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지난해부터 이야기가 되면서 늦어도 5월 초에는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나왔어야 할 주세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가 지난 8일 또 미뤄지면서 국내 주류업계는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정부가 여론을 의식해 조금 성급하게 사안을 다루고자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생산되는 모든 주류에 대해서는 종가세(주류 생산가격에 비례해 책정하는 세금)가 적용되고 있다. 이에 해외에서 생산돼 국내로 수입되는 주류들은 정확한 생산 비용을 측정할 수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국내에서 직접 생산된 제품보다는 세율에서 유리한 부분이 있다. 특히 이러한 현행법에 가장 민감한 주류는 맥주다. 해외의 값싼 수입맥주들이 유입돼 시장점유율을 잠식했기 때문이다. 

맥주를 생산하는 업체들의 불만이 계속되자 정부는 종가세가 아닌 종량세(주류 생산량과 알코올 도수에 따라 책정하는 세금)로의 전환을 골자로 하는 세법 개정의 추진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기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다. 모든 주종에 대한 종량세 적용은 각 업체가 생산하는 주류의 품목에 따라 유불리가 다르게 적용될 수 있다는 문제였다. 쉽게 말하면 맥주나 막걸리 위스키 등은 세율이 유리하게 적용되나 ‘서민의 술’인 소주는 세율로 인해 가격이 인상될 수 있다. 애초 정부는 각 주류의 종류에 따라 구분되는 세밀한 체계의 세제 개선을 염두해 두지 않았다. 주류업계에서는 최근 국내 점유율 1위 업체의 소주 출고 가격이 오른 것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업체들의 머리도 복잡하다. 국내 대표하는 주류 기업들은 국내에서 생산하는 맥주와 해외에서 들여온 수입 맥주를 모두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맥주와 소주를 둘 다 생산하고 판매하는 업체들은 계산이 더 복잡해진다. 대기업이 아닌 중소상공인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수제맥주 업계는 주세법의 조속한 개정을 요구하고 있으나, 정부는 막상 세법을 개정하려고 보니 고려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아 '적지 않게' 당황하고 있다. 

정부 측은 “업계 의견을 수렴한 결과 맥주 업계는 대체적으로는 종량제에 찬성했지만 그 외의 주종을 생산하는 업계에서는 세율의 불리한 적용을 우려하는 의견이 있었다”면서 “각 주종의 특성에 따라 구분되는 개정안의 추진을 다양한 사례를 검토하겠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정부대로 고려해야 할 업계의 이해관계 그리고 주류에 대한 국민 여론을 모두 만족시키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이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를 정리할 수 있는 더 세분화된 세법 개정안의 제안이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어느 한 쪽이 역차별을 받지 않는 방안의 마련이 시급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