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태호 기자] 중동 유조선 사보타주로 장중 유가가 올랐지만, 중국의 보복관세 선언 발표되면서 이를 상쇄, 국제유가는 하락세로 장 마감됐다.

13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6월 인도분은 전 거래일보다 1.0%(0.62달러) 하락한 배럴 당 61.04달러를 기록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브렌트유 7월 인도분은 0.6%(0.39달러) 하락한 배럴 당 70.23달러를 기록했다.

이날 국제유가는 세계 원유 물동량의 3분의 1이 드나드는 중동 호르무즈 해협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유조선 2척이 사보타주(의도적 파괴행위) 공격을 받았다는 소식이 아랍에미리트(UAE)로부터 전해지면서 장 중 WTI는 63.33달러까지, 브렌트유는 72.58달러까지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 공격으로 사상자가 발생하거나 기름이 유출되지는 않았다.

UAE는 공격 주체를 밝히지 않았으며, 대신 해당 유조선 중 한 척은 미국으로 향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전했다. 앞서 이란은 미국의 원유 수입 제한조치 연장 거부에 대응해 “이란의 이익이 축소될 경우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라며 강경 대응 예고한 바 있다.

이에 이란 외무부는 이번 사보타주가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사우디 유조선 공격에 대한 정보를 구체적으로 공개하라”라 전했다고 로이터통신 등 해외 주요 언론이 보도했다.

필 플린(Phil Flynn) 프라이스 퓨처스 그룹 선임 애널리스트는 “이번 공격은 석유 선호도를 늘리고 변동성을 더할 것”이라며 “이란으로부터의 위협이 커져가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의 보복관세 선언이 이어지면서 국제유가는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중 무역협상 결렬로 양국이 이른바 ‘관세 치킨게임’에 돌입하면 경제성장에 타격을 입을 수 있고, 이는 원유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미-중 무역갈등 고조로 뉴욕증시가 급락하고 미국의 장단기 채권금리가 역전되는 현상 등도 국제유가에 영향을 줬다.

같은날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미국 관세 부과에 대응해 오는 6월 1일 오전 0시부터 미국산 수입품 일부에 관세 부과할 것”이라며 “관세율은 품목별로 다르며 최대 25%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이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품목 개수는 총 5140개로, 이 중 절반 이상인 2493개 품목에 25%의 관세가 부여될 예정이다. 이 중 소고기, 벌꿀 등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기반 지역의 주요 산업인 농·축산물이 대거 포함돼있다.

앞서 미국은 지난 10일(현지시각) 컴퓨터, 휴대폰 등 5700여종 총 2000억달러 규모에 대한 관세를 기존 10%에서 25%로 올렸다. 여기에 나머지 325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25% 관세 부과도 준비하고 있다.

앤드류 리포우(Andrew Lipow) 리포우 오일 어소시에이트 대표는 “주식시장 매도세가 원유 가격을 끌어내렸다”라며 “중동의 사보타주가 없었다면 더욱 하락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미국과 중국은 상호간에 약 2~3주간의 협상 여지를 준 상태다. 중국은 보복관세 실행을 오는 6월 1일부터 적용했고, 미국도 관세 인상을 ‘발효 당일(10일) 중국을 출발한 제품’부터 적용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중국산 화물이 선박 등으로 미국까지 운반되는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3주가 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