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태호 기자] 경제성장률 둔화 등으로 4월까지의 세계 선박 누적 발주량이 급감한 중에 국내 조선사 수주량은 평균 감소율보다 더욱 하락한 모습을 보인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국내 조선 3사의 주력선종인 LNG운반선의 발주는 전년과 같은 수준으로 견고했으며 최근 카타르 발 60척 발주도 본격화되고 있어 국내 조선업체들의 실적 개선 기대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4월까지의 세계 선박 누적 수주량은 총 769만CGT로 전년 동기 대비 약 37% 감소했다.

이 중 전체 수주량 26%로 세계 2위에 있는 국내의 경우 총 수주량 202만CGT로 전년 동기 대비 55% 감소한 모습을 보였다. 반면, 전체 중 45%를 차지하고 있는 세계 1위 중국의 총 수주량은 344만CGT로 전년 동기 대비 10% 감소한 모습을 보였다.

즉, 4월까지의 세계 전체 수주량이 전체적으로 축소된 중에 국내 수주량은 평균 대비 더 크게 줄어들었고 중국은 평균보다 적게 감소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LNG운반선. 사진=현대중공업

세계 선박 발주량 감소는 글로벌 경제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선박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것은 벌크선과 컨테이너선 등인데, 세계 경제가 둔화되면 국가 간 교역이 덜 활발해져 해상 물동량이 줄며 이는 벌크선과 컨테이너선 수요 감소로 이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3.3%로 제시했다. 지난해 10월 전망치보다 0.4%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세계무역기구(WTO)도 올해 세계 교역 성장률이 2.6%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는 지난해 9월 대비 0.9%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이봉진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IMF가 발표한 전 세계 경제 성장률과 글로벌 교역량 그림은 거의 일치한다”라며 “경제성장 둔화로 교역량이 위축되면 선박 발주도 관망세로 접어들 수 밖에 없다”라고 분석했다.

중국의 수주량이 국내보다 덜 감소한 것은 중국의 주요 선종인 벌크선과 1만5000TEU급 컨테이너선 등의 자국 발주가 확대된 것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중국은 21만DWT급 벌크선 16척을 자국 내 조선소에서 발주한 바 있으며, 지난 3월에는 중국 CSSC가 1만5000TEU급 컨테이너선 10척을 자국 발주한 바 있다.

국내 조선사의 주력 취급 선종은 탱커선, 컨테이너선, LNG선 등인데, 탱커선 발주량이 전년 동기 대비 57% 감소한 중에, 컨테이너선의 중국 내 발주가 늘면서 상대적으로 국내 수주량 축소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세계 LNG운반선 발주는 대체로 견고했다. 올해 4월 LNG운반선 누적 발주량은 21척으로 전년 동기와 대체로 같았다. 이 중 국내 조선 3사가 물량의 절반 이상인 14척을 수주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삼성중공업이 4월까지 총 7척 수주하는 등 특히 좋은 모습을 보였다.

▲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LNG운반선. 출처=삼성중공업

업계는 4월 누적 선박 발주량 감소를 업황 악화와 연관짓는 시각에 대해서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LNG운반선 발주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카타르의 LNG운반선 60척 발주가 예상된 중에 국내 조선 3사가 우수한 기술력 등에 힘입어 많은 양의 수주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카타르는 지난 2004년부터 2007년까지 가스 프로젝트에 투입될 LNG운반선 45척을 발주량 전량을 국내 조선사에게 발주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세계 선박 수주 점유율이 높은것은 벌크선을 사실상 독식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다만 국내 조선3사의 주요 선종과는 차이가 있으므로 점유율이 낮거나 떨어졌다고 해서 그 영향은 수치에 비해 실질적으로 적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 2분기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라 전체 업황을 조망하기에는 이른 시점”이라며 “국내 조선사 주요 취급 선종인 LNG운반선이 올해 하반기 카타르 발주 등에 힘입어 늘어날 전망”이라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도 “낙관적으로 볼 수만은 없지만 아직 업황 악화를 판단하기에는 이른 시점”이라며 “하반기에 카타르와 러시아의 LNG운반선 발주가 예상돼있는 만큼 긍정적이라 볼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이봉진 애널리스트는 “올해 경제성장률 및 교역증가율 둔화는 불가피하겠지만 다음해부터 물동량 증가율이 선복량 증가율을 상회하는 구간에 진입한다”라며 “이는 선박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므로 현재 상선발주 소강상태는 오래 가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라고 분석했다.

한영수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LNG선만이 발주량 유지된 것으로 볼 때 올해 발주 부진 원인이 선박 수급이 아닌 ‘불확실성’에 기인한다”라며 “이는 LNG선이 상대적으로 미중 무역협상 및 선박 환경규제 관련 불확실성에 상대적으로 둔감하다는 점도 시사한다”라고 분석했다.

▲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LNG운반선. 출처=대우조선해양

한편, 국내 조선사의 LNG선 발주를 다소 주의깊게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연수 나이스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현재 국내 LNG선 수주잔고/선복량 비율은 25.3%로 평균 비율인 10%보다 높은 수준”이라며 “LNG선은 실제 수급 전망치보다 투기적 발주에 의해 시장이 크게 등락하는 특징이 존재하며 과거에도 과잉발주에 따른 선복량 급증이 이후의 수주불황과 이어진 이력이 있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김 애널리스트는 “실제로 과거 2004년~2006년, 2011년~2015년 LNG선 수주 호황 이후 과잉발주에 따른 LNG선 선복량 급증으로 향후 3~4년간 극심한 수주불황이 이어졌다”라며 “글로벌 LNG 시장도 원유 시장 대비 크지 않으며, LNG선 시장이 전체 조선업 내 차지하는 비중이 12% 내외에 이르므로 운임 변동성 등의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