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천 대장지구는 전체 용지의 대부분을 논밭 등 농지가 차지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이코노믹리뷰=김진후 기자] 마지막 3기 신도시로 지정된 부천 대장지구 주민들은 개발 기대감 반, 보상비 우려가 반씩 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노령층이 많은 낙후지역이다보니 개발 수혜를 누리지 못할 것이란 예상도 많았다. 더불어 인근 검단신도시의 미분양 사태가 지속되고 있는 와중에 입지가 더 나은 것으로 평가되는 대장동 일대가 지정된 데 대한 우려도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7일 제3차 주택공급대책을 통해 부천시 대장동, 오정동, 원종동 일원의 343만㎡ 규모 부지를 3기 신도시 마지막 택지로 지정했다. 해당 부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부천도시공사 시행으로 약 2만가구를 수용할 주택을 공급할 전망이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대장동 일대는 고요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해당 지역은 약 154가구, 인구로는 약 300명 내외가 거주하면서 농사와 갖은 설비 공장, 재활용 처리장 등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곳이다.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 탓에 전체 면적의 약 10% 이내에 모든 거주시설과 처리장 등이 몰려있고, 나머지 방대한 지역이 농토로 구성돼 있었다. 이 지역 D공인중개사에 따르면 해당 지역은 부천시가 산업단지부지로 계획한 후 행위 금지 처분이 이뤄졌지만 이후 진척이 없는 상태가 수년 동안 지속됐다.

D공인중개사는 “주민 반응은 대체로 호의적”이라면서 “그동안 교통 문제와 지역 낙후도 등의 문제가 있어왔는데 그런 부분이 개선될 것에 대해 기대감이 큰 편”이라고 지역 분위기를 전했다.

▲ 부진한 청약 경쟁률과 미분양에 시름하는 검단 신도시 분양 현황. 출처=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

<이코노믹리뷰>가 방문한 결과 대장동 일대는 부천시청에서 지척에 있음에도 대중교통으로는 약 30분 정도가 걸리는 곳이었다. 그러나 이 지역에서 강서구 화곡동까지는 대중교통으로 약 20분 정도 소요되고, 여의도까지는 직선거리 기준 15km, 강남 업무지구까지 약 25km 거리에 있어 지금까지 3기 신도시로 지정된 타 부지들보다 입지 여건이 나은 축에 속한다.

국토부는 이에 따라 대장동과 바로 이웃하고, 공항철도와 지하철 5·9호선 등이 지나는 김포공항역을 부천종합운동장역과 이어주는 광역환승센터(S-BRT) 설치 계획을 수립했다. 기존 박촌역과 김포공항역을 잇는 8km 구간에 계양지구~부천종합운동장역 9.3km 거리를 신규사업으로 추가한 형태다. 이를 통해 향후 GTX 등의 개통되면 현재 50분 이상 소요되는 여의도까지의 출근시간을 25분으로 줄이고, 서울역까지의 거리도 30분으로 단축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밖에 국토부는 계양IC와 광명~서울고속도로를 연결하는 경명대로를 신설·확장하고, 소사로를 기존 2차로에서 4차로로 확장하는 등 신도시 건설로 붐비는 출퇴근 인구를 분산할 계획이다.

부천지역 F중개사는 또한 인천시 계양구에 들어서는 계양지구 신도시와 함께 묶여 개발되는 데 따른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대장동의 입지가 비교적 더욱 우수한 편이지만 같은 생활권과 교통망을 공유하기 때문에 집값과 향후 전망은 같은 궤도를 탈 것이란 예상이다. 계양지구의 테크노밸리용 자족용지와 남서쪽 서운일반산업단지와 함께 부천 대장지구에도 약 68만㎡ 규모로 들어설 계획인 자족용지가 거대한 산업클러스터를 구성할 것이란 예상도 가능하다. 이와 함께 굴포천, 경인아라뱃길 등 녹지 환경 공유도 지구의 매력 중 하나다. 다만 부천 상동 영상문화산업단지에서 추진 중인 약 5000가구 이상의 공동주택이 건립될 경우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교통체증을 해소하기 위한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차 공급대책발표 당시 확장이 계획된 벌말로와 기존 도로로는 향후 폭발적으로 늘어날 인구를 감당하기 힘들다는 내용이다.

▲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인 탓에 부천 대장지구의 주택들은 노후화가 상당히 진행돼 있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

주민들, 보상비와 개발시기 걱정에 ‘뜨뜻미지근’한 반응

그러나 이곳 주민들은 중개사나 국토부의 기대와는 사뭇 다른 반응을 보였다. 노인정에서 만난 유재갑(89세)씨는 “주민으로서 당장 급한 것은 이주 문제”라고 보상금 문제를 꺼냈다. 유 씨에 따르면 이 지역은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 이래 먹거리와 생계를 위해 젊은 층이 유출되면서 인구가 약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상태였다. 대부분의 노인들은 농사일 또는 전월세 임대수익 약 80만~100만원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반해, 신도시 개발이 본격화되면 수익을 낼 수단이 사라진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대장동에서 재활용 처리상을 운영하는 박경수(가명)씨 역시 “도로는 예전부터 개선할 것이란 말이 오갔기 때문에 그만큼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있다”면서 “노후화된 만큼 토지나 건물의 가치가 낮을 것으로 추측되는데, 얼마가 나올지는 모르지만 그 돈으로 부천시내 아파트로 들어갈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직방 기준으로 대장동 부지와 가까운 ‘오전생활휴먼시아2단지’는 전용면적 84㎡의 매매가 시세가 4억1000만원 수준이다. 부천 시내에 위치한 ‘부천위브트레지움’ 1단지와 2단지 모두 전용면적 84㎡ 기준으로 각각 5억1000만원, 5억2500만원 수준이다. 대장동 주민이 대부분 1~2인 가구임을 감안해 전용면적 59㎡로 따진다고 해도 위브트레지움은 4억5000만원 수준이다. 더구나 신도시가 들어서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소요될지 알기 힘든 상황에서, 불안정한 주택가격이 요동칠 경우 이 지역 주민들이 부천시내에 터를 잡기는 더욱 힘들 것이란 예상도 가능하다.

▲ 부진한 청약 경쟁률과 미분양에 시름하는 검단 신도시 분양 현황. 출처=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

이런 배경 때문에 농장을 운영하는 송주엽(가명)씨 역시 “어찌됐든 빨리 되면 좋겠지만, 옆동네 검단만 봐도 10년 이상이 걸렸는데 아직 먼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아직 크게 기대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노인정에서 만난 김순희(가명)씨 역시 “나같이 혼자 사는 사람들은 결정이랄 것도 없이 주변 이웃 따라 움직이게 될 것”이라면서 불편한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반대로 중개사들은 보상 문제가 다른 지역보단 수월할 것으로 예상했다. D중개사는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됐지만 불법 건축물들이 하남 교산 등에 비해 훨씬 적을 뿐 아니라 건축물 자체가 드물어 보상 문제는 그나마 부드럽게 지나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우려를 제기한 공항 소음 문제는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실제로 <이코노믹리뷰>가 체류한 약 1시간 30분 동안 비행기 이·착륙으로 발생하는 소음은 거의 들리지 않았다. 일단 계획된 부지가 공항 바로 서편은 제외되고 남쪽으로 치우쳐 있기 때문에 소음의 영향이 제한적인데다, 비행기 소음 특성 상 비행기가 뜨고 지는 전후 방면으로 한정된다는 주장도 있었다.

▲ 부진한 청약 경쟁률과 미분양에 시름하는 검단 신도시 분양 현황. 출처=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

검단신도시는 여전한 울상

한편 더욱 서쪽의 검단신도시는 한층 시름이 깊어진 입장이다. 당초 2기 신도시로 계획된 이후 10년 이상이 걸려 겨우 분양에 돌입했지만, 분양시점과 맞물려 계양신도시가 등장했고 뒤이어 부천 대장지구도 등장하면서 경쟁력이 한층 저하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1군 브랜드에 속하는 대우건설의 ‘검단 센트럴 푸르지오’가 지난 2월 청약을 진행했만 전체 1439가구 모집에 신청자가 1496명에 그치면서 평균 1.04의 저조한 경쟁률로 접수를 마감해야 했다. 전용면적 84㎡ 이하의 중소 평형 가운데 두 유형은 2순위 이내에서 마감됐다. 나머지 두 유형은 2순위에서도 청약 미달이 발생한 상태다. 105㎡의 중대형 평형은 더욱 사정이 좋지 않아서 전체 320가구를 모집했음에도 2순위까지 120가구만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단 센트럴 푸르지오 이전에도 한 자리수의 저조한 경쟁률을 이어온 것을 두고 개편된 청약규제가 원인이라는 분양 관계자의 분석이 나왔지만, 현재까지도 미분양은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검단신도시가 위치한 인천 서구의 W공인중개사는 “지금 당장 반향이 일어나는 곳은 매스컴이나 커뮤니티 등에 한정되지만, 분위기가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면서 “집값이 떨어질 것이란 예상은 들지 않지만, 현재 검단 지역의 악성 미분양이 더욱 악화될까봐 우려되는 것”이라고 주변 반응을 전했다. 해당 중개사는 “2기 신도시와 3기 신도시의 간격이 5~10년 정도라면 영향이 덜 하겠는데, 당장 2022년~2023년에 공급된다고 하니 끽해봐야 2~3년 차이 밖에 나지 않는다”면서 “대장지구는 공공택지라 분양 또는 임대 모두 더욱 저렴할 것으로 예상되니 매수자 입장에선 조금 더 기다려서 받는 게 유리하다는 생각이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결정적으로 검단 지역에 지하철 등 교통편이 확정된 게 없는 것도 분양률 미진의 한 축이라고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