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12년에 IBM의 최고 자리에 오른 지니 로메티는 “CEO로서 회사가 다음 세대에 어떤 기술로 살아남을 것인지를 한시도 걱정하지 않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출처= IBM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위험을 감수한 결정은 때로는 성공하고 때로는 실패한다. 때로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위험을 감수한 최고경영자를 다룬 CNN의 ‘리스크 테이커’(Risk Taker) 특집 시리즈를 소개한다.

IBM의 지니 로메티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월 2019년 세계 최대 기술 박람회인 소비자 가전 전시회(CES) 단상에 올라 IBM이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음을 분명하게 밝혔다.

1911년에 설립된 이 회사는 지난 100여 년 동안, 1969년에 NASA의 달 착륙 임무를 수행했고, ATM(현금 자동 입출금기)의 발명을 도왔으며, 신용카드 등에 사용되었던 마그네틱 스트라이프 카드 기술을 개발하는 등 업계의 레거시로 자리잡아 왔다. 그런데 이제 로메티는 이 레거시 회사를 클라우드 컴퓨팅과 블록체인 같은 미래 기술 지향 회사로 바꾸고 싶어한다.

그것은 커다란 변화지만, 회사 역사상 최초의 여성 리더인 로메티는 이 변신이 회사를 반드시 성공으로 이끌 것이라고 확신한다.

로메티는 CES에서 "신뢰받는다는 것은, 우리가 앞으로 어떤 기술이 나오든, 그에 대해 사회를 준비시켜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지난 2012년에 IBM의 최고 자리에 오른 로메티는 “CEO로서 회사가 다음 세대에 어떤 기술로 살아남을 것인지를 한시도 걱정하지 않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로메티의 그런 생각은, 2018년 10월 IBM이 클라우드 컴퓨팅 회사인 레드햇(Red Hat)을 소프트웨어회사 거래 사상 최대 규모인 340억 달러(약 40조원)에 인수할 것이라고 말했을 때 명백해졌다.

다양한 클라우드 플랫폼 간에 데이터 이동을 용이하게 해주는 레드햇은 이 분야의 선두주자다. 영국의 글로벌 리서치회사 ABI 리서치(ABI Research)의 디미트리스 마브라키스 연구소장은 거액을 들인 IBM의 레드햇 인수를 현명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IBM이 많은 기업 고객들이 미래에 필요로 할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 기습적인 인수가 지나치게 높은 금액이어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보는 관측도 적지 않다.

우선, IBM은 이제 아마존웹서비스(AWS)와 구글 클라우드플랫폼(Google Cloud Platform) 같은 클라우드 공간에서 자신의 전통적 경쟁업체들과 협력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레드햇은 이미 그런 회사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으며, IBM은 그런 관계를 ‘구축하고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IBM과 레드햇 두 회사가 성공적으로 통합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있다. 레드햇의 짐 화이트허스트 CEO는 여전히 그의 자리를 지키며 레드햇을 IBM 내의 자체 독립 사업부로 운영하고 있다.

그는 회사들을 통합해 본 경험이 있는 로메티에게 보고할 것이다.

1981년에 IBM에 입사한 로메티는 2002년에 IBM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 (PricewaterhouseCoopers)의 IT 컨설팅 기업을 인수할 때에도 모든 과정에 참여했고 이후 두 회사의 화학적 통합을 진두 지휘했다.

IBM이 위험을 감수하고 있는 또 다른 분야는 블록체인(Blockchain)이다. IBM은 이 새로운 기술이 운송에서부터 의료, 은행업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서 혁명을 일으킬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블록체인과 관련해서는 과대광고가 난무하고 있는데, 아직 새로운 영역이다 보니 무엇이 진짜고 무엇이 불필요한 잡음인지 구별하기 어렵다. 그러나 IBM은 이 분야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IBM에서는 1500명 이상의 직원들이 약 500개의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으며, 컬럼비아 대학교 같은 연구기관들과도 세간의 이목을 끄는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블록체인은 기본적으로 공유된 디지털 원장이다. 일단 입력하면, 거래를 쉽게 변경할 수 없어 변경할 수 없는 대량의 데이터가 만들어진다. 이 기술은 암호화 화폐와 가장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IBM을 포함한 여러 회사가 다른 분야에서 이 기술의 응용을 탐구하고 있다.

투자회사 에드워드 존스(Edward Jones)의 조쉬 올슨 애널리스트는, 블록체인에 대한 IBM의 관심과 연구는, 새로운 기술을 가장 먼저 추구해온 회사로서 전혀 이상할 게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선구적인 기술은 언제나 그 자체의 도전이 함께 오기 마련이다.

올슨 애널리스트는 "역사적으로 IBM은 남보단 앞선 약속과 함께 늘 초기 단계의 기술에 투자해 왔지만, 비록 우수한 기술이나 혁신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규모에 맞게 상용화하는 데에는 어려움을 겪어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공지능 분야에서 IBM의 연구와 슈퍼컴퓨터 왓슨(Watson)의 발명을 그 예로 들었다. 왓슨 발명의 토대가 된 기술은, 처음 추구한 IBM에게는 많은 비용이 들고 상업적으로 채택하기 어려운 것이었지만, IBM의 길을 뒤따른 경쟁자들은 쉽게 IBM을 따라잡았고 심지어는 IBM을 능가해버렸다.

그러나 올슨과 ABI의 마브라키스는 모두, 만약 IBM이 새로운 기술을 추구해 온 모멘텀을 계속 유지하고 블록체인이 업계의 승자로 판명된다면, IBM은 그로부터 큰 이익을 볼 것이라고 동의한다. 그리고 로메티에게는 “세상의 모든 곳에, 보이지 않지만 IBM이 존재한다”는 자신의 더 큰 목표에 한 발짝 더 다가가는 것이 될 것이다. CES 연설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 것처럼 말이다.

"여러분에게 우리가 항상 보이지는 않겠지만, 여러분은 언제나 우리에게 기대고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여러분과 항상 함께하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