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제약바이오 산업은 대표적 규제과학 산업이다. 규제라고 하면 모두들 해당산업을 저해하고 시장활동을 옥죄는 것으로 오해할수 있지만, 제약바이오 산업은 생명을 다루는 산업이고 높은 수준의 과학기술을 요구하기 때문에 이를 관리해줄 수 있는 규제 과학 역시 높은 난이도의 기술적용이 불가피하다. 식약처가 강해져야 한국 제약 바이오 산업 역시 강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제약바이오 산업은 민간 정부 학계가 똑같은 키높이로 성장해야 안정적인 성장이 보장되는 산업군이다.

정부가 통칭 ‘바이오헬스’ 산업을 8대 선도산업 중 하나로 선정해 우선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규제과학과 식약처가 지속하고 있는 혁신이 주목된다.

규제과학 무엇?…“RA, 제약바이오 산업서 매우 중요”

규제과학은 규제와 정책 목적을 뒷받침하기 위해 사용되는 과학 원리로부터 확인할 수 있는 방법과 실험 기기를 사용하는 방식, 이와 관련된 절차를 개발하고 적용하는 분야다. 업계 전문가는 “해당 분야는 크게 인‧허가와 의약품제조품질관리(GMP) 인증에 대한 이해와 생명공학, 화학 등 학문 배경, 의학, 임상연구, 역학, 보험급여 제도 등으로 구분된다”면서 “쉽게 말해 관련 분야에서 넓고 깊은 지식과 경험이 필요하다. 이는 산업이 발전할수록 전문성이 요구되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식약처는 2014년부터 성균관대학교 의약품규제과학센터 등과 함께 ‘의약품인허가전문가(의약품규제과학전문가, RA)’ 양성을 위한 전문교육을 위탁해 시행하고 있다. 약 100시간 동안 임상‧허가‧제조 등 8개 영역 30개 이상 과목을 교육 받는 이들은 시험을 통과한 뒤 식약처장 인증서를 받을 수 있다.

▲ 2012년 기준 제약업계 전체 종사자 대비 전문인력 현황. 출처=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보건복지인력개발원의 2012년 일자리 조사에 따르면 제약업계 전체 종사자 수는 약 17만6091명으로 이 중에서 RA(Regulatory Affairs)분야 인원은 1076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약 연구개발(R&D), 의약품 상용화 등에 필요한 민간 RA 인력에 대한 기업수요가 높다”고 설명했다.

▲ 의약품인허가전문가 주요 직무. 출처=식품의약품안전처

식약처는 올해 11월께 의료기기 부문 규제과학 전문가를 양성하고 취업을 지원하기 위해 ‘제1회 국가공인 의료기기 규제과학 전문가 자격시험’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는 제도 활성화를 위해 의료기기 기업 품질책임자 자격요건으로 추가된다. 일종의 관문이 높아지는 셈이다. 대신 의료기술직 공무원 채용 시 가산점을 주는 방안도 추진된다.

해당 제도가 정착될 시 제약바이오산업 부문에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전문가는 “제약바이오는 규제산업으로 관련 전문인력 풀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기업과 정부기관, 민간기관 등이 함께 역량이 상승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식약처, 혁신성장 목표로 규제 ‘원점’에서 재검토

식약처는 규제를 혁신하기 위해 각종 규제를 일정 기간 면제하거나 유예해주는 ‘규제 샌드박스’와 신산업 과제 발굴 등을 활용해 식의약 핵심 산업 분야 규제 혁신을 추진한다. 우선 생명‧건강‧안전과 직결되지 않는 절차적 규제를 원점에서 검토하기 위해 ‘식약처 규제 혁신 추진단’을 구성해 운영 중이다. 추진단은 규제 혁신 성과를 만들고 업계와 소비자 등의 체감도를 높이기 위해 먼저 허가한 후에 규제하는 ‘포괄적 네거티브’ 방식으로 체계를 전환하고, 정부가 관련 부문에서 입증책임제도를 확대 적용하기 위해 구성됐다.

추진단은 개선 건의가 많았던 신제품과 새로운 서비스의 시장 출시 및  기업 불편사항 등을 혁신하기 위해 최성락 식약처 차장과 이상용 충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공동 추진단장으로 두고, 식품‧의약품‧화장품‧의료기기 분야별 규제 혁신 추진팀을 구성하고 운영한다. 식약처 관계자는 “민간 전문가가 주축이 된 ‘규제정비위원회’를 별도로 두고 개선 방향과 정비과제 등에 대해 심의, 자문을 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식약처는 또 산업 간 경계를 넘나드는 혁신적 융복합 제품의 개발을 적극 지원하고, 제도 개선과 허가 정책의 연계를 강화하고자 ‘융복합 혁신제품 지원단’을 구성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 생명기술(BT), 정보통신기술(ICT) 등이 융복합된 의약품과 의료기기 제품이 개발되는 등 산업간 경계를 넘나드는 제품들이 개발되는 글로벌 환경”이라면서 “의약품‧바이오의약품‧의료기기로 나뉜 허가 체계를 조합해 허가와 제품화 등 예측 가능성을 높여 시장 어려움 해소와 동시에 산업 활성화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융복합혁신제품지원단 조직도. 출처=식품의약품안전처

지원단은 융복합팀과 허가총괄팀으로 구성돼 총 62명으로 운영된다. 융복합팀은 기술개발 단계부터 미국 식품의약품청(FDA)과 같이 기업과 사전 상담 등을 거쳐 융복합 제품으로 분류되면 신속하게 허가를 받아 제품화할 수 있도록 제도 기반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다. 허가총괄팀은 의약품과 의료기기, 바이오의약품‧의약외품 품목허가를 직접 수행하고,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과 지방식약청의 허가와 신고를 총괄 조정할 예정이다.

규제 혁신 추진단과 융복합 지원단은 운영에 결과에 따라 ‘제도 개선과 산업과의 연계’ 두 마리 토끼를 잡아 해당 산업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전문가는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 발전이 가속화 되고 있다”면서 “식약처가 규제를 개선하면서 최소한이라도 최신 산업 동향에 맞춰간다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