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자동차 부품사 태광공업의 전 경영진이 대법원으로부터 공갈죄 처벌을 받게 됐다. 이 사건은 사법부가 완성차 업계의 전속거래와 직서열 생산구조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없다는 주장과, 실질적인 막가파 ‘을(乙)’의 가식적인 주장이 감성적인 측면에서 지나치게 소비되고 있다는 반론이 충돌하며 업계에서도 갑론을박이 한창 벌어진 바 있다.

12일 자동차 업계 등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 10일 태광공업 사건을 기각했다. 지난 1월 대구고법에서 태광공업의 전 경영진 손영태 전 회장과 손정우 전 사장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공갈) 혐의에 대해 선고한 징역 2년6개월과 4년의 실형이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된 셈이다.

이 사건은 ‘을의 눈물’이라는 프레임으로 많은 논란을 일으켰던 사안이다.

태광공업 사태는 24년간 현대차에 부품을 납부하던 태광공업이 1차 협력사인 서연이화의 단가 인하 압력에 어려움을 호소, 이후 서연이화의 인수합병 제안을 받아들이며 시작됐다는 것이 태광공업과 일부 정치권의 주장이다.

문제는 서연이화가 인수합병 계약 후 돌연 해당 계약이 강압에 의한 계약이었다고 주장, 검찰에 공갈죄로 고소하며 불거졌다.

사법부는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했으나 2심은 서연이화의 손을 들어줬다. 완성차 업체의 생산구조에서 1차 협력사의 피해가 2차, 3차 협력사에 전가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사법부가 피해를 입은 2차 협력사에 대한 가혹한 잣대를 들이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손 부자도 인수합병의 계기가 됐던 영세한 부품사의 납품 중단 행위를 공갈죄로 처벌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는 반론을 폈다.

관건은 태광공업이 정말 ‘갑질’을 당했느냐와, 서연이화와 인수합병 계약을 체결한 후 공갈죄를 저질렀는가에 있다. 이견이 갈리는 가운데 사법부의 판단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중에 알려진 것처럼 태광공업이 서연이화의 인수합병 제안을 받아들인 후 느닷없이 계약중단이라는 2차 갑질과 공갈죄를 저질렀는지 여부에 시선이 집중되는 가운데, 사법부의 2심 판결문 양형 사유에 묘한 지점이 여럿 보이기 때문이다.

2심 판결문에 따르면 태광공업 전 경영진인 손 부자는 재정 상황이 악화되자 서연이화 등 1차사에 자금 지원을 요청했으나, 태광공업의 높은 부채비율 등으로 자금 지원을 거절당했다고 나온다. 이에 부품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하고, 서연이화에 회사를 인수할 것을 요구해 2차례에 걸쳐 서연이화와 합의서를 작성하고 경영권을 넘긴 것으로 나온다.

다소 논란의 여지가 될 수 있는 내용도 나온다. 판결문에 따르면 피고인은 서연이화에 공급 중단을 통보한 후 서연이화 소유인 금형의 반출을 막기 위해 출입로를 봉쇄하거나 위협적인 행위를 한 정황이 있다. 문제 해결 위해 서연이화 대표가 사무실을 찾아갔을 당시에도 위협적인 행위를 한 정황이 있다. 협박성 발언과 방화 등 위험한 충돌의 여지가 포착된다. 심지어 서연이화 대표가 부품을 공급해달라고 읍소하자 이를 막는 과정에서 부적절한 행위를 했다는 말도 나온다. 사법부가 태광공업 전 경영진에 문제가 있다고 본 이유다.

업계에서는 ‘을의 눈물’을 닦아야 하는 시대정신은 당연히 지켜져야 하지만, 이 과정에서 무리한 프레임으로 ‘갑’을 무조건적인 악마로 규정하지는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법원의 판단이 나온 상황에서 태광공업의 일부 부적절한 사례도 확인이 된 상태에서,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는 자세는 물론 사태를 냉정하게 바라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