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고 대한민국은 우편, 택배, 금융, 쇼핑 등 우정사업을 영위하기 위하여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관기관인 우정사업본부를 두고 있었으며 우정본부사업본부 산하에는 지방우정청과 우체국이 있었습니다. 원고들은 ‘국가공무원인 집배원의 일부 업무를 민간에 위탁’하는 위탁집배원제도에 따라 피고 대한민국 산하 우체국장과 우편집배 재택위탁계약(이하 이 사건 위탁계약)을 체결하고 재택위탁집배원으로 근무하였습니다. 재택위탁집배원은 매일 이 사건 위탁계약에서 정해진 시간과 장소(주로 재택위탁집배원의 주거지 근처)에서 담당집배원(국가공무원인 집배원 또는 상시위탁집배원)한테서 배달할 우편물을 건네받아 이 사건 위탁계약에서 정해진 담당구역에서 배달 업무를 처리하였습니다. 피고 대한민국은 이 사건 위탁계약을 통해 업무의 효율성을 꾀하는 한편 우편물 처리 양과 무관하게 국가공무원인 집배원을 항시적으로 임용해야 하는 부담을 줄이려 했던 것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원고들, 즉 이 사건 위탁계약에 따라 근무하는 재택위탁집배원이 피고 대한민국과 ‘고용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볼 것인지, ‘고용계약을 대체하기 위한 도급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볼 것인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만약 전자로 볼 경우에는 4대 보험 가입, 퇴직금 지급, 해고(계약해지)의 제한 등 원고들의 법적 지위가 공고하게 보장되는 반면, 후자로 볼 경우에는 우편물 배달과 관련한 모든 법적 책임을 궁극적으로 원고들이 부담해야 할 뿐 아니라 언제든 계약이 해지될 수 있는 위험에 노출되는 등 큰 차이가 있습니다. 이에 대법원은 원고들과 피고가 체결한 이 사건 위탁계약의 명칭이 무엇이든 상관없이 계약의 본질적 내용에 비추어 아래와 같은 이유로 이를 ‘고용계약’으로 보았습니다.

① 피고는 이 사건 위탁계약 등에 따라 재택위탁집배원의 업무 내용과 범위, 처리방식, 매일 처리할 우편물의 종류와 양을 정하였다. ② 피고는 우편업무편람, 각종 공문, 휴대전화 메시지를 통하여 구체적인 업무처리 방식 등을 지시하였는데, 이는 우편배달업무 관련 정보를 알리는 정도를 넘는 것이었다. ③ 피고는 획일적인 업무수행을 위하여 재택위탁집배원에게 정해진 복장을 입고, 관련 법령 등에서 정해진 절차에 따라 배달하도록 하였으며, 정기적 또는 비정기적으로 교육을 시행하였다. ④ 피고는 현지점검 등을 통하여 재택위탁집배원의 업무처리 과정이나 결과를 지속적으로 관리․감독하였다. ⑤ 피고는 원고들로 하여금 정해진 장소에서 우편배달업무를 처리하도록 하였고, 일정 기간 근무상황부, 인계인수부 등을 마련하여 재택위탁집배원의 근태를 관리하였으며, PDA에 입력되는 배달 정보를 통하여 재택위탁집배원의 업무 처리 상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 ⑥ 우편물 배달업무의 중요성과 업무수행에 따르는 책임, 피고가 재택위탁집배원들에게 근무복과 용품을 무상 대여 한 취지 등을 고려하면 재택위탁집배원이 제3자로 하여금 배달업무를 대신하게 하거나 다른 일을 겸업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⑦ 이 사건 위탁계약서에는 우편물 배달업무 관련 각종 주의사항과 계약해지사유 등이 자세히 기재되어 있다. ⑧ 원고들이 근무시간에 비례하여 받은 수수료는 피고를 위하여 제공하는 근로의 양과 질에 대한 대가에 해당하며, 원고들이 일정 시점부터 사업소득세를 냈다는 사정만으로 원고들의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아니 된다. ⑨ 원고들이 수행한 우편배달업무는 피고가 체계적 조직을 갖추어 전 국민에게 제공해 온 본연의 업무로, 관련 법령에서 취급자격과 업무처리 방식, 위반 시 민․형사상 제재에 관하여 엄격한 규율을 하고 있다. 원고들은 우편배달업무를 수행하는 피고의 다른 근로자인 상시위탁집배원․ 특수지위탁집배원과 본질적으로 같은 업무를 동일한 방식으로 처리하였던 것이다.

이번 판결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에 관하여 계약의 형식이 무엇인지보다는 그 실질에 있어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는 기존의 법리(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등, 아래 참조)를 재확인하고 이에 따라 원고들에게 근로자로서의 지위가 인정된다는 판단을 내린 것입니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아닌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는 것으로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마음대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는 취지인 것입니다.

실무적으로 보면 최근 산업현장에서는 최저임금 상승 등으로 고용부담이 늘어나자 기존의 직원들을 ‘도급계약’의 형태로 돌려 ‘고용계약’을 체결 및 유지를 회피하려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이에 어떻게 하면 ‘고용계약’을 체결하지 않으면서도 사실 ‘고용계약’과 같은 효과를 가지는 ‘도급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용주들의 관심도 높습니다. 그러나 이번 대법원의 판결을 보면 그런 방법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합니다. 어설프게 ‘고용계약을 대체하기 위한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사실상 ‘고용계약’과 같이 운영을 하다가 법률적인 문제에 직면하기 보다는 어떤 경우에 고용계약을 체결하고 또 어떤 경우에 도급계약을 체결할지를 분명히 하는 경영·인사노무 전략이 필요한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