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 중역의 리더십은 사업부나 영업조직, 크게 보아서는 기업 전체를 이끄는 리더십이다. 이는 영업조직의 비전과 전략을 제시하고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중요한 리더십이기도 하다. 특히 최근에 전 세계적으로 저성장 기조에 접어들고 있고, 급속한 변화의 바람 속에 있는 시장 환경에서 중역의 리더십은 기업의 단기적인 성과뿐만이 아닌 중장기적인 미래를 준비하는 양손잡이 리더십을 필요로 하고 있다.

나는 우리나라와 해외 유수의 글로벌 기업에서 다양하고 차원 높은 영업 중역 리더십을 직접 겪는 행운을 가졌다. 오랫동안 전 세계인으로부터 존경받는 미국 글로벌 기업과 국내 글로벌 기업, 미국 스타트업의 시초라 할 수 있는 기업 등 성공 신화를 거둔 기업들의 보스에게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다.

경영진의 리더십에 관한 많은 연구와 저서가 쏟아져 나오고 있으나 영업 중역 리더십에 관한 내용은 그다지 많지 않다. 이 번 칼럼과 다음 번 칼럼을 통해 내가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의 미래가 달려 있는 영업 중역 리더십의 다섯 가지 유형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이기적 리더십(Survival Leadership)

영업 중역의 1차 목표는 기본적으로 계량적인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다. 첫째, 매출과 이익, 시장점유율, 성장률 등 비즈니스 측면의 재무적인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둘째, 고객만족도를 포함한 고객에 대한 계량적인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셋째, 종업원 만족도 등 직원에 대한 목표도 달성하여야 한다. 이외에도 미래에 대한 준비를 계획적으로 하는 것이 영업 중역의 2차 목표이며, 주요 성과지표이다. 예를 들면 영업 직원의 채용 및 개발, 공정한 성과 및 보상 관리, 영업윤리 확립, 후임자 개발, 미래 사업 발굴 등이다.

이러한 다양한 항목 중에 영업 중역의 가장 단기적이며 반드시 달성하도록 종용 받는 목표는 매출과 이익의 재무적인 지표이다. 이 목표를 달성한 영업 중역은 기업에서 생존하기 위한 기본적인 것을 수행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기업의 목표는 그 해 목표 숫자 달성뿐만 아니라 지속성에 있기 때문에, 단지 재무 목표만을 달성했다고 해서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했다고 보기 어렵다. 특히 영업조직의 성장을 위한 영업 직원의 채용과 육성, 가능성 있는 영업 중역 후임자의 역량 개발은 꼭 필요한 목표이다.

그런데 가능성 있는 후임자를 물색하고 개발시키는 대신, 자신의 경쟁상대로 인식하고 오히려 낙오시키려는 리더들이 종종 있다. 그들은 후임자에게 과다한 목표를 주어 사기를 떨어뜨리고, 의도적으로 주요 의사결정에서 배제시키는 행동을 보인다. 자신의 영업 중역 역할을 지속하기 위해 옳지 못한 행동을 일삼는다. 보통의 경우 기업의 감사 등의 견제 기능을 통해 이러한 중역이 걸러지긴하지만, 조직 내에서 힘이 막강한 경우 이를 알면서도 막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가장 초보적인 리더십이라고 할 수 있고 이기적인 행동을 보이는 1차원의 영업리더십이다.

이러한 이기적인 영업리더십이 지속될 경우, 리더십의 승계과정에서 많은 부작용이 발생한다. 내부 차원에서 후임 중역이 개발되기가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기 때문에 외부에서 전문가를 수혈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제대로 육성되지 않은 내부 인력이 중역의 자리에 오르게 되는 경우에는 조직이 제 자리를 찾기까지 꽤 시간이 필요하다. 또한 내부 직원들이 영업 중역의 잘못된 행동을 따라하는 부작용이 생기기도 하고, 탁월한 역량으로 성과를 얻는 대신에 영업 중역과의 관계에만 집중하는 현상도 발생할 수 있다. 조직의 문화가 성과보다 관계 지향형이 될 수 있고, 이렇게 변질된 조직의 미래는 그리 밝지 못하다.

강압형 리더십(Coercive Leadership)

고위 영업 중역이 아래 임원에게 충고를 한다.

“장 상무, 영업 직원들은 편하게 놓아두면 안 돼.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떻게 하는지를 항상 주시하고 관리해야 해. 윗 사람이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자유방임으로 놔두면 목표치만 대충 맞추는 척하고 놀 거야. 직원들은 호되게 혼내고 진을 빼서 기진맥진하게 만들어야 해! 그래야 딴 생각 안하고 일만 열심히 하게 되는 거야!”

항상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주간 영업회의에서는 끝까지 따져 묻고, 월요일 아침 일찍 회의를 해서 주말에 일을 하게 만들고, 계약에 실패할 경우 호되게 나무란다. 가능성 있는 숫자의 두 배 목표를 부여하여 매일 채근한다. 과다한 목표와 지속적인 채근은 150% 정도의 목표 달성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영업직원들은 자율적으로 행동하지 않으며, 시켜야 움직이는 수동적인 존재라고 본다. 자신이 모두 개입하여 관리하지 않으면 조직이 잘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진 리더이다. 영업직원의 동기부여보다는 목표를 이루는 단순 수단으로 보는 리더십, 바로 강압형 리더십, 2차원 리더십이다.   

강압의 강약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영업조직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리더십이다. 국내, 해외기업 할 것 없이 가장 많이 접하게 되는 리더십이며, '불도저 리더십'이라고도 한다. 특히 급격한 경제 성장을 이룬 우리나라에서 많이 봐온 리더십이기도 하다. 조직에 긴장을 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조직에 대한 충성도에 부정적 영향을 끼쳐, 훌륭한 영업 직원을 떠나게 할 수 있다. 강압형 리더십이 오래 지속되는 경우 대부분의 직원이 소극적, 수동적으로 영업에 임하게 되어 조직의 무기력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특히 강압형 리더십에 익숙하지 않은 외부 경력직원과는 문화적인 충돌을 초래할 수 있다. 부하직원의 많은 수가 평균 이하의 역량일 경우 이러한 강압형 리더십이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평균 이하의 역량을 가진 영업 직원이 많은 조직의 경우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역량 개발과 탁월한 역량의 추가 채용이다. 어떤 경우에도 이 리더십이 오래 지속되는 것은 조직에 바람직하지 못하다.

사일로 리더십(Silo Leadership)

영업 중역의 기본 성과 지표인 계량적 목표 달성을 위해 영업조직이 함께 노력하게 하는 리더십이다. 매출, 이익, 시장점유율, 성장률 등 비즈니스 측면의 재무적인 목표에 매진하고 고객만족도 및 종업원만족도를 높이는 전략을 고민하고 이를 실행한다. 직원의 동기부여 활동을 고민하고 후임자 물색 및 육성 진행사항을 매년 정기적으로 시행한다. 영업윤리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솔선수범하려고 노력한다. 이 내용만 보면 3차원 리더십인 ‘사일로 리더십’은 다음 칼럼에서 다룰 균형 리더십과 같아 보인다.

어느 영업조직의 보스가 부하 영업관리자에게 말한다. 영업조직의 보스는 A사업부 출신이고 부하 영업관리자는 B사업부 출신이다. 최근에 A사업부와 B사업부를 포함한 영업조직 전체를 이 보스가 책임지게 되었다.

“김 부장, GE의 제프 이멜트 회장이 어느 사업부 출신인지 알아? 이멜트는 회장이 되기 직전에 헬스케어 사업부 수장이었어. 그래서 GE회장이 되고 나서는 헬스케어 사업부 출신들이 많이 발탁되고 있어.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전체 수장이 되면 자기와 함께 일해본 사람들 중에서 중책을 뽑을 수밖에 없는 것이지. 이것은 이해해야 해.”

부하 영업관리자는 이 영업조직의 보스가 이 이야기를 왜 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영업조직의 보스도 A부서 출신을 중용하고 싶다는 말을 돌려서 하는 것이다. 

사일로 리더십은 자칫 균형적 리더십에 가까워 보일 수 있으나, 인재와 후임자를 육성하고 동기부여를 하는 과정에 ‘편협성’이 포함된 유형이다. 자신의 출신 부서에서 함께 일하고 증명이 된 사람을 중용하고 싶은 것은 당연할 수 있다. 그러나 인재는 공정하게 등용해야 한다. 한 사일로 안에 갇혀 편협한 관점에 서 있는 영업 중역 리더십은 영업조직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 자신이 재임하는 동안에는 문제가 없겠지만 편협하게 선정된 인력을 바탕으로 한 조직의 운영은 훗날 큰 부작용을 낳게 되어 있다. 이런 리더십은 훌륭한 영업 직원을 떠나게 할 것이고, 영업조직의 잘못된 문화를 만들 것이다. 한 마을의 농사꾼과 사냥꾼이 함께 어우러져 마을의 목표를 이루어내야 한다.

이번 칼럼에서는 영업 중역 리더십의 5가지 유형 중 1, 2, 3차원 리더십을 정리해 보았다. 다음 칼럼에서는 4차원과 궁극적인 리더십의 목표인 5차원 리더십을 다루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