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미중 무역협상이 사실상 빈 손으로 끝난 가운데, 중국이 13일 600억달러의 미국산 제품에 대해 최대 25%의 보복관세를 부과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관세 부과 대신 희토류 및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을 대상으로 압박에 나서는 우회 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이번 조치로 중국의 정면대결 의지가 선명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이 600억달러 미국산 제품에 대해 최대 25%의 보복관세를 매긴 직접적인 원인은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응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미국은 최근 워싱턴에서 열린 미중 무역협상 직전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기존 10%의 관세를 25%로 올리는 파격적인 조치로 판을 흔든 바 있다. 이에 중국도 60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대한 25%의 관세 부과를 통해 사실상 강대강 대치를 선택했다.

미국의 관세 부과 조치에 중국도 관세 부과라는 ‘카드’를 빼든 것은 그 자체로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이 추가 관세를 부과하며 최고 수준의 압박을 취하는 가운데 외교가에서는 중국이 관세 부과라는 맞대응보다 희토류 수출 제한 및 미국 국채를 통한 세부 전략, 나아가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규제를 통해 우회 압박에 나설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중국이 모두의 예상을 깨고 보복 관세를 택한 것은 정치적 문제가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온다. 중국은 올해 신중국 창립 70주년을 맞아 내부의 일치된 단결을 꾀하는 한편, 티베트 봉기 60주년, 천안문 사태 30주년이라는 민감한 시기를 넘겨야 한다. 이 과정에서 미국과의 무역전쟁에 끌려다니는 모습을 연출하면 시진핑 주석 중심의 중국 정부 장악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바 있다.

이에 중국 정부는 내부 결속을 강화하는 한편 미국과의 일전을 불사한다는 의지를 보이기 위해 보복 관세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만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 경우 중국 입장에서 득보다는 실이 크기 때문에, 추후 어떻게든 엑시트 전략을 모색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중국이 보복 관세를 선언하며 그 시한을 6월 1일로 잡은 대목이 눈길을 끈다. 5월 한 달 미국과의 추가 협상을 통해 협상의 여지를 남기기 위한 ‘시간벌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서 베이징 추가 협상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는 이유다.

나아가 미국 대선 정국이 내년부터 시작되는 가운데 미중 무역전쟁을 트럼프 대통령 ‘흠집내기’로 활용하려는 중국 정부의 노림수가 깔렸다는 주장에도 설득력이 더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