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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대목] “라멘 덕후를 위한 일본 라멘의 모든 것”
   
◇일드 <라멘 너무 좋아 코이즈미상>의 여주인공이 라멘을 소리내어 먹는 '면치기'를 하는 모습. 출처=드라마 화면 캡춰

일본의 라멘 전문점은 약 5만개다. 놀라운 것은 일본의 라멘 맛도 식당 수 만큼이나 다양하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우동 국수 짜장면 냉면 메밀국수 집이 전국 어디서나 맛에서는 별 차이가 없는 것과는 비교가 된다. 일본 라멘 집에 가보면, 종종 메뉴판이나 가게 벽면에서 이런 안내문을 발견할 수 있다.

“저희 라멘의 맛국물은 가가와현 이부키産 마른 멸치와 마쿠자키産 마른 혼부시(가다랑어 등살), 다이센도리 닭고기를 넣고 통째로 끓여서 내고 있습니다. 간장은 쇼도시마産 5년 숙성 간장을 쓰며, 차슈로는 저온에서 조리된 ‘도쿄X’ 품종의 넓적다리 살과 6시간 끓인 산겐톤 품종의 삼겹살을 직화로 구운 2종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라멘의 스펙이다. 여기에다 직접 면을 뽑아쓰는 자가제면을 하는 식당들은 밀가루 종류까지 스펙에 적고 있다. 뒷골목 허름한 라멘 집에서도 자부심이 느껴진다.

일본의 과학저널리스트 가와구치 도모카즈는 수년간 라멘의 모든 것을 조사해 <라멘이 과학이라면>(부키 펴냄)을 펴냈다. 책에는 라멘 관련 각종 실험 분석과 각계각층 전문가 인터뷰가 소개돼 있다. 저자는 물리학·식물학·재료공학·분자생물학·뇌신경학·언어학·빅데이터 분석 등을 동원해 라멘 맛의 비밀을 파헤치고 있다. 한마디로 라멘 덕후용 책이다. 다음은 책 내용의 일부다.

▲라멘 계파=일본 라멘업계는 계파별 분류가 가능하다. 츠케멘의 발상 다이쇼켄계(系)를 비롯해 돈코츠와 교카이(해산물)를 섞는 더블육수의 아오바계, 도쿄 미타에 위치한 ‘라멘지로’를 본점으로 한 지로계, 달고 진한 멘야무사시계, 요코하마에 위치한 요시무라 집안이 효시인 계파, 존경하는 라멘가게를 흉내내는 인스파이어계 등이 대표적이다. 이 밖에도 여러 라멘 계파가 있다. 각종 프랜차이즈와 법인그룹들도 다채로운 라멘브랜드를 내놓고 인기를 모으고 있다.

계파별로 라멘의 형태와 맛은 한 눈에 구분될 정도로 차이가 난다. 예를 들어, '라멘지로'는 창업 초기 배고픈 대학생들을 위해 채소 고기 돼지비계를 라멘 그릇에 산처럼 쌓아 내놓으면서 유명세를 탔다. 지금은 두터운 매니아층이 형성되어 이들을 지로리언이라고 부른다. 영국 가디언지는 이 곳의 라멘을 ‘반드시 먹어 봐야 할 세계 50대 음식’ 중 하나로 꼽았다. 

   
◇<라멘 너무 좋아 코이즈미상> 제1화에 소개된 '라멘지로'의 라멘. 출처=드라마 화면 캡춰

▲감칠 맛=라멘 국물 맛의 핵심은 ‘감칠 맛’이다. 감칠 맛의 주요 성분은 글루탐산으로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의 일종이다. 다시마 등에 함유되어 있다. 가쓰오부시나 고기에 들어 있는 이노신산, 마른 표고버섯에 들어 있는 구아닌산도 감칠 맛을 낸다. 지난 2000년 인체의 미각세포에서 글루탐산 수용체가 발견됐다. 단맛, 신맛, 짠맛, 쓴맛에 이어 감칠 맛이 제5의 맛으로 공인된 것이다. 감칠 맛의 공식명칭은 우마미(umami)이다.

▲국물 맛 계열=라멘의 국물 맛은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맛국물(다시국물, dashi)은 다시마와 가쓰오부시가 기본이다. 맛 국물을 기초로 하여 돼지·닭·소·양의 뼈와 고기, 멸치·꽁치·도미·오징어·게·조개·바지락 등 생선과 해산물을 끓이고 졸이고 섞어 독특한 국물 맛을 창조한다. 국물 맛이나 제조법으로도 수많은 계열들이 존재한다. 토리파이탄(닭고기)계, 세아부라(돼지비계)계, 니보니보(멸치)계, 후시(생선)계, 규코츠(소뼈)계 등이 유명하다.

▲면치기=일본인들은 라멘을 젓가락으로 집어 한 입 물고는 빨아 들이듯 먹는다. 이 때 요란하게 소리를 낸다. 이른바 ‘면치기’다. 일본에서는 ‘즈루즈루(ずるずる)’라는 의성어로 표현한다. 면치기를 하는 이유는 “라멘의 풍미를 더 잘 만끽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면발=일본 라멘의 면발은 맛과 식감, 색, 향이 다채롭다. 밀가루와 첨가물의 종류, 가수율(밀가루 대비 수분 비율), 반죽과 숙성 정도, 제면 방식이 가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면발의 모양에서도 큰 차이가 있다. 굵은 면, 가는 면, 꼬불꼬불한 면, 곧은 면, 표면이 매끄러운 면, 거칠거칠한 면 등 만드는 방법에 따라 다양한 종류가 생산된다. 면을 익힌 정도로도 종류를 구분한다.

   
<고독한 미식가> 시즌4 제2화에서 주인공 고로상이 도쿄 긴자 한인식당에서 삼계탕 라멘을 맛보는 장면. 출처=드라마 화면 캡춰

▲라멘에 곁들여 먹어야할 것들=라멘을 먹을 때 칼슘, 마그네슘, 식이섬유, 비타민C 등을 보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쇼유 라멘에는 구운 김을 올리면 좋다. 돈코츠 라멘에는 갈아놓은 볶은 깨가 제 격이다. 라멘을 먹은 후에는 채소주스가 도움이 된다. 채소나 마늘을 추가하는 것은 괜찮지만, 돼지고기 고명이나 국물을 추가하는 것은 가급적 자제하는 것이 좋다.

주태산 주필  |  joots@econovill.com  |  승인 2019.05.12  16:2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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