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마존의 적응 시스템(Adapt System)이 고객 센터 근로자의 성과 평가하고 일정 수준에 미달하면 경고까지 보낸다.   출처= Vox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이제 로봇이 우리의 일을 빼앗을 걱정을 하는 것을 넘어 로봇이 누구에게 일을 줄 것인가를 걱정할 때가 되었다.

수백만 명의 저임금 노동자들의 삶은 점점 더 소프트웨어와 알고리즘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 이런 사실은, 아마존의 소프트웨어와 알고리즘이 고객센터(Fulfillment Center) 직원들의 생산성을 추적하고 인간의 개입 없이, 정기적으로 성과 미달 노동자를 해고한다는 보고서가 지난 4월 25일 공개되면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아마존을 대변하는 한 법무법인이 미국 노동관계위원회(NLRB)에 보낸 편지에서 "아마존의 시스템이 근로자 개인의 생산성을 추적하고, 감독자의 개입 없이, 일의 성과나 생산성에 관해 자동으로 경고나 해고를 발생시킨다"고 말했다. 이 소식은 기술 뉴스 사이트 더버지(The Verge)에 의해 처음 보도되었다. 아마존은 볼티모어 고객센터에서 직원들이 생산성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 해고되었다고 말했다.

이제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노동자들을 해고하는 것은 아마도 시간 문제일 것이다. 로봇은 이미 이력서를 검토·평가하고, 면접 일정을 통보하고, 지원자들에게 적합한 일자리를 추천하고, 프로젝트를 배정한다.

로스앤젤레스의 캘리포니아 대학교(University of California) 인사업무를 전공하고 있는 이안 라킨 경영학과 교수는 "오늘날 직장에서 노동자의 생산성을 분당 심지어는 초당으로 추적할 수 있는 정교한 기술이 놀라울 정도로 널리 퍼져 있다"고 말한다.

산업용 세탁 서비스는 세탁된 셔츠를 다림질하는데 몇 초가 걸리는지 추적하고, 트럭에 장착된 컴퓨터는 트럭 운전자의 속도, 기어 변속, 엔진 회전수를 분당 추적하며, 주요 할인점의 체크아웃 단말기는 출납원이 미리 정한 목표를 달성할 만큼 빠르게 물건을 스캔하고 있는 지를 보고한다. 이 모든 경우, 그 결과가 감독자에게 실시간으로 공유되고 누가 해고될 것인지를 결정하는 데 사용된다고 라킨 교수는 지적했다.

물론 실적이 저조한 직원을 감원하는 것은 경영의 기본 기능이다.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전 최고 경영자(CEO) 잭 웰치는 회사의 성과 미달자들을 정기적으로 해고했다. 스탠퍼드대학교(Stanford University) 경영학과 닉 블룸 교수는 "은행이나 경영컨설팅 회사에서 '랭크앤양크 시스템’(rank and yank, 회사가 직원의 순위를 매기고 최하위 사람들을 해고하는 시스템)을 내세워 호경기 시기에도 연간 약 20%의 직원을 퇴사시키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제너럴 일렉트릭, 골드만삭스 그룹(Goldman Sachs Group Inc.), 맥킨지(Mckinsey & Co.)의 직원들에게 그러한 위험은 오히려 직원들을 자극하고 업무에 도전하게 함으로써 더 높은 급여로 보상되기도 한다.

그러나 산업용 세탁소, 고객센터, 할인점 등과 같은 산업에서 이러한 위험-보상 제도는 그다지 설득력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이런 산업에서 업무는 반복적이며 급여는 낮다. 설령 회사가 생산성 목표를 올리려 한다 해도, 해당 업무에 1년 이상 종사하지 않은 사람들은 그 다음 해가 진짜 평가의 해가 되어야 할 것이다.

▲ 문제가 되는 것은, 알고리즘의 평가가 얼마나 정확하냐 아니냐 보다는, 시스템이 생산성 기준에 미치지 못한 직원을 해고하는 과정에서 인간 관리자의 승인을 거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출처= MICHAEL WILLIS

고객센터의 직원들은 모든 품목을 순서대로 찾아 스캔하고 포장한다. 아마존의 ‘직원 개발 및 평가 추적기’(Associate Development and Performance Tracker) 또는 ‘적응 시스템’(Adapt System)이라고하는 알고리즘은 외부적으로 설정된 기준에 따라 각 단계에서 직원의 성과를 추적하고, 그들이 목표를 미달하면 경고를 보낸다.

아마존 직원들은 이 기계가 화장실 가는 시간을 측정하고 계속 높아지는 생산성 기준에 따라 지속적으로 감시받는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물론 아마존에서 그러한 불만을 한 사람이 다른 동료들 보다 더 많이 또는 더 적게 불만을 제기했는지에 대한 공개 자료는 없다. 그러나 회사는 볼티모어 센터 직원들 중 약 10퍼센트 정도가 해당 법무법인이 NLRB에 서한을 보내기 전에 생산성 저하로 해고되었다고 말한다.

라킨 교수는 10%가 그렇게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그런 징계 절차를 자동화했다는 것은 ‘해고’라는 어려운 일을 훨씬 더 비인간적이고 바람직하지 못한 일로 만든 행위”라고 지적했다. 바로 그런 어려운 상황에 대처하는 것이 ‘인간 관리자들’의 핵심 역할이라는 것이다.

아마존은 ‘적응 시스템’이 해당 관리자와 인사 담당자에게 먼저 해고 통지를 보내며, 이들이 해고직원을 만나 이의 제기를 포함해 해고 직원이 취할 수 있는 옵션을 설명해 준다고 주장한다. 인간 관리자가 모든 인사 문제에 대해 최종 결정을 내리며, ‘적응 시스템’은 수백 명의 직원들을 일관성 있게 추적하며 공정성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볼티모어 고객센터와 북미 전역에서 지난 2년 동안 해고 건수가 오히려 감소했다고 주장했다.

기업들은 이 시스템이 기업 입장에서 효과적이기 때문에 사용한다.

스탠퍼드대학교의 닉 블룸 교수는, 연구에서 직원들을 더 적극적으로 고용하고 해고하고 감시하는 회사들의 생산성이 더 빠르게 성장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런 회사일수록 최고 임금과 최저 임금 근로자 사이의 격차가 더 크다.

컴퓨터는 또 관리자들이 저지르는 편견도 없다. 경제학자 미첼 호프만, 리사 칸, 다니엘 리는, 15개 회사를 대상으로, 컴퓨터 및 기술력, 성격, 인지 능력, 직무 적합성, 그리고 다양한 직업 시나리오에 따라 입사 지원자들을 평가하는데 있어서 알고리즘이 직무 테스트 기술을 어떻게 사용했는지 살펴보았다. 알고리즘은 과거의 상관 관계를 바탕으로 지원자들을 높은 잠재력, 중간 잠재력 또는 낮은 잠재력을 가진 자들로 순위를 매겼다. 경제학자들은 알고리즘의 권고를 무시하고 채용한 직원들의 성과가 평균 이하임을 발견했다. 결국 인간 관리자들은 편견과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는 것이다.

아마존은 2017년 8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의 물류센터에서만 300명 이상의 직원을 해고했는데 모두 생산성 평가에서 낙제점을 받고 자동으로 해고된 직원이었다.

그러나 문제가 되는 것은, 알고리즘의 평가가 얼마나 정확하냐 아니냐 보다는, 시스템이 생산성 기준에 미치지 못한 직원을 해고하는 과정에서 인간 관리자의 승인을 거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비즈니스인사이더(BI)는 더버지의 기사가 보도되자, "모든 사람은 생산성이 떨어지면 해고될 수 있지만, 사람이 로봇은 아니다"면서 "사람은 생산성이 좋은 날도, 그렇지 않은 날도 있으며 기계의 톱니바퀴처럼 여겨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BI는 또 "기계보다 사람이 나은 점은 더 창의적이고 문제 해결이 가능하며 (실수를 통해) 배우고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