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일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하자마자 공모가의 3배 가까이 상승하자 비욘드미트 직원들이 환호하고 있다.   출처= BeyondMeat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나스닥시장에 또 하나의 기업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화려하게 등장했다. 콩·버섯·호박 등에서 추출한 단백질로 만든 ‘100% 식물성 고기’ 제품을 만드는 비욘드미트(BeyondMeat)다.

상장 첫날 비욘드미트는 공모가 25달러에서 263%나 오른 65.7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6일에는 74.79까지 올라 공모가의 3배에 달하며 시가총액 44억 달러(5조 1400억원)로 이 회사 지난해 매출액 8700만 달러의 50배에 달했다.

CNBC는 “전통적인 식품기업의 기업가치는 통상 매출의 2배 안팎이 일반적”이라며 “비욘드미트는 투자자들에게 식품기업이 아닌, 실리콘밸리의 기술 스타트업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도대체 식물성 고기가 뭔데?

비욘드미트의 열풍과 함께 대체 육류, 이른 바 식물성 고기에 대한 관심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식물성 제조고기는 콩류에서 얻은 단백질 등 성분으로 고기와 유사한 제품을 만드는 것으로, 맛과 식감이 고기와 유사하지만 콜레스테롤 등은 낮은 것을 특징으로 한다.

사실 비욘드미트 이전에도 콩에서 추출한 단백질과 지방으로 만든 콩고기는 있었다. 하지만 콩고기는 영양 성분이 비슷할 뿐 고기 특유의 풍미를 구현하지 못해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그러나 비욘드미트의 식물성 고기는 코코넛 오일과 빨간 채소인 비트를 써 핏물이 도는 듯한 육즙까지 재현했다. 특히 소나 돼지의 근섬유와 비슷한 섬유질까지 더해 고기 특유의 풍미, 육즙, 식감을 거의 그대로 구현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 출처= Beyond Meat

버거킹 이어 맥도널드도 가세

대체 육류 산업에서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곳은 비욘드미트 외에도 임파서블 푸드(Impossible Food)가 있다. 비욘드미트의 최대 경쟁자인 임파서블 푸드는 햄버거 업체 ‘버거킹’과 파트너십을 맺고 고기 없는 햄버거 와퍼 판매를 개시했다. 임파서블 푸드는 유전자를 조작한 누룩으로 생산하는 헴(Heme·혈색소 성분)을 이용해 만든 식물성 패티로 실제 고기와 유사한 맛을 구현한 실리콘밸리 기업이다.

버거킹은 임파서블 푸드에서 납품받은 패티로 버거를 만들어 미국 세인트루이스 지역 59개 체인점에서 시험 판매를 한 후 현재 이를 전국 매장으로 확대했다.

크리스토퍼 피나조 버거킹 북미 회장은 “와퍼에 대한 기대에 부응하는 것을 내놓고 싶었다. 체인점주, 사무실 직원, 동업자들에게 블라인드 테스트를 했더니 아무도 (기존 버거와의)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버거킹은 식물성 버거에 ‘임파서블 버거’라는 이름을 붙였다. 두툼한 고기를 앞세우며 정통 버거의 자존심을 강조하던 버거킹이 채식 버거에 본격적으로 손을 댄 것은 고객 수요의 변화 때문이다.

북미에서 버거킹 외에 맥도날드, 델타코(Del Taco), TGI 프라이데이, 칼스주니어 등 많은 패스트푸드점들이 비욘드미트와 임파서블 푸드의 식물성 고기를 활용해 채식 버거, 채식 타코 등을 선보이고 있다.

미트볼로도 유명한 가구업체 이케아도 내년부터 식물성 고기 메뉴를 판매할 예정이다.

▲ 출처= Impossible Foods

식물성 고기가 각광받는 이유

식물성 고기가 잘 나가는 이유는 고기를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들이 늘어난 영향이 크다. 고기를 먹지 않는 이유는 다양하다. 건강·종교·동물보호·환경 등 각자가 가진 다양한 신념을 이유로 고기를 먹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국제채식인연맹(IVU)은 2017년 기준 전 세계 채식 인구를 1억 8000만명로 추산했다.

그러나 채식주의자들만 식물성 고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대체육은 칼로리도 일반 육류에 비해서 80~90% 수준 정도로 낮은데다 염분은 훨씬 적고 섬유질은 더 많다. 실제로 버거킹의 임파서블 버거 구매자의 10명 중 9명은 채식주의자가 아니었다는 데이터도 있다.

현대판 공장식 축산업의 가장 큰 문제점은 환경 오염이다. 너무 많은 곡물이 동물들을 살찌우는데 쓰이고, 그 과정에서 엄청난 폐수·온실가스를 발생시킨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축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5%에 이른다. 게다가 오직 먹히기 위해서 태어난 동물들은 체질이 허약해 전염병이라도 돌면 속수무책이다.

이런 상황에서 식물성 고기는 진짜 고기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90% 줄이고 물과 에너지를 각각 99%, 46% 절약한다. 같은 양의 고기를 생산하기 위해 차지하는 토지도 7%에 불과하다.

여기에 최근 중국을 강타하고 있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에 따른 육류 가격 폭등도 대체 육류에 기회가 되고 있다. 돈육가격은 지난 4월 첫째 주 36%로 급등하며 4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아직까지 대체 육류 가격이 실제 육류에 비해 매력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진 않지만 최근 가격 폭등으로 상당부분 그 격차가 좁혀졌다.

또 비위생적인 사육 환경에 따른 각종 질병 창궐과 좁은 우리에서의 사육이 동물 복지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대체 육류 활성화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대체육이 주요 소비층인 밀레니얼 세대는 물론 시니어와 여성 등으로 확대되면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EuroMonitor International)에 따르면, 미국의 대체 육류 소매 시장은 지난해 14억 달러에서 2023년까지 25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전세계적으로는 2018년 약 187억 달러에서 2023년 230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출처= Nestle

어느새 치열한 경쟁이?

그런데 블루오션이던 식물성 고기 산업도 짧은 기간 동안 경쟁이 치열해졌다.   

빌 게이츠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등이 투자해 유명세를 탄 비욘드미트는 식품업계의 테슬라라고 불린다. 임파서블 푸드도 구글 벤처스, 코슬라 벤처스, 허라이즌스 벤처, 타이슨푸드 등 글로벌 기업을 투자자로 두고 있다.

올해 후반에는 세계 최대의 육류 생산업체인 타이슨도 관련 제품들을 출시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비욘드미트의 주요 주주였던 미국 최대 육가공업체 타이슨푸드는 비욘드미트 상장 직전 비욘드미트의 주식(6.5%)을 매각하면서 올 여름 신제품 테스트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지상 최대 IT박람회인 ‘CES2019’에는 비욘드미트, 임파서블 푸드 외에 소에서 줄기세포를 채취해 근육세포를 배양하는 방법으로 실험실에서 고개를 ‘재배’하는 모사미트(Mosa Meat), 세계 최초로 닭고기 배양에 성공한 멤피스미트(Memphis Meats) 등 기존 아성을 위협할 만한 신흥 강자들이 속속 등장했다.  

네슬레 같은 회사들도 이 시장의 일부를 원한다. 네슬레는 지난 달 유럽에서 식물성 단백질 제품인 가든 구르메 인크레더블 버거(Garden Gourmet Incredible Burger)를 출시해 맥도널드를 통해 판매를 시작했다. 이 고기 없는 버거는 콩과 밀, 단백질로 만들어졌으며 비트, 당근, 피망 추출물을 사용하여 고기의 모양과 질감을 만들어 냈다. 올 가을에는 스위트 어스(Sweet Earth) 브랜드로 미국에도 출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