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승현 기자] 한앤컴퍼니의 품에 들어가게 된 롯데카드의 신용등급에 경고등이 켜졌다. 사모투자전문회사(PEF)는 대주주로서의 지원가능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신용평가사들의 판단이다. 롯데카드는 신용등급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자금조달에 대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앞서 롯데지주는 한앤컴퍼니를 ‘최적의 파트너’라고 설명했다. 과연 롯데지주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파트너일지, 롯데카드의 최악의 주인일지에 귀추가 모아진다.

한편, 나이스신용평가는 롯데쇼핑의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된 데 따라 롯데카드의 신용등급도 내렸다. 더 이상 롯데지주는 롯데카드에 대한 지원여력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결국 국내 신평사 3곳이 롯데카드의 매각 ‘과정’에서의 신용등급 변화와 매각 후의 신용등급 변동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는 해석도 나왔다.

롯데카드, 사모펀드 품에 안기기까지

롯데그룹은 지난 2017년 10월 롯데지주를 설립하면서 지주회사로 전환했다. 지주전환 시 지주사 행위제한 요건에 따라 금융계열사를 지주전환 후 2년 이내에 매각해야 한다. 이를 위해 롯데지주는 2018년 11월 금융계열사인 롯데카드와 롯데캐피탈, 롯데손해보험을 매각하기로 결정하고, 시티글로벌마켓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했다.   

롯데지주는 지난 1월 롯데카드와 롯데손보의 예비입찰을 진행했다. 당시 롯데카드 예비입찰에는 한화그룹과 하나금융지주, MBK파트너스, 한앤컴퍼니 IMM PE 등 약 10곳이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이에 시장은 한화와 하나금융의 빅매치를 예상했다.

그러나 한화가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하나금융지주가 유력 후보로 떠올랐다. 지난 4월 19일 열린 롯데카드 본입찰에는 하나금융과 MBK파트너스, 한앤컴퍼니 3사만 참여했다. 본입찰 며칠 전 아시아나항공이 시장에 나오면서 변수로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당시 시장은 하나금융이 롯데카드를 품을 것으로 내다보고, 롯데카드의 전망이 밝다고 평가했다. 롯데카드가 하나금융에 인수될 경우 다른 은행계 카드사들처럼 낮은 금리에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 덕분이다.

결과는 예상을 빗나갔다. 지난 3일 롯데지주는 롯데카드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PEF인 한앤컴퍼니를 선정했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참여사 모두 가격을 포함한 정량데이터를 비교했지만, 더 중요한 것은 매각 후 직원 고용 측면과 롯데지주와의 협업·시너지 등"이라면서 "모두 고려했을 때 한앤컴퍼니가 가장 최적의 파트너라고 결정했다”고 전했다. 롯데손보는 JKL파트너스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한앤컴퍼니는 롯데지주가 보유한 롯데카드의 지분 중 80%를 인수하게 되며, 매각 대금은 1조 4400억원이다.

▲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7일 롯데카드를 신용등급 하향검토리스트에 등록했다. 출처=한국기업평가

차익실현의 꿈, 사모펀드 지원의지 없어

롯데지주는 한앤컴퍼니를 최적의 파트너로 평가했지만, 신용평가 업계는 그렇지 않았다. 롯데카드가 한앤컴퍼니에 인수될 확률이 높아지자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롯데카드를 신용등급 하향 검토 리스트에 등록했다.  

롯데카드는 작년 초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이 부진한 실적으로 신용등급전망이 하향된 데 따라, 등급전망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조정 됐다. 현재 롯데카드의 최종신용등급 AA는 롯데지주의 비경상적 지원가능성이 반영된 상태로 1노치(notch) 상향조정됐다.

한기평과 한신평이 롯데카드에 ‘하향검토’ 꼬리표를 단 이유도 지원주체의 변화에 따른 이유다. 특히 PEF로 지원주체가 달라질 경우 PEF의 보편적인 특성상 계열지원가능성 반응이 어렵다고 밝혔다. 롯데지주에서 한앤컴퍼니로 대주주가 변경될 경우 1노치 상향 평가된 신용등급을 AA-로 내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PEF의 사업목적은 기업의 경영권에 참여해 투자회사의 기업 가치를 높여 그 차익을 얻는 데 있다. 즉 구조조정 등으로 비용을 줄이고 기업 가치를 높여 큰 이익을 얻는가가 주목적인 재무적 투자자(FI)로 인수기업에 대한 지원가능성이 낮다는 설명이다. 인수기업과의 시너지 등을 기대하는 전략적 투자자(SI)와는 성격과 목적이 다르다.

따라서 한기평과 한신평은 한앤컴퍼니가 롯데카드를 투자대상으로 인지해 지원주체로서 유사시 지원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여윤기 한신평 선임연구원은 “PEF를 통해 지배되는 롯데카드의 경영권은 중장기적으로 재무적 투자자의 회수전략에 따른 사업과 재무적 불확실성에 노출돼 있다”면서 “한앤컴퍼니가 롯데카드를 인수할 경우 계열의 유사시 지원가능성을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박광식 한기평 금융실장도 “PEF의 사업 목적이 경영권 참여, 구조조정 등을 통해 투자회사의 가치를 높여 그 수익을 얻는 데 있다는 점에서 유사시 투자회사에 대한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작년 7월 SK증권의 대주주가 SK(주)에서 J&W파트너스로 변경됐다. 이에 신평사들은 SK증권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했다. 이유는 새주인 J&W가 PEF기 때문이다.

박광식 실장은 “J&W파트너스는 사모펀드 운용사로 SK증권의 지분인수 목적이 자산가치 상승에 따른 투자이익 실현이라는 점”이라면서 “이를 고려할 때 유사시 계열로부터의 지원가능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SK증권의 신용등급에 상향조정 요소로 반영해오던 SK(주)로부터의 계열지원 가능성 요인을 제거했다.

이처럼 그동안 PEF를 새 주인으로 만난 기업들은 계열로부터의 지원가능성이 인정되지 않았다. PEF가 차익실현이 목적인 투자회사인 탓이다.

다만, 롯데지주는 한앤컴퍼니가 롯데카드를 인수해 롯데지주와의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업계관계자는 “롯데카드의 영업은 롯데지주와 연계가 높아, 이 부분이 흔들릴 경우 신용평가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면서 “아직은 롯데지주와 한앤컴퍼니의 계약 절차나 결과를 지켜보고 결정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한편,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롯데지주와 한앤컴퍼니의 계약 내용에 현재 고용상태를 5년간 유지한다는 조건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신평사들이 양사의 계약 조건 등이 확정된 후 신용등급을 확정할 계획인 것으로 밝힌 만큼 위 조건에 따른 등급평가에 대한 기대의 목소리도 나온다. 

롯데카드 ‘자금조달’ 또 막히나

업계가 롯데카드 신용등급 변동에 촉각을 세우는 이유는 ‘자금조달’과 관련이 깊은 까닭이다. 카드사 등 여신금융회사의 경쟁력은 ‘조달 금리’에서 나온다. 카드사는 자체 수신기능이 없어 회사채를 발행하거나 차입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 여신사업을 영위하기 때문에 금리를 낮게 조달할수록 유리하다. 신용등급은 채무 상환능력을 측정하는 지표다. 신용등급이 높을수록 채무 상환능력이 높게 평가되고, 조달 금리는 낮아진다. 카드사에 신용등급이 중요한 이유다.
 
한기평과 한신평은 롯데카드를 하향 검토 리스트에 등록했다. 이미 ‘부정적’꼬리표를 달고 있는 롯데카드는 자체신용등급이 하향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앞서 롯데카드는 작년 초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이 부진한 실적으로 신용등급전망이 하향된 데 따라, 등급전망이 ‘부정적’으로 하향조정 됐다. 더불어 당시 외부 매각 이슈 등 변동성이 커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

한 업계관계자는 “하향검토리스트에 등록된 것만으로도 자금조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에게 채무상환능력이 저하될 것이라는 부정적인 인식 때문으로 해석된다.  다만 계약 절차를 거쳐 최종 매각이 완료된다하더라도 롯데카드의 자금 조달 금리가 올라간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신용등급뿐만 아니라 롯데지주와의 영업 연계나 시장 상황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 나이스신용평가는 7일 롯데카드의 신용등급에서 계열의 지원가능성을 제거하고 최종신용등급을 'AA- 안정적'으로 평가했다. 출처=나이스신용평가

나신평은 ‘결과’, 한기평·한신평은 ‘과정’
 
나신평은 롯데카드의 신용등급을 ‘AA 부정적’에서 ‘AA- 안정적’으로 하향조정했다. 롯데쇼핑의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된 데 따라 더는 계열의 지원가능성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나신평의 이번 롯데카드 등급조정은 한기평과 한신평이 지원주체가 PEF로 변경된 데 따라 하향 검토 리스트에 등록한 것과 매우 다른 행보다.

나신평은 지난 3일 롯데쇼핑의 장기신용등급을 ‘ AA+ 부정적’에서 ‘AA 안정적’으로 하향조정했다. 이유는 ▲주요 유통사업 부문의 영업실적 부진 지속 ▲영업수익성 개선 제약 여건 ▲이익창출력 대비 차입금 부담 지표 저하 등을 꼽았다.

롯데쇼핑은 롯데지주의 핵심 자회사로 롯데카드의 신용도와 연계성이 강하다. 특히 롯데카드는 유통과 레저 계열사와의 적극적인 사업연계로 그룹 내 높은 사업적 중요성을 확보하고 있다. 이 가운데 롯데쇼핑의 신용등급이 하락한데 따라 나신평은 더 이상 롯데카드에 대한 계열의 지원여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나신평은 한기평, 한신평과 달리 롯데카드의 신용등급 하향조정이유로 PEF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된 점을 꼽지 않았다. 이은정 나신평 금융평가실장은 “M&A는 불확실성이 높아 매각작업의 단순 진행만으로는 신용등급이 변동하지 않는다”면서 “구체적으로 인수자가 확정돼는 시점에 최조 신용등급을 부여한다”고 설명했다.

한기평과 한신평도 롯데쇼핑의 신용등급을 ‘AA+ 부정적’으로 유지하고 있지만 롯데쇼핑의 신용등급이 하락할 경우 롯데카드에 대한 계열의 지원가능성을 적용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한편 나신평은 우선협상대상자로 한앤컴퍼니가 선정된 만큼 현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리라고 평가했다. 한앤컴퍼니가 PEF인 만큼 계열의 지원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은정 실장은 “롯데 금융계열사의 경영권 변동 시, 신용등급에 가장 크게 영향을 주는 것은 인수자의 지원능력”이라면서 “한앤컴퍼니로 롯데카드의 경영권이 변경되더라도 PEF의 본질적인 특성상 계열의 지원가능성을 반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한기평과 한신평이 매각과정에서 신용등급이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며, 나신평은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면서 “결국 한앤컴퍼니로 매각될 경우 세 신평사의 등급은 같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이번 신용등급 하락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롯데쇼핑 등급 하향 조정에 따른 것으로 이미 채권발행 금리 등에 선 반영된 부분이 있다“면서 ”이 때문에 조달비용이 크게 증가하거나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자금 조달은 연간 계획 및 시장 상황에 전략적으로 시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앤컴퍼니와 롯데지주는 주식매매계약 체결과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 승인, 매매대금 납입 등의 절차가 남아있다. 이에 신용평가 업계는 지분 매각이 최종 완료될 때까지 지켜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