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는 평판과 연결되는 경력관리의 일부다. 기업이 경력직 지원 후보자의 이전 직장 내 평판을 조회하는 경우는 빈번하다. 특히 업계가 좁은 외국계 기업은 평판 조회가 쉽게 가능하기 때문에 예의와 절차를 갖춘 퇴사가 더욱 중요하다. 가족사업을 핑계로 퇴사하고 경쟁사에서 근무를 해온 한 지원자는 이 사실이 전 직장에 알려지면서 업계 내 나쁜 평판이 형성되어 이직에 애를 먹었다.

매너 있는 퇴사자라면 사직 의사를 미리 통보하고, 마지막까지 성실하게 업무를 인수인계하기 마련이다. 가능하다면 대체인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도움도 제공하면 좋다. 다만 그 기간은 사직서 제출 후 한 달 이내로 하는 것이 적절하다. 간혹 사규로 퇴사 통보 기간을 두 달 혹은 세 달까지 정한 곳도 있고, 사표가 제때 수리되지 않아 입사일을 앞두고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이기도 한다. 다행스럽게도 고용노동부 예규에 따르면 회사가 사표를 수리하지 않더라도 퇴사 통보 후 한 달이 지나면 근로계약 해지의 효력이 발생한다. 따라서 회사가 무리하게 근무 연장을 요구할 때 단호하게 거절할 수도 있어야 한다.

그러나 성급한 퇴사 통보는 금물이다. 자칫 구직자가 절차를 꼼꼼하게 확인하지 않았다는 부정적인 인상을 줄 수 있고, 연봉협상 때도 불리할 수 있다. 사직 의사는 서면으로 최종 입사를 확인하기 전까지 절대 밝히지 말아야 한다. 실제로 한 지원자는 구두상으로 약속한 최종 입사 제안을 듣고 회사에 미리 사직 의사를 밝혔으나, 채용사의 사정으로 채용이 보류된 적이 있다. 비록 오래지 않아 입사하게 되었지만, 이 경우는 채용이 확정되지 않더라도 채용사의 책임으로 보기 어렵다.

만약 퇴사 통보 이후 회사에서 연봉 인상과 승진 등 ‘카운터 오퍼(Counter Offer)’, 이른바 역제안을 해온다면 즉각 반응하지 말고 냉정하게 생각하자. 최고 등급의 인사평가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실적 부진과 직원들 간 형평성 문제로 3% 내외의 연봉 인상률을 제안 받아왔던 지원자가 있었다. 그가 퇴사 의사를 밝히자, 사 측은 채용사에서 제안한 연봉과 동일한 25%의 파격적인 카운터 오퍼를 제시했다. 해당 지원자는 “제가 사직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면, 회사가 절대 이런 제안을 하지 않았겠죠”라며, 그동안 회사가 더 이상의 연봉 인상은 어렵다며 제시한 사유들을 신뢰할 수 없게 되었다고 씁쓸해했다.

많은 회사들이 후임자 채용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아끼기 위해 카운터 오퍼라는 카드를 꺼낸다. 이때는 본인이 이직을 결심했던 근본적인 이유를 떠올려보라. 카운터 오퍼가 퇴사를 결심하게 했던 실질적인 고민을 해결해주는지 따져보았을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문제가 변하지 않는다면, 현재 회사에 잔류하는 것은 의미 없는 선택이 될 수 있다. 또한 카운터 오퍼를 수락하더라도 퇴사 의사를 밝혔던 직원에 대한 사측의 신뢰가 낮아질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인 커리어 관점에서 재고할 필요가 있다.

채용 전문 컨설팅사는 비단 채용뿐 아니라 품격 있는 퇴사까지 유용한 조언을 제공한다. 적절한 퇴사 시기 및 방법에서부터, 이직 후 새로운 직장에 무리 없이 안착할 수 있도록 상사의 성향 및 조직의 분위기까지 안내해준다. 입사 후에도 적응에 어려움은 없는지 주기적으로 연락하며 도움을 제공한다.

사람들은 마지막 이미지로 떠나는 사람을 기억한다. 퇴사 과정의 한순간 실수로 본인이 어렵게 쌓아 올린 커리어에 흠집을 내는 우를 범하지 말자. 프로는 떠난 자리에도 품격을 남기는 법이다.

이 칼럼은 로버트월터스코리아에서 제공합니다. 로버트월터스는 다국어 구사능력을 갖춘 전문가를 대상으로 하는 글로벌 인재채용 컨설팅 회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