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ICT는 인간의 감성을 자동 인지하고, 사용 상황에 맞게 감성정보를 처리해 사용자 감성 맞춤형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이다. 터치스크린, 촉각 센싱 등 감성을 자극하는 기술 및 뇌파, 맥파 등 생체인식 등을 통해 인간의 감성을 인지·처리하는 기술이 융합된 산업으로 사용자의 편의성과 실감성을 제공한다.

스마트폰의 터치감 및 편리성은 소비자의 감성을 만족시킨 대표적인 감성 융합 사례다. 다른 예로 색상, 소리 등으로 감성 상태를 나타내는 모바일폰, 졸음을 인지해 사고를 예방하는 자동차, 영상에 비친 인물의 감정이나 분위기에 따라 수상한 사람 여부를 파악하는 CCTV, 시청자가 생각만으로 채널이나 볼륨을 조작할 수 있는 TV 등도 얼마든지 상용화될 수 있다.

국내 감성ICT 기술력 선진국 ‘50~80%’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기술의 고성능화·복잡화에 따라 기존 성능 위주의 시장전략에서 사용자의 감성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소비자 감성 지향형 산업으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 동안 성능과 속도 경쟁 위주의 ICT 발전이 이뤄진 상황에서는 감성 관련 기술이 변방의 뜬구름 잡는 기술일 뿐이었지만, 이제 미래 산업으로서 감성ICT가 각광받게 됐다는 분석이다. 현재 멀티터치, 음성, 표정 인식 등의 기술은 2~3년 후에는 초소형 센서, 다중채널 기반의 고급 감성 인지 기술, 감성 증강 UI(사용자환경), 감성 교감 통신 네트워크 등으로 발전해 감성 융합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메르세데스 벤츠가 시연한 ‘어텐션 어시스트’. 운전자의 피로를 커피 아이콘으로 달래준다


다중채널 기반 고급 감성인지는 생체환경, 음성, 주변 환경 등을 고려한 개인 감성 인지를, 감성 증강 UI 는 사용자 감성 상태를 인지해서 표현하는 화면·촉각 등의 UI를, 감성 교감 통신 네트워크는 사용자의 감성 정보를 처리하기 위한 프로토콜과 EML 기반 감성통신을 말한다.

또한 모바일 기기, TV 등 전자기기뿐 아니라 자동차, 건축 등 타 산업에서도 감성ICT기술이 융합돼 맞춤형 제품 및 서비스가 다양하게 등장할 것으로 지경부는 기대했다. 이미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감성ICT기술의 연구개발 지원을 강화하고 있으며 MIT, 마이크로소프트(MS), NTT도코모, 어펙티브미디어 등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감성 융합 기술을 차세대 프로젝트로 선정, 기술 개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MIT는 인간의 감성과 상호 작용하는 ‘키스멧로봇’, 가상캐릭터 ‘얼라이브(ALIVE)’ 및 사물과 교감하는 ‘생각하는 사물(Things that think)’ ‘디지털 라이프(Digital Life)’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MS는 감성 게임, 감성형 홈서비스를 위한 플랫폼 개발 및 USC에서는 감성형 서비스를 위한 플랫폼으로 연구개발(R&D)을 진행하고 있고, 유럽연합(EU)은 프로메테우스와 에스프리 프로젝트를 통해 감성공학/인간공학을 연구하고 있다.

또한 독일의 메르세데스 벤츠는 뇌파와 핸들의 센서를 통해 운전자의 피곤 및 부주의한 정도를 측정해 커피 아이콘을 띄워주는 ‘어텐션 어시스트(Attention Assist)’를 시연했으며, 어펙티브 미디어는 감성형 정보를 이용한 단말 및 시스템 개발을 진행 중이다.


일본에서는 감성 게임 및 감성 융합 플랫폼 기술의 개발 및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소니는 인간의 언어 및 얼굴 표정을 통해 감성을 인식해 작용하는 감성 게임을 위한 표정인식 기술을 개발하고 있고, 일부 메이저 통신업체를 중심으로 감성 융합 플랫폼 기술에 대한 기반 연구를 시작했다.

특히 이들 선진국에서는 관련 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이 활발하다. 미·일·EU 정부는 감성ICT의 특성과 차별화된 응용분야를 고려해 차세대 융합기술로 기술개발 및 정부 지원을 병행하고 있다. 특히 이들 국가들은 국제 표준화 기구를 활용해 감성 기술에 대한 지적재산권 확보를 추진하고 있어 대응이 시급하다.

정부의 정책·자금 지원 ‘로드맵’이 없다
국내에서도 감성ICT 연구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이와 관련, 지경부는 지난 3월 IT산업 강점을 기반으로 ‘2020년 감성ICT 산업 글로벌 No.1’ 달성을 목표로 내세운 바 있다.

국내의 경우, 모바일 산업을 중심으로 감성기술과의 융합이 시작됐다. 특히 통신업체를 중심으로 사용자의 감성을 자극해 편의성을 도모하는 감성 기반의 콘텐츠 및 마케팅 개발이 시도됐다. SK텔레콤이 2008년 선보인, 친한 친구 4명과 현재 상태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한 ‘파자마5’와 휴대전화 대기화면에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위젯 개념의 ‘아이토핑(I topping)’, 날씨 뉴스 무선인터넷 콘텐츠 등을 제공하는 맞춤형 대기화면 서비스 ‘티인터랙티브(T interactive)’ 등이 그것이다. 이들 서비스는 안타깝게도 감성정보 추출 기반 기술이 미비해 크게 각광받지는 못했다.

삼성·LG전자 등 단말제조사는 햅틱·UI 기반의 감성 자극 휴대전화 개발 및 감성 기반 디스플레이 프로젝트로 초기단계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중소기업들 또한 감성 인지 기술 개발 위주로 초기 감성 연구를 해나가고 있다. 유비벨록스 경우, 추출된 감성 정보를 휴대전화 등의 단말기에 활용할 수 있는 감성 플랫폼, 감성UI, 감성 콘텐츠 및 감성 단말기를 개발 중이다. 락싸는 뇌파의 측정 및 활용을 위한 다양한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이외 ETRI, KAIST, 광주과기원 등 연구기관들은 생체신호 기반 감성 추론에 대한 연구를, 정부 차원에서는 부처별 기초 연구개발을 각각 진행하고 있다. 현재 국내 감성ICT에 대한 정부의 체계적 지원체계는 미흡한 실정이다. 지경부가 생체신호 계측 및 인지 기술의 기초기술 연구개발 지원을 시작했고, 지난해 ‘감성UX인터랙션 기술’을 100대 전략제품 기술로 선정, 지원에 나서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2008년 말 국가 육성 과제 중 하나로 감성 인터랙션 기술을 선정하고, 기술 범위 및 기술 동향 등을 분석, 지원체계를 구축했다. 또 지식경제R&D전략기획단의 경우, 신시장 창출형 미래산업 선도 기술의 6대 과제에 ‘뇌-신경IT융합 뉴로툴’을 선정하기도 했다.

이들 단위 과제별 선행연구에도 불구, 대규모의 조직적인 정부 주도 프로그램이 없다는 지난 3월의 지경부 판단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게 업계 판단이다. 취약한 국내 R&D 연구인력 및 장비 인프라의 해소 역시 업계가 바라는 점이다.

지난해 9월 설립돼 11월 지경부 설립 인가를 받은 ‘감성ICT산업협회’(회장 김우종 SKT 서비스기술원장)는 감성ICT 기술 개발 및 상용화 기반 마련이라는 설립 취지와 달리 지난 1년여 큰 성과를 거두진 못한 상태다.

초기 협회에는 SK텔레콤, LG유플러스, 삼성전자, LG전자(이상 대기업), ETRI(연구소), 유비벨록스, 락싸, 네이버시스템즈, 미디어코러스, 바이오넷, 솔트룩스, 니즈커뮤니케이션스(중소기업), 고려대, 인하대, 연세대, 경희대, 상명대, 서울대, 숙명여대, 충북대, 동국대, KAIST, DGIST, GIST(이학계)가 참여했다.

협회 감사를 맡고 있는 ETRI 신현순 박사는 “원천기술 상용화를 위해서는 초소형 센서 개발, 테스트베드 구축 및 감성 정보 표준화를 이뤄야 하지만, 민간 부문에서는 소화하기 어렵다”며 “이를 위해 상당한 규모의 재원이 투입돼야 하는 만큼,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한편, 내년 5월 12일부터 8월12일까지 3개월간 전라남도 여수신항 일대에서 열리는 ‘2012 여수세계박람회’ 기간, SK관 1층에서는 국내 감성ICT 기술을 집약, 소개하는 코너가 마련될 예정이다. 미래 ICT 기술을 소개하기 위한 일환으로, 다양한 준비를 통해 이용자가 이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감성ICT시장 2015년 1조달러 돌파

감성ICT 기술은 휴대전화 분야를 중심으로 ICT산업 내에서 빠른 속도로 확산될 것이라는 기대다. 감성ICT산업협회가 지난 3월 내놓은 ‘감성ICT 산업 규모 및 경제적 파급 효과’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감성ICT 산업 규모는 2011년 1486억달러 수준에서 2015년 1조 270억달러로 연평균 118.2%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감성ICT산업 규모는 2011년 4조원 수준에서 2015년 26조 8000억원 수준으로 연평균 성장률 114%의 성장세를 기대했다.

감성ICT가 비(非)ICT분야에 융합됐을 경우, ICT분야에 비해 성장속도가 더딜 것으로 예상되지만 자동차·건설 등 큰 산업분야 위주로 융합이 진행될 것으로 점쳐졌다.
세계 비ICT분야 융합산업의 규모는 자동차 산업의 확대에 힘입어 2011년 6190억 달러에서 2015년 9140억달러 수준으로 연평균 9.5% 성장하고, 국내 비ICT분야는 2011년 16조원에서 2015년 23조 8000억원 수준으로 연평균 9.7%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신현순 박사(한국전자통신연구원)
“앞선 감성 ICT 기술개발 정부 선제적 투자 나서라”

[사진:이코노믹리뷰 이미화 기자]

지난 3월 지식경제부의 대대적인 국내 감성ICT 개발 지원 발표 이후 국내 관련 산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지경부도, 관련 협회도 강추하는 ETRI 신현순 박사(융합기술연구부문 감성융합미들웨어연구팀)를 만나 국내 감성ICT 현황을 들어봤다.

“현재 감성ICT 기술 개발은 해외 선진국과 경쟁하고 있습니다. 이들에 비해 빨리 결과물을 내는 게 중요하다는 점에서 정부가 단기간 내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해 주었으면 합니다. 세계 시장을 선도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습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오랫동안 일하면서 최근 ‘감성ICT 전도사’를 자임하는 신현순 박사의 요구다. 그만큼 현재 국내 감성ICT 기술 개발에 자신감이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선진국 대비 적게는 50%, 많게는 80% 격차를 줄였다는 신 박사는 현재 감성ICT 개발 과정에서 관련 특허도 국내외 10여종 출원해놓은 상태라고 강조했다.

신 박사는 감성ICT를 한마디로 ‘마음을 디자인하는 기술’이라고 부른다. 이용자의 감성에 맞춘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감동을 주는 데서 나아가 내 마음을 읽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른바 ‘아날로그식 감성을 갖게 하는 하이테크 기술’인 셈이다.

지식경제부를 필두로 감성ICT 개발이 본격화됐으며, 이후 교육과학기술부와 방송통신위원회, 각 업체, 기관/단체 등이 이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를 본격 추진하기 위해 지난해 9월 설립된 감성ICT산업협회는 이르면 올해 안, 인력과 조직을 쇄신 해 새로운 형태로 본격 담금질을 시작할 예정이다.

신 박사는 “아이폰 도입을 계기로 국내 IT 강국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치고 나가기 위한 것이 바로 감성ICT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접목한 스마트폰이나 스마트TV, 스마트카 등 관련 제품·서비스를 먼저 시장에 내놓겠다는 얘기다.

쓰임새도 다양하다. 모바일산업 분야는 물론 콘텐츠, 신변보호산업, 테라피, 공감교육, 쇼핑, 엔터테인먼트, 산모관리시스템 등 정서적 감성의 만족도를 높일수 있는 산업이라면 모두 적용이 가능하다.

일본 닛산자동차에 비해 한발 늦었지만 국내에서도 내년 감성 인지 자동차 프로젝트가 지경부 지원의 5개년 계획으로 시작될 예정이다. 비슷한 시기, 개인신변 보호 프로젝트도 병행될 것으로 보인다. 2007년부터 개발을 시작한 감성 스마트폰의 경우, 내년 제품화를 기대하고 있다. 유비벨록스와 ETRI 등이 기술 개발을 맡았다.

함께 참여한 SK텔레콤의 요구가 있으면 삼성·LG전자를 통한 단말기 출시가 가능할 것이라고 신 박사는 기대했다. 이와 관련된 국내외 표준화 경쟁도 뜨겁다. 잇단 관심에도 불구, 전기전자기술자협회(IEEE) 등 주요 표준화기구 내 워킹그룹(WG)까지는 구성이 안된 상태다.

“한국은 강한 ICT 인프라가 장점입니다. 이를 토대로 감성ICT 기술 개발에 매진할 경우, 세계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원친기술 상용화를 위해서는 막대한 재정 지원 등 정부의 정책적인 배려가 필요하다는 신 박사의 장담이다.

박영주 기자 yjpak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