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기범 기자] 얼마 전 강원지역에서 초대형 산불이 발생해 피해 주민들을 위해 아이유, 이병헌, 한국수력원자력 등 연예계와 기업들의 기부 활동이 줄을 이었다. 이러한 기부행위로 개인이나 기업은 법에 따라 세금을 면제받거나 환급받을 수 있다. 물론 기부라는 것은 선의로 나보다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에 따른 세금감면 혜택이 있기 때문에 많은 개인과 기업은 기부를 하고 있다.

기부와 세금은 필시 국가와 사회를 위해 공적으로 좋은 일을 위해 쓰는 돈이라는 점은 같지만 이왕이면 세금을 내는 것보다는 기부를 하고자 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선의를 바탕으로 자율적으로 운용하는 기부와 달리 세금은 법과 제도 아래서 운용되며, 기부는 어떠한 사람을 도울지를 내가 결정하고 내가 낸 돈이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 확인을 할 수 있는 반면 세금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우리나라 기부금은 약 13조원 가량이다. 이는 법인·소득세율 15%를 기준으로 계산해 보면 년 간 약 2조원의 세금을 거두지 않고 민간에 유보시킨 것과 같은 효과다. 국가가 더 거둘 수 있는 세금을 공익목적으로 사용한다는 이유로 징수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기부문화의 투명성은 반드시 확보되어야 한다. 그것이 세금을 정상적으로 납부한 납세자를 위한 조세정의에 부합하는 것이다.

▲ 권오용 한국 가이드스타 사무총장. 출처=한국가이드스타

 

그렇다면 기부투명성은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까

기부문화 회복을 위해 정부와 한국가이드스타는 공익법인 투명성을 확대하기 위한 다양한 개선 방안을 내놓았다. 몇 해 전에 비해 상당히 체계화되고 긍정적으로 개선되었지만 아직 관련 제도 보완이 더 필요한 부분이 있다.

첫 번째로 의무공시 공익법인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 국세청 국세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공익법인 수는 종교단체를 제외하고 16,581개다. 그러나 공익법인 의무공시 대상 기준은 자산 5억원이상 또는 수입 3억원이상인 법인으로 사업연도 2017년 기준 9,216개이다. 이는 전체 공익법인 대비 55.6%다. 좋은 일은 한다는 이유로 기부금 또는 보조금을 받지만 공시를 하지 않는 법인이 45%나 된다. 이는 기부자들의 알권리를 ‘구식’ 제도가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기부자가 모든 공익법인 및 지정기부금 단체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공익법인 전면공시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국세청 공익법인 결산서류 등의 자료 사본을 모든 공익법인 홈페이지에 공개하도록 하여 일반 국민들의 공익법인 정보 접근성을 강화하여 기부사기를 당하는 기부자가 없어야 할 것이다.

두 번째로 공익법인의 의무 외부회계감사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 현재 외부 회계감사를 반드시 받아야 하는 기준은 자산 100억원 이상의 공익법인이다. 이는 보조금 및 기부금 수입이 주 수입원인 공익법인의 기준으로 적합하지 않다. 특히 공익법인의 기부금 수입은 일반적으로 당해 연도에 지출해야 하므로 자산의 증가가 이루어지지 않는데, 현재의 자산 기준은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다.

기부선진국인 미국은 주 정부마다 의무 외부회계감사 실시 대상 공익법인 기준이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연간 총수입, 지원금 수입 기준을 따르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뉴욕주, 워싱턴 주 등에서는 연간 총수입 기준을 적용하고 있으며, 플로리다주, 펜실베니아주 등에서는 연간 지원금수입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주요 선진국들의 기준을 벤치마킹하여 현행 자산 기준에 수입 기준을 추가하여 현실에 맞게 변경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정부 및 모금배분기관은 반드시 수혜기관의 투명성을 확인하여 지원금을 집행하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최근 사립유치원들이 ‘에듀파인(국가관리회계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한 것도 회계투명성 확대를 원하는 학부모들의 열망에 따른 것이다. 이에 한국가이드스타와 같은 중간지원기관의 투명성 리포트(공익법인 경영진단보고서)를 참조하여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복지사업을 하는 기관을 선정한다면, 선의로 기부한 기부금이 제대로 쓰일 수 있도록 확인할 수 있다. 이는 곧 국가 차원의 조세정의를 실현하는 길이기도 하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공익법인들이 관련법을 제대로 이해하고 준수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정부는 공익법인들의 법 준수여부를 제대로 감독하고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또한 기부자들은 인정에 호소하는 ‘빈곤포르노(poverty pornography)’ 모금광고만을 보고 기부하는 것을 지양하고 한국가이드스타나 국세청의 정보를 통해 기부단체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비교 판단하여 현명하게 기부하는 인식의 제고가 필요하다.

최근 우리나라 공익분야의 제도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혼란스럽고 어렵겠지만 정부, 회계 및 세무전문가 그리고 공익법인 스스로가 변화를 위해 노력한다면 우리나라 공익분야가 선진국형 문화로 꽃 피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을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