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임관호 기자] 다시 워싱턴 DC에서 재개된 미국과 중국간의 무역협상이 이틀째 일정을 마무리했다. 재개되는 무역협상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컸던 때문일까 뚜렷한 성과없이 미적지근하게, 그렇다고 협상이 결렬된 것도 아니고 여전히 기대를 할 수 밖에 없는 묘한 상황으로 이틀간의 협상일정이 끝났다.

"쪽박은 깨지말고, 계속 대화로 풀어보자" 이번 이틀간의 미중 무역협상의 결론은 이렇게 정리하면 될듯 하다. 지난 4개월 넘게 끌어온 미중 무역협상이 사실상 지난 3월말로 1차 협상을 마무리하고, 협상을 연장하고 두달째 접어들면서 다시 2차 협상 연장을 한셈이다. 무엇보다 시장의 관심은 10일(현지시간) 0시부터 부과되는 25% 관세인상이 중국으로 부터 수출되는 화물선박 선적분부터, 즉 이 화물선박이 미국 항구에 도착하고 풀어질때 관세가 적용된다고 해서 3주정도의 시간을 벌었다는 해석이다. 추가 협상기한을 의미한다.

그 해석대로 워싱턴 협상은 다시 베이징으로 넘어가면서 3주간의 추가협상이 가능하게 된듯 하다. 물론 이와 관련해서 미국도 중국도 구체적인 일정을 언급하지 않아 어떤 발표가 될지 예단하기 이르다. 트럼프는 이와관련해서도 모호한 표현으로 언제든지 해결될수 있다는 뉘앙스를 남기고 있다. 

이번 워싱턴 협상은 막판 타결, 협상 결렬 무역전쟁 시작, 협상기간 연장으로 재협상 지속 등의 세가지 시나리오중에 마지막 시나리오로 귀착됐다. 시진핑도 트럼프도 무역협상 결렬, 무역전쟁 시작에 대한 부담감을 확실히 느끼는 것으로 판단된다. 일단 시장은 협상 결렬에 대한 공포로부터 탈출하는 모습이다. 이번 워싱턴 DC 협상에서 시장은 확실하게 두 나라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됐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협상 시작전에 폭풍 트윗을 통해 2500억달러어치 이외에 3250억달러 어치에도 25%관세인상 절차를 시작했다고 난리를 치며 여전히 압박카드를 사용했지만 한편으로는 무역협상을 마무리하기 위해 서두르지 않겠다며 지속적인 대화를 열어놓았다. 트럼프 행정부의 협상 스타일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미중 무역협상이 지난 5개월이상 끌어온 것 처럼 앞으로도 5개월 이상 끌고 갈 가능성 또한 커 보인다. 트럼프든 시진핑이든 무역협상이라는 큰 카드를 쉽게 마무리할 필요를 못느낀다는 점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대통령 선거까지 충분히 끌고 간다고 해서 결코 나쁘게 작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5개월간의 무역협상으로 경제적 영향이 부정적일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결과는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또다시 안전한 실험을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날의 무역협상도 그런 모습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시진핑 역시 미국의 요구를 단번에 수용하면서 이 난국을 해결할 수 있지만 결국 국내시장이 정비가 안된 상황에서 덥썩 미국의 요구사항을 수용할 경우 불어닥칠 또 다른 위기와 시장개방의 부작용을 감당하기보다는 지금같이 협상을 질질 끌면서 내수 활성화를 통해 시간을 버는 것이 현명하다는 판단일 것이다.

이번 협상에서 무서운 힘을 보여준 것은 미국보다 중국일 가능성이 높다. 협상을 앞두고 저돌적으로 중국을 밀어부쳤던 트럼프 행정부가 왜 이틀간의 첫날 90분, 둘째날 2시간의 회담으로 단 한마디 "매우 건설적이었다"는 결론을 남기고 협상을 연장했을까이다. 미국은 지재권 등의 수용을 법개정이라는 명시적 문구를 협정에 넣기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왔고 이 부분에 대한 중국의 수용태도를 문제삼아 결국 관세25%인상을 실행했다. 하지만 이틀간의 협상 테이블에서는 이런 고압적 자세는 미국측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중국의 숨겨진 카드가 무엇이길래 미국이 온순해진 것일까. 벼랑끝 회담 분위기로 이끌던 미국이 갑자기 협상 연장이라는 결론으로 이르게 한 것일까. 중국의 희토류일까 아니면 또다른 보상카드였을까. 이 부분은 추후에 드러날 것이지만 미국이 온순해질 정도의 빅카드일 가능성이 크다. 코너에 몰린듯한 중국이 이렇게 강하게 이 국면을 극복했다는 것으로 앞으로의 협상 전개과정이 만만찮아 보인다. 갈수록 미중 협상은 예측불허로 진행될 전망이다.     

일단 주식시장 등 글로벌 금융시장은 이 어정쩡한 결론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이날부터 잦아들 가능성이 높다. 뉴욕 3대지수는 등락을 거듭하다가 결국 일제히 강세로 마감했다. 주식시장도 이 상황을 즐기고 있는 듯 하다. 답은 알고 있다는 반응이다. 파국은 오지 않는다. 하반기까지 글로벌 경제는 미중 무역협상에 계속 끌려다닐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머징 마켓의 금융시장도 마찬가지로 일희일비할 가능성이 높다. 미중 무역협상 카드는 상반기에 졸업할 카드가 아니고 하반기까지 끌고갈 트럼프의 빅카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