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주말 중국 상품에 대한 관세를 인상하겠다고 다시 위협함으로써 협상 종착지에 다다른 것처럼 보였던 세계 양대 경제 대국의 무역전쟁이 재점화될 위험이 높아졌다.   출처= Socialist Alternative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주말 중국 상품에 대한 관세를 인상하겠다고 다시 위협함으로써 협상 종착지에 다다른 것처럼 보였던 세계 양대 경제 대국의 무역전쟁이 재점화될 위험이 높아졌다.

오는 9일부터 양측이 워싱턴에서 다시 만나 협상을 계속할 예정인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일요일인 5일(현지시간) 사실상 모든 중국의 대미 수출품에 대한 관세를 인상하겠다고 위협하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지난 10개월동안 중국은 500억달러의 하이테크 제품에 관세 25%를, 2000억달러 규모의 다른 상품에는 10% 관세를 미국에 지불해왔다. 금요일에는 10%의 관세가 25%로 오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관세가 부과되지 않은 3250억달러의 다른 중국산 제품에도 25%의 관세를 조만간 부과하겠다”고 말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6일(현지시간) 미중 무역협상에 대해 중국이 기존 약속에서 후퇴했다면서 중국이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으면 오는 10일 오전 0시 01분부터 수입산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를 인상하겠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재확인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이날 기자들에게 "미중 양국은 무역협상에서 실질적인 진전을 이뤄왔지만, 지난주 중국이 약속 가운데 일부를 어겼다"면서 "그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온건파로 알려진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도 “미중 협상은 약 90%가 마무리됐다”면서도 "주말에 걸쳐 중국이 상당한 이슈에서 후퇴하는 것이 확실해졌다. 그러나 미국은 중국이 이미 한 약속에 대해 재협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주장하는 중국의 약속 후퇴와 관련한 구체적 내용은 전해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로이터통신은 한 소식통을 인용, 중국은 이미 약속했던 법률 개정이 아닌 행정적 또는 규제적 조치를 통한 정책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여전히 백악관에 협상 대표단을 파견할 계획이지만 시진핑 국가주석의 핵심 참모인 류허 부총리가 참석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불안한 무역 휴전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거대 자국 시장에 대한 접근, 지적 재산권, 기술 이전 등과 관련해 불공정한 무역 관행에 빠져 있다며 중국을 거듭 비난했다. 그는 미국의 대중 무역 적자가 크다는 것은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계속 당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기존의 주장을 다시 강조했다.

미중간 본격적 무역전쟁은 지난해 7월부터 시작됐다.

미국이 먼저 항공우주, 로봇, 자동차 산업 등 500억 달러 상당의 중국 수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며 첫 관세 폭탄을 발사했다. 중국은 농산물과 화학제품 등 500억 달러 상당의 미국 상품에 대해 동일한 관세로 보복했다.

두 달쯤 뒤 트럼프는 2000억 달러 상당의 상품에 대한 10%의 관세 폭탄을 다시 발사했고, 중국은 600억 달러어치의 미국 수출품에 대해 5%~10%의 관세로 응수했다.

한바탕 전쟁을 치른 후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지난해 12월 초에 더 이상의 추가 관세를 물리지 않기로 합의하며 휴전에 들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2000억 달러 상당의 상품에 대해 부과했던 관세를 10%에서 25%로 인상하려던 계획을 보류했다.

▲ "미국은 수년간 무역에서 연간 6천억∼8천억 달러(700조∼940조 원)의 손실을 봤다. 특히 중국과의 무역에서는 5천억 달러(585조 원)의 손실을 입었다. 미안하지만 우리는 더 이상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출처=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예민해진 투자자들

양측은 그 이후 협상단이 양국을 오가며 여러 차례 회담을 가졌고, 오는 9일부터 또 회담이 예정돼 있다. 그런데 트럼프의 갑작스러운 위협으로 다시 긴장이 고조되고 있고, 투자자들은 전면적인 무역 전쟁이 기업과 세계 경제에 어떤 의미가 있을지 다시 우려하고 있다.

세계 증시는 6일 일제히 반응을 보였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6% 가까이 급락했고 홍콩 항셍지수는 3% 가까이 하락했다. 파리와 프랑크푸르트의 벤치마크 지수도 1.5% 하락했다.

미국 주식도 급락했다가 조정을 거치고 있다.

원자재도 성장의 잠재적 피해에 대한 불안감을 노출했다. 유가는 6일 한 달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소폭 회복하고 있다.

외환중개업체 오안다(Oanda)의 제프리 할리 애널리스트는 "시장은 미-중 무역 협상의 결렬 가능성에 시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투자자들은 베이징과 워싱턴 간 분쟁의 시기적절한 해결을 기대하고 있었다. 실제로 그런 가정이 2019년 미국 증시의 주요 동력이었다.

또 다시 위험해진 글로벌 성장

트럼프의 위협이 회담에 임하는 미국의 강경한 입장을 보여주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협상 전술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중국 외교부는 미국이 과거에도 관세를 인상하겠다고 ‘여러 차례’ 위협했다면서 양국이 '서로 유익하고 상생하는 협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애널리스트들은 관세 인상이 양국 경제 성장에 타격을 줄 뿐 아니라 세계 성장을 지연시킬 수 있다고 한결같이 지적한다.

JP모건자산운용(JP Morgan Asset Management)의 타이후이 아시아 시장전략가는 "무역전쟁의 재점화가 또 다시 세계 성장 약화를 촉발할 수 있다"며 "미국 경제는 여전히 건실하지만, 외부의 충격이 그런 낙관적 분위기를 해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리서치 회사 캐피털 이코노믹스(Capital Economics)의 줄리안 에반스 프리처드 중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모든 대미 수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할 경우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0.3% 하락할 것"이라며 "이것은 중국 성장에 직격탄이 될 것이므로, 중국은 새로운 경기 부양책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지난 주 중국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열린 양측 회담 직후 미국 협상단을 이끌고 있는 스티브므누신 재무장관(왼쪽)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대표가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하고 있다.    출처= 워싱턴포스트(WP) 캡처

기업들의 경고

미국 재계는 지적재산 도용 방지와 중국이라는 거대시장 개방을 위한 미국 정부의 노력을 지지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들은 관세 부과 정책은 반대한다. 관세가 비용을 올리고 수요를 해친다고 보기 때문이다.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미국의 관세 부과에 직면한 세계 자동차 회사들이 특히 심한 타격을 받았다. 매출의 상당 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데 폭스바겐, GM, BMW 등 자동차 업체들은 관세 부과와 중국의 경기 침체로 이중 타격을 받고 있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에 공장을 가지고 있는 유럽 자동차 회사 BMW는, 지난해 중국 정부가 미국에서 생산된 자동차에 대해 보복 관세를 부과한 이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두 종의 인기 SUV 차량 가격을 인상했다.

BMW는 2018년 9월 회사의 이익 전선에 이상이 발생했음을 발표하며 ‘계속되는 무역 갈등’을 원인으로 내세웠다. 이 회사는 지난 3월 무역 분쟁에 따라 매출과 이익을 모두 하향 조정했다.

할리데이비슨은 올해 미국, 중국, 유럽에서의 추가 관세가 최대 1억 2000만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비용을 낮추기 위해 태국의 생산을 늘리고 있다.

농산물 유통업자와 생산업자도 무역 전쟁의 복판에 끼어 있다. 트럼프 정부는 미국 농민들을 위해 수십억 달러를 지원하기까지 했다.

전미소매협회(National Retail Federation)는 "불과 며칠 앞두고 관세 인상을 통보하는 것은 자원이 부족한 미국의 중소 기업들을 심각하게 혼란스럽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워렌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최고경영자(CEO)는 6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무역 전쟁은 전 세계에 해롭다"며 "미중간에 어떤 일이라도 벌어지면 모든 주요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중국 협상에 다시 나설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무역협상에 불만을 나타내며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계획을 밝히자 중국 관료들이 크게 놀랐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중국이 오는 9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릴 예정인 미국과의 협상을 취소할 것인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라면서도 "중국은 머리에 총이 겨눠진 상태로 협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CNN도 " 양국이 이번 협상에서 포괄적인 합의에 도달할 것이라는 기대로, 류허 중국 부총리가 100여 명의 대규모 협상단을 이끌고 올 예정이었지만, 변수가 생겼다”고 분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에 올 예정인 중국 대표단이 아예 오지 않거나, 규모를 대폭 줄일 가능성이 있다"라며 "협박(duress)을 받으며 협상하는 것을 좋아하는 국가는 없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라이트하이저(USTR) 대표는 류 부총리가 참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번 주 워싱턴DC에서의 협상에서 합의가 타결될 것이라는 당초 기대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인상 압박으로 급반전된 가운데 미측은 지난 '24시간' 내에 류허 부총리와 특별한 접촉은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