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국내 유료방송 시장의 패권을 통신사의 IPTV가 확실하게 가져가는 가운데, 전체 시장 점유율 중 KT가 불안한 점유율 1위를 달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5G 정국을 맞아 IPTV의 케이블 SO 인수전이 치열하게 벌어지며 국내 미디어 시장도 격랑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IPTV 팽창일로...‘난타전’
1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5G 시대를 맞아 통신사들의 IPTV 시장 공략전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5G 시대의 새로운 먹거리로 미디어 콘텐츠가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5G 시대는 가상현실 및 증강현실, 자율주행차 비즈니스의 기폭제가 될 수 있으나 이는 장기적 관점일 뿐, 당장의 5G 경쟁은 미디어 콘텐츠에서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5G 스마트폰인 갤럭시S10 5G와 LG V50 씽큐가 대용량 배터리 및 발열 방지, 대화면 디스플레이 기능을 장점으로 내세우는 이유다. 모두 미디어 콘텐츠 시청에 특화된 사용자 경험이다.

통신사들의 최근 실적도 IPTV가 끌고 있다. 악화되는 유선 매출과 더불어 무선 매출도 큰 힘을 쓰지 못하는 가운데 IPTV를 중심으로 하는 미디어 플랫폼 전략이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SK텔레콤은 올해 1분기 IPTV 사업 부문에서 3156억원의 매출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17.9% 성장했다. 1분기에만 가입자가 11만9000명 순증한 485만명을 기록하며 탄탄대로를 걷고 있다는 평가다. KT는 1분기 미디어 콘텐츠 사업에서 6412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5.7% 성장했고 LG유플러스도 4979억원의 매출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21.6%의 성장세를 이어갔다.

통신사들은 5G 시대를 맞아 미디어 콘텐츠 시장이 개화하는 한편, IPTV 시장에서도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자 잔뜩 고무된 분위기다. 공격적인 시장 장악 전략이 속속 나오며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올해 초 지상파 OTT 푹과 연합전선을 결성한 SK텔레콤은 케이블 티브로드 인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26일 합병법인 출범 본계약을 맺은 후 9일 태광산업과 함께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합병과 관련된 변경허가 인가 신청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접수했다. 과거 CJ헬로 인수는 실패했으나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한 정부 당국은 이번 인수합병에 호의적이다. SK텔레콤의 속도전이 눈길을 끄는 이유다. 연내 합병법인 출범이 목표다.

KT는 IPTV 1위 사업자의 존재감을 바탕으로 강력한 시장 장악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넷플릭스와 협력한 LG유플러스도 CJ헬로 인수에 박차를 가하며 보폭을 넓히고 있다.

글로벌 통신사 분위기도 비슷하다. 통신사 AT&T는 지난 2015년 위성 TV 사업자인 다이렉트TV를 630억달러에 인수한 후 지난해 타임워너를 810억달러에 품었다. 타임워너는 산하에 HBO, 워너브라더스 등 풍부한 콘텐츠 자산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AT&T 가입 고객과 함께 상당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평가다. T모바일은 바이어컴과 손을 잡았고 버라이즌은 넷플릭스의 대항마인 디즈니 플러스와 콘텐츠 협력을 시도할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 SK브로드밴드의 합병법인 현황이 보인다. 출처=SKT

공개된 시장 점유율...전략의 충돌은?
국내 유료방송 시장이 IPTV 천하로 굳어지는 상황에서, 과기정통부는 9일 지난해 하반기 종합유선방송(SO)·위성방송·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IPTV) 가입자수 및 시장 점유율 결과를 발표했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국내 유료방송 가입자수는 3249만544명이며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53만명이 늘어났다. IPTV와 케이블 SO와의 격차는 지난해 12월 기준 약 185만명으로 더 벌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1위는 KT다. IPTV 점유율 21.12%에 위성방송 점유율 9.95%며 이를 더하면 합산규제에 약간 미치지 못하는 31.07%다. SK브로드밴드는 14.32%의 점유율이며 LG유플러스는 11.93%의 점유율을 달리고 있다. SK브로드밴드와 합병되는 티브로드는 9.60%며 LG유플러스와 합병되는 CJ헬로는 12.61%다. CJ헬로와 티브로드가 케이블 시장 점유율 1위와 2위를 기록하는 가운데 일각에서 KT 피인수 대상으로 제기되는 딜라이브는 6.29%의 점유율인 것으로 확인됐다.

유료방송 합산규제가 일몰됐지만, 지금도 이에 대한 논란이 여전한 상태에서 KT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된다. 아직 33.33%의 마지노 선을 넘기지 못했으나, 합산규제가 살아나면 추후 다른 케이블 사업자 인수합병 가능성은 '제로'가 된다. 이에 KT는 유료방송 합산규제와 관련한 역제안을 던지며 미디어 플랫폼 시장 공략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각각 티브로드와 CJ헬로 인수를 마친 후 5G 정국에서 강력한 미디어 플랫폼 드라이브를 걸 전망이다. 두 회사 모두 예정대로 케이블을 인수하면 20% 초반대의 점유율을 가지게 된다. 유료방송 합산규제 마지노선과는 거리가 있는 가운데 운신의 폭은 더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회서도 고무적인 소식이 들린다. 변재일 의원은 지난 8일 방송사업의 인수와 합병 시에 현재 변경승인과 변경허가로 이원화된 심사체계를 변경승인 사항으로 정비하기 위한 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방송사업의 전부 또는 일부를 양수·양도가 가능하도록 관련 조항을 신설하고 인수·합병 심사 기준에 공정경쟁 사항을 추가하는 한편, 인수·합병에 따른 사업자의 지위 승계 조항도 포함했다. 방송법 제15조의2와 IPTV법제11조의2를 사업의 양수 및 법인의 합병 등에 대한 조항으로 하고, 방송사업의 전부 또는 일부를 양수가 가능하도록 관련 조항을 추가했다는 설명이다.

방송법 상 인수합병의 심사기준에 방송사업의 경쟁에 미치는 영향을 추가해 과기정통부와 방통위가 방송사업의 인수합병 승인 시에 공정경쟁 사항을 심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또 인수합병 당시 사업자의 지위 승계조항을 신설함으로써 인수합병인의 권리와 의무를 보다 명확히 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변재일 의원은 “AT&T의 타임워너 인수, 디즈니의 20세기폭스 인수 등 인수·합병을 통해 전세계적으로 미디어 시장이 급격하게 재편되고 있다.”며 “우리나라 방송사업의 인수합병 절차를 합리적으로 개선하여 정부와 방송사업자가 급변하는 미디어 시장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개정안을 발의하였다”고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공정거래위원회 및 방송통신위원회도 미디어 합종연횡에 호의적이다. 공정위가 지속적으로 합병을 두고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는 가운데 방통위는 지난 3월 전체회의를 통해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2018년 방송시장경쟁상황평가 결과를 보고 받았다. 지난해 보고서에도 전국단위 방식 확대가 거론됐지만 이번에는 분석 내용을 더욱 명확히 했다는 점이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78개 지역으로 나눈 구역별로 점유율을 조사해 인수합병 당시 시장 독과점 우려를 판단하면 현재 IPTV들의 케이블 인수는 어려워진다. 그러나 그 기준을 전국단위로 넓히면 IPTV들이 케이블 인수에 속도를 낼 수 있다. 당장의 호재는 아니어도 유관 기관의 흐름이 모두 미디어 합종연횡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IPTV의 케이블 인수합병이 속속 이뤄지며 5G 미디어 콘텐츠를 향한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미디어 공공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은 많다는 뜻이다. 실제로 언론개혁시민연대는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설이 불거진 2월 논평을 통해 미디어 공공성 확보가 전제된 미디어 인수합병 로드맵을 주장했다.

언론연대는 "인수합병 시 가장 먼저 제기되는 것은 독과점이 형성되어 공정한 경쟁을 제한할 것이란 우려"라면서 " 인수합병을 통한 구조재편 속에서도 공정한 시장 환경만큼은 튼튼히 유지할 수 있는 심사방안을 설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유료방송 인수합병이 재벌대기업만 배불리는 결과를 낳지 않도록 해야 한다"면서 인수대상 방송사에는 수십여 개의 중소협력업체가 딸려있다. 이들 협력업체들이 일방적인 희생양이 되어서는 안 된다. 협력업체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상생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언론연대는 마지막으로 "지역성도 핵심 의제"라면서 "유료방송시장이 전국사업자 중심으로 재편될 경우 케이블방송에 부여했던 지역성 구현 책무가 축소될 거란 우려가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수기업이 해당 지역 주민과 지역 사회에 기여하도록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구현하기 위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계획을 제출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