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5G 상용화 정국이 시작되며 삼성전자의 갤럭시S10 5G는 물론 LG전자의 LG V50 씽큐가 풀리며 5G 가입자 속도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다만 5G 가입자 증가 속도가 정부 및 통신업계의 주장처럼 급속도로 이뤄지고 있는 것은 아니며, 이 과정에서 불법 보조금 등이 기승을 부려 산업 생태계 자체를 교란하고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이를 관리하고 감독해야 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 등 정부 부처는 “지켜보고 있다”는 말로 사실상 뒷 짐만 지고있어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

5G 경쟁 치열...SKT 선두 탈환

13일 업계에 따르면 5G 가입자 수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10 5G가 시장을 선도하며 초반 고무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가운데 지난 10일 LG전자의 LG V50 씽큐가 가세하며 판은 더욱 커지고 있다.

두 스마트폰 모두 미디어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대화면 디스플레이에 대용량 배터리로 무장했으며 발열 기능을 잡아내는 한편 5G와의 강력한 호환성을 자랑한다.

LG전자의 경우 초반 퀄컴과의 부품 수급 문제로 출시를 미루고, 5G 망 품질 논란이 불거지며 재차 출시를 연기해 뒤늦은 출시에 나섰지만 초반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는 평가다. 주말인 11일을 기점으로 개통량이 빠르게 늘어나며 5G 가입자가 40만명을 넘겼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출시 첫 날에만 3만대가 개통된 가운데 전작의 인기를 훌쩍 뛰어넘는 분위기다.

최근 창원 공장 폐쇄와 글로벌 제조 거점 분산에 나서고 있는 LG전자 MC사업본부의 행보가 한 결 가벼워진 이유다.

통신사들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통신3사 모두 막대한 공시 지원금을 풀며 공격적인 마케팅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갤럭시S10 5G 기준으로 최상위 플래티넘 요금제에 54만6000원의 공시 지원금을 책정했으며 LG V50 씽큐에는 77만3000원을 책정했다. KT도 갤럭시S10 기준 최상위 프리미엄 요금제에 78만원, LG V50 씽큐에 60만원의 공시 지원금을 책정했다. LG유플러스도 각각 최상위 요금제 기준으로 47만5000원, 57만원의 공시 지원금을 내 걸었다.

출시되지 얼마 되지않은 스마트폰에 70만원을 호가하는 공시 지원금이 책정된 것은 이례적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통신사들의 희비도 갈리고 있다. 초반 5G 무제한 요금제 카드를 빼들었던 KT가 다소 주춤한 가운데 SK텔레콤이 5G 가입자 1위 자리를 탈환했다. KT는 최초 5G 요금제를 출시하며 무제한 요금제를 선언했으며, 이 과정에서 가입자를 빠르게 늘렸으나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비슷한 요금제를 출시해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일각에서 ‘무제한 요금제는 없다’는 회의론이 나올 정도로 각 사의 요금제 설계에 대한 비판이 나오는 한편 5G 망 품질 논란이 불거지자 일반 이용자들이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으로 대거 몰렸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총 40만명이 5G 요금제를 선택한 가운데 SK텔레콤은 15만명 이상의 가입자를 유치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통신3사의 5G 요금제 가입 비중은 SK텔레콤 30%, 후반 KT가 30% 초반, LG유플러스가 20% 후반에서 30% 초반일 것으로 보인다.

▲ 갤럭시S10 5G가 좋은 반응을 끌어내고 있다. 출처=삼성전자

판치는 불법 보조금...정부 개선 의지 있나?
국내 5G 생태계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으나 아직 축포를 쏘아 올리기에는 이르다는 말이 나온다. 5G 가입자가 40만명을 돌파했으나 아직 5G로 보여줄 수 있는 사용자 경험이 제한적이며, 그 숫자도 보는 각도에 따라 큰 성과로 보기에는 어렵다는 비판이 나오기 때문이다. 특히 전자의 경우 통신3사를 중심으로 하는 미디어 콘텐츠 로드맵 외에는 5G의 핵심 콘텐츠가 아직은 없다. 가상 및 증강현실을 비롯해 자율주행차의 비전을 구현하기에는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불법 보조금 문제도 심각하다. 통신3사가 경쟁적으로 5G 요금제 유치전에 나서는 상황에서 불법 보조금이 판치고 있기 때문이다.

공시 지원금이 높은 상태에서 불법 보조금이 더해지자 최신 5G 스마트폰을 0원에 구매할 수 있는 길도 생겼다. 현재 ‘뽐뿌’ 등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불법 보조금을 통해 5G 스마트폰을 구매할 수 있는 방법이 공유되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위약금을 대신 납부해주겠다는 제안도 심심치 않게 발견되고 있다.

오프라인 사정도 비슷하다. 서울 신도림을 중심으로 갤럭시S10 5G와 LG V50 씽큐를 사실상 0원으로 구매할 수 있다는 ‘은밀한 속삭임’이 판치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판매원은 “공시 지원금이 높기 때문에 여기에 ‘이것저것’ 붙이면 스마트폰을 무료로 주겠다”면서 “다른 곳은 5G 스마트폰을 0원에 구매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편, 아예 고객 계좌로 리베이트를 주는 곳도 있다”고 귀뜸했다.

스마트폰 유통 환경에서 불법 보조금이 판치는 이유는 공시 지원금이 높기 때문에 불법 보조금을 조금만 더하면 ‘0원이 될 수 있다’는 유혹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강력한 마케팅 요인이 된다. 나아가 통신사와 제조사들이 5G 정국을 맞아 초반 시장 장악력을 키우면서 막대한 자금을 불법 보조금으로 풀고있기 때문이다.

일선 대리점 입장에서는 5G 요금제 가입을 유도하며 통신사와 제조사에서 제공하는 불법 보조금의 일부를 챙길 수 있고, 이를 고객과 공유하며 시장이 과열되고 있다는 평가다.

5G 정국의 초입을 맞아 시장의 크기를 키우려는 제조사와 통신사들의 노력은 그 자체로 당연한 일이지만, 문제는 그 수준이 상식을 뛰어넘었다는 것에 있다. 이렇게 되면 공정하고 투명한 스마트폰 유통 시장 자체가 붕괴될 수 있고,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등을 통해 이루려던 이른바 ‘호갱 방지’ 로드맵도 구멍이 뚫리게 된다.

더 큰 문제는 정부 당국의 미온적인 대처다. 5G 요금제 유치전에서 막대한 ‘쩐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음에도 이를 명확하게 제지하거나 바로 잡으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남석 과기정통부 통신이용제도과장은 “5G 상용화를 위해 이용자들이 빠른 혜택을 보는 것은 좋지만 단말기 불법 보조금은 문제로 본다”면서도 “일단 시장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5G 상용화 정국의 빠른 정착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는 상황에서 불법 보조금 문제도 주시하고 있으나, 아직은 말 그대로 ‘지켜보고 있다’는 수준의 뉘앙스다. 최근 방통위에서 통신3사 관계자들을 불러 의견청취를 하는 등 나름의 액션을 보여주고 있다는 말이 나오지만, 이 역시 문제 해결에는 요원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사와 제조사들이 5G 활성화에만 매몰되어 시장의 기본 원칙을 지키지 않고 있다”면서 “정부가 시장의 이상가열 현상에 적극 나서야하지만 의지가 없어 보인다. 5G 활성화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책무를 망각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도 시장 활성화라는 명목으로 비슷한 일이 벌어지면 투명한 스마트폰 유통 생태계는 요원할 것”이라면서 “통신사와 제조사가 불법 보조금을 제공하는 프로세스를 특별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