 적용받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카카오는 2016년 대기업 집단에 선정됐으나 일반 제조기업과 동일한 잣대는 불합리하다고 반발, 공정위가 이를 받아들여 자산 기준을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올려 6개월만에 '대기업에서 탈출'한 경험도 있다.

다만 올해에는 카카오가 자산 10조원을 넘기는 바람에 꼼짝없이 대기업이 됐다. 당장의 악영향은 없겠지만 중장기적으로 인수합병 등 공격적인 IT 업계의 트렌드를 더디게 따라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IT 기업의 특성을 잘 살피는 정책적 판단이 나와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공정위의 카카오 대기업 선정도 카카오의 정체성을 잘 보여준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B2B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전략을 타진하면서, 주로 국내에서 비즈니스를 진행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패스 모바일을 인수하며 정체성인 모바일 메신저 글로벌 시장을 두드렸으나 실패했고, 그 외 글로벌 비즈니스에서 별다른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대신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의 강력한 존재감을 바탕으로 국내에 집중했고, 이 부분이 성공을 거둬 공정위가 지정한 대기업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국내 시장 집중 일변도를 보이고 있으나, 최근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는 장면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카카오페이지는 인도네시아 콘텐츠 시장에 진입했고 픽코마는 일본에서 무서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캐릭터를 중심으로 하는 IP 비즈니스도 빠르게 이어지고 있으며, 무엇보다 네이버와 비교해 국내에 집중하는 상황에서 '토종 ICT 간판 기업'의 입지도 다지고 있다. 이러한 여세를 몰아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도 조만간 의미있는 성과를 보여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