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우리나라 영화계에도 ‘MCU’가 있다. 물론, 공전의 흥행 기록을 쓰고 있는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아니다. 바로 배우 마동석이 엄청난 힘을 지닌 영웅으로 등장해 악의 무리들을 일망타진하는 영화들. 즉, ‘마동석(M) 시네마틱(C) 유니버스(U)’다. 화면을 꽉 채우는 압도적 피지컬과 악당들에게 내지르는 호쾌한 액션 그리고 그만이 살릴 수 있는 개그 센스로 배우 마동석은 독보적 캐릭터를 구축했고 그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들에게 관객들은 ‘무려’ MCU라는 센스 넘치는 별명을 지었다.     

그러나 이 MCU 영화들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 있으니 바로 이제는 관객들에게 다소 식상해져버린 전개다. 이를테면 마동석이 악당들을 이기는 것으로 결론이 나는 그런 전개다. (물론, 권선징악만큼 재미있는 영화의 전개도 없기는 하지만...)  

그런 의미에서 영화 <악인전>은 기존 MCU 영화들과는 조금 같은 전개가 되도록 한 노력이 물씬 풍기는 작품이다. 조폭 두목 장동수(마동석)와 별명이 ‘미친개’인 조폭에 가까운 경찰 정태석(김무열)이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 K(김성규)를 잡기 위해 의기투합한다는 설정도 재미있다. 다시 말하면 영화의 주인공들 중이 모두 악(惡)이다. 악당들이 손을 잡고 더 나쁜 악당을 잡는다는 이 독특한 설정은 영화 <악인전>이 세계 최고 권위 영화제 중 하나인 칸 영화제에 초청작품으로 선정되는 원동력이 됐다.    

영화 <악인전>은 작품 속 주인공들의 관계나 이야기의 인과관계가 전혀 복잡하지 않다. 가장 나쁜 놈을 잡기 위해 조금 덜 나쁜 놈들이 힘을 합치고, 종극에는 분노에 거의 미쳐가는 모습들이 아주 거칠게 표현된다. 스토리 전개도 매우 빠르고, 질질 끌지도 않기 때문에 긴장감이 넘친다. 중간 중간에 툭툭 튀어나오는 한국식 유머가 있어 웃음의 포인트들도 있다. 영화의 종반부에서는 마동석도 마동석이지만 배우 김무열과 김성규의 광기어린 연기가 돋보인다.      

요즘은 어떤 영향(아마도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때문이 아닌지...)때문인지 결말이 말끔하지 않은 영화들이 많이 나오고 또 좋은 평가를 받는데, 영화 <악인전>은 결말로도 이런 흐름과 조금 거리를 뒀다. 물론,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살짝 여운이 남도록 처리가 되지만 관객들은 충분히 다음 전개를 예측할 수 있다. 이게, 의외로 통쾌하다. 

<악인전>은 많은 생각을 하지 않고 영화의 전개를 보이는 그대로 이해하며 몰입하면 충분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영화다. 

과연 우리의 마동석 형님은 대머리 악당 타노스의 MCU가 지배한 박스오피스에 파란을 일으킬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