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기치 않았던 북한의 미사일 발사

한반도 문제는 이제 새로운 장을 열게 되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인해 야기된 상황이다.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의 파장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2019년 5월 4일 토요일 9시 6분부터 27분까지, 북한은 강원도 원산 호도반도 일대에서 ‘단거리 발사체’ 여러 발을 발사했다. 이 발사체는 동해상까지 최소 70㎞, 최대 200㎞까지 비행했다. 북한은 오전 10시 이후에도 단거리 발사체 1발을 더 발사했다.

미사일 발사 직후,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를 러시아 지대지 탄도미사일 ‘이스칸데르’ 개량형으로 분석했다. 이스칸데르 미사일은 사거리를 50~60km에서 500km까지 조절할 수 있고, 최종단계에 진입 각도를 변화시킬 수 있는 무기이다.

문제는 북한이 발사한 단거리 발사체가 이스칸데르 미사일 개량형이라면, 북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했다는 점이다. 유엔은 모든 종류의 탄도미사일 발사 실험도 금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황당한 일이었다.

그런데 북한은 여기에서 한 술 더 떴다. 이튿날 5월 5일 일요일, 미사일 발사 사실을 공식 발표한 것이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동지께서 5월 4일 조선 동해 해상에서 진행된 전연(전방) 및 동부전선 방어 부대들의 화력타격훈련을 지도하셨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통신은 훈련이 “전연 및 동부전선 방어부대들의 대구경 장거리 방사포, 전술유도무기 운영 능력과 화력임무 수행 정확성, 무장장비들의 전투적 성능을 판정 검열”하고, “경상적인(변동 없이 정상적으로 계속되는) 전투 동원 준비를 빈틈없이 갖추도록” 할 목적으로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북한 스스로 발사를 선언한 것이다.

 

차분한 반응을 보이는 미국 행정부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 미국은 차분한 표정이었다. 각종 사안에 대해서 즉각적인 반응을 내놓던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도 잠잠했고, 미국 정부의 공식 반응 역시 한참동안 지연되었다. 미국 행정부 내부에서 의견 조율이 이루어지는 느낌이었다.

물론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이 발표되기 전, 트럼프 대통령은 크게 화를 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온라인 매체 복스는 현지시간 5월 4일(한국시간 5월 5일)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발사체 보고를 받고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속았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하기 전에는 어떤 트윗도 올리지 말라.”는 백안관 고위 참모진의 조언을 받아들였다.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강도 높은 비난을 트윗을 통해 발표할 경우, 상황이 더 나빠질 수도 있는 까닭이었다. 그래서 복스의 보도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윗을 통해 견해를 밝힌 것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13시간 뒤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은 내가 그와 함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나와의 약속을 어기고 싶어 하지 않는다. 합의는 성사될 것(Deal will happen)”이라며 북한 비핵화 협상 재개 의사를 거듭 밝혔다. 지금까지 힘쓴 노력을 유지하려는 입장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 이후, 미국 정부의 속내를 읽을 수 있는 단서가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서 공개되었다. 폭스 뉴스, ABC 뉴스, CBS 뉴스 등은 일제히 “중거리 미사일이나 장거리 미사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은 아니란 높은 확신을 갖고 있다.”고 말한 폼페이오 장관의 말을 전했다. 북한과의 대화 상태를 유지하려는 태도였다.

공식 반응을 자제하는 일본 정부

미국의 반응과 마찬가지로, 일본 역시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즉각적인 반응을 나타내지 않았다. 북한에 대해 항의하지도 않았고, 탄도미사일 발사를 금지한 유엔결의 위반 여부도 들먹이지 않았다. 의외라 싶을 정도로 뜻밖의 반응이어서, 놀라웠다.

대신 5월 6일 월요일 밤,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40분간 통화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30번째 통화였다. 이 통화에서,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일 정상회담 추진과 김정은 위원장과 조건 없이 허심탄회하게 대화할 의사를 피력했다.

오는 7월로 예정된 참의원 선거에서 3분의 2 이상의 의석을 확보해야 하는 부담을 지닌 아베 총리. 2020년에 개헌을 통해서 전쟁가능국가로 전환하기 위해 발버둥 치는 현 시점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만큼 고마운 호재는 없다. 그래서 아베 총리는 일단 김정은 위원장과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전심을 다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북일정상회담이 이루어지면, 결론은 무조건 아베 총리에게 유익했다. 대화가 잘 되면 일본인 납치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대화가 안 되면 북한의 호전성을 들먹이며 평화헌법 개정을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석이조까지는 아니어도, 손해는 아니었다.

아베 총리의 심중을 담은 기사가 5월 7일 화요일 교도통신에서 보도되었다. ‘북일정상회담 요청, 납치문제 전제 없이’라는 제목의 기사로, “베이징 대사관 루트 등 다양한 레벨의 접촉을 통해 조건 없이 김정은 위원장과 직접 만나겠다는 아베 총리의 의향이 북한에 전달됐다”는 내용이었다. 건곤일척 승부를 펼치는 아베 총리의 속내를 담았고, 어느 새 일본 정부의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공식 반응은 뒤로 밀렸다.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는 중국

대화 분위기를 깨지 않으려는 미국, 새롭게 대화 창구를 개설하려는 일본과 달리, 북한의 전통적 후견국가 중국은 최근 북한 문제에 대해 매우 신중한 입장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이후, 중국 정부는 계속 침묵 중이다. 주목할 만한 일이다.

북한 문제에 침묵하는 중국. 그렇다면 중국은 왜 북한에 관해 침묵하고 있을까? 한 마디로 말해서, 북한의 돌출적 행동이 자국에 도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국제 여론의 향배와 관계없이 북한을 옹호해온 중국이지만, 결국 자국의 존립이 우선이다. 혈맹 북한이지만, 자국만큼 중요하지는 않다. 북한은 이 사실을 놓치고 있다.

서구 제국주의로부터 유린당한 이후, 중국은 청일전쟁과 중일전쟁을 통해 두 차례 일본으로부터 국치를 경험했다. 따라서 2009년, 전체 경제 규모에서 100년 만에 겨우 일본을 압도한 중국은 군사대국화를 추진하려는 아베 총리의 행보가 훗날 중국에게 짐이 될 것이라고 예단한다. 어쩌면 중국은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직간접적으로 돕고 있는 북한의 태도가 불편할 수도 있다. 물론 이런 심기를 중국은 드러내지 않는다.

2019년 5월 4일 토요일, 북한이 쏘아올린 미사일에 미국, 중국, 일본이 잠잠한 이유는 이렇게 각기 다른 이유 때문이다. 북한은 미국의 전략적 인내와 중국의 동지적 한계를 파악하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전쟁가능국가의 목표를 달성하면, 일본이 일차 공격 대상이 누가될지 북한은 생각해봐야 한다. 북한은 지금 누란지위(累卵之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