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마존이 하는 일보다 하지 않는 일을 고르는 것이 더 쉬운 상황이 되었다.    출처= PETER ARKLE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아마존도 페이스북과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그칠 줄 모르고 성장한 이 기업은 너무나 커졌고 문어발식으로 손대지 않는 것이 없으며, 너무 강력한 기업이 되다 보니, 불가피한 실수가 잇따르며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신뢰, 워싱턴의 호의, 그리고 글로벌 장악력을 약화시키기 시작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잠시 멈추고, 하루 수천만 개의 물품을 운송하는 것을 업계 표준으로 만든 회사가,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분야의 글로벌 리더가 되고, 홀푸드 식료품점을 인수하고(두번째 체인도 구축하고 있다), 경찰이 범죄자를 식별하도록 돕고, 자체 항공화물 군단을 구축하고 있고, 연간 110억 달러 규모의 광고 사업도 하고 있고, 우주로부터 지구상의 모든 사람에게 인터넷을 제공할 계획도 갖고 있고, 미국 가정 10 곳 중 한 곳에 상시 마이크(에코)를 설치하고 있고, 맨 땅에서부터 오스카상 수상 영화와 TV 스튜디오를 제작하고 있고, UPS, 페덱스(FedEx), 구글, 페이스북,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IBM, 책 출판산업 전체, 넷플릭스(Netflix), 케이블 영화채널 HBO, 종합 미디어 Di, 심지어 이제 막 출현한 수 많은 스타트업들 - 숨이 차지만 참으시라 – 과 경쟁하고 있음을 보라.  

야망과 문제는 불가분의 관계다. 아마존의 야망이 늘어날수록 문제들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현재, 안면인식 소프트웨어 사용, 창고 직원과 배달 직원에 대한 처우, 말하는 스피커가 어린이 보호 규정을 위반했는지 여부, 홀푸드 인수 후 실제로 가격이 낮아졌는지, 초인종 카메라 자회사 링(Ring)이 사용자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고 있는지 등의 갖가지 논란에 휩싸여 있다.

지난 달, 이 회사는 아마존 해체를 주장한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엘리자베스 워렌과 공개 트위터에서 말다툼을 벌였고, 로봇을 통해 창고 직원들을 해고한다는 보도에 반박했고, 임신을 이유로 7명의 근로자들을 해고했다는 사실을 부인했다.

그 이전에도, 계산원 없는 매장이 저소득자를 차별한다는 여론을 피하기 위해 현금을 받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고, 본사 직원들이 각 가정에서 에코와의 대화를 녹음하고 있다는 의혹에 답해야 했다. 또 뉴욕주와 지역 정치인들이 아마존을 지역 사회에 해를 끼치는 회사로 규정하며 당초에 약속했던 유치 혜택을 축소하는 것이 낫다고 주장하자 이 곳에 제2본사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취소하며 일개 기업이 도시를 상대로 장난을 친다는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리서치 컨설팅 회사 칸타르(Kantar)의 전자상거래 담당 부사장 앨리스 푸니에르는 "시장 파괴자의위치에 있을 때에는 시장 리더가 갖지 못하는 유연성을 누릴 수 있다"고 말한다.

아마존에 대한 널리 인식되었던 과거의 관점은 성장의 엔진, 미국 자유 시장의 승리, 그리고 고객을 최우선시 하는 혁신가였다. 그러나 이제 아마존이 각종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면서 경쟁자들이 경계심을 갖게 되었고 정치인들까지 아마존의 행보를 주목한다. 한때는 경쟁업체와 공급망, 노동시장에서 이러한 현상을 '월마트 이펙트’로 불렸지만 이제는 '아마존 이펙트'로 불린다.

아마존 규모 논쟁, 월마트 규모 아직은 아닌데....

아마존의 경영진들이나 제프 베조스가 자주 인용하는 자료 중 하나는 아마존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세계 소매업의 1% 미만, 미국 소매업의 4% 미만이며, 월마트보다 비중이 훨씬 더 작다는 것이다.

반면 아마존이 결코 인용하지 않는 자료는, 아마존이 미국의 전자상거래의 절반을 차지한다는 다른 통계들이다. 칸타르의 추정에 따르면, 미국 가구의 약 50%가 아마존 프라임 멤버쉽을 가지고 있으며, 그 중 절반 정도는 매주 아마존에서 쇼핑을 한다.

비록 성장의 속도는 둔화되고 있지만 아마존의 성장 속도는 여전히 그 규모의 다른 소매업체들 사이에서는 유례가 없는 것이다. 가장 최근 분기에, 아마존의 수익은 전년에 비해 17% 증가했다.

▲ 미국 가구의 약 50%가 아마존 프라임 멤버쉽을 가지고 있으며, 그 중 절반 정도는 매주 아마존에서 쇼핑을 한다.   출처= ZUMA PRESS

일부 독점금지법 전문가들은 아마존이 아직은 규제당국의 관심을 받을 만한 기준에 이르지 못했다는 데 동의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법무부의 반독점 부서에 근무했던 피오나 스콧 모턴 예일대(Yale University) 경제학자는 "아마존의 규모는 아직 일반적으로 경제학자들도 걱정할 수준이 아니다"고 말했다.

"반독점 행위는 소비자에게 해를 끼치는 것이며, 그것은 비평가들이 판단할 문제입니다.”

그러나 민주당의 워렌 상원의원처럼, 아마존이 그 규모를 통해 소비자나 공정한 경쟁에 해를 끼치는지 여부에 대해 새로운 방식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법률학자들과 규제자들도 있다.

베조스는 아마존의 소매 판매의 대부분이 현재 아마존의 인프라를 사용하기 위해 아마존에 돈을 지불하는 제3자 판매자들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강조한다. 아마존의 투자자들에게는 기쁜 소식일지 모르지만, 그것은 또한 더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아마존에서 상품을 찾게 만들고 이는 다시 더 많은 브랜드와 소매업체들이 아마존의 플랫폼에 의존하게 만드는 (때로는 싫어도 어쩔 수 없이) 순환 구조를 형성한다.

미 하원 반독점법 소위원회 고문인 법학자 리나 칸은 <예일 법률 저널>(Yale Law Journal)에 기고한 ‘아마존의 반독점 패러독스'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아마존의 레일을 타고 시장에 도달해야 하는 수천 개의 소매업체와 독립 사업체들이 자신들의 가장 큰 경쟁업체에 점점 더 의존하고 있다"고 썼다.

무한 경쟁에서 제휴 전략으로 급선회

칸타르의 푸니에르 부사장은, 처음에는 아마존의 경쟁자들이 아마존을 따라 하려고 시도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아마존이 모든 소매점을 먹어 치우자, 아마존으로부터 실존적 위협을 느낀 경쟁사들도 기술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이제, 적어도 일부분에 있어서는, 기술을 사용해 핵심 강점을 활용하고 있다. 월마트가 식품 및 대형 소매업체로서 여러 가지 기술을 채택한 것이나 타깃(Target)이 보다 작은 형태의 매장과 매장 내 픽업 전략에 집중하는 것이 그런 맥락이다.

아마존도 무한정 경쟁뿐 아니라 어떤 형태로든 제휴를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기 시작했다. 아마존의 경쟁자였던 백화점 콜스(Kohl’s)의 최고 경영자 미셸 개스는 2018년에 WSJ와의 인터뷰에서, “콜스가 아마존과 제휴해 아마존의 반품을 취급하게 돼 기쁘다”며 "두 회사가 협력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소규모 경쟁자들도 아마존으로부터 성장을 위한 교훈을 찾고 있다. 최근 와이 콤비네이터(Y Combinator)의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으로 시작된 스타트업 힝게토(Hingeto)는, 작은 규모의 업체라도 물류에서 지불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해결하는, 그들만의 아마존 스타일 서비스를 고객들에게 약속한다.

이들의 아이디어는, 비록 아마존의 인프라 규모는 어느 기업도 따라올 수 없지만, 많은 수의 벤더들이 함께 묶어 제3자 물류센터를 통해 합리적인 가격에 이틀내 배송을 해 줄 수 있는 기능을 갖출 수 있다는 개념이다.

아마존은 경쟁사 어느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비장의 카드를 가지고 있다. 바로 엄청난 양의 데이터다. 이른 바 고객충성도 프로그램은 오랫동안 기업들이 고객의 습관을 추적하는 방식이었지만, 아마존의 데이터 수집 운영은 마크 저커버그조차 인상적이라고 말할 정도의 데이터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런 데이터를 기반으로 표적 광고를 운영하고, 친구와 적을 막론하고 기업이 원하는 목록을 계속 증가시킴에 따라, 우리는 그들의 정보 데이터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더 큰 관심을 갖게 되었다. 아마존이 당신의 주문형 비디오, 세면도구, 가정용 가구뿐만 아니라, 당신의 의사가 당신의 의료 기록을 분석하기 위해 사용하는 클라우드 서비스까지 제공한다면, 이제 당신은 홀푸드에서 젤라토 아이스크림 하나 사는 것도 재고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