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15세기 이탈리아의 탐험가인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는 1492년 10월 12일 새벽 신대륙 아메리카를 발견했다. 물론 아메리카는 엄연히 문명사회가 존재한 대륙이기 때문에 신대륙이라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지만, 유럽의 입장에서는 미래를 담보할 신세계라는 점은 분명하다.

콜럼버스가 아메리카를 발견한 후 600여년이 흐른 지금, ICT 업계는 다시 콜럼버스에 매료되고 있다. 그의 모험정신과 탁월한 식견에서 영감을 얻은 다양한 프로젝트가 그의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 콜럼버스가 스페인 이사벨라 여왕에게 신대륙 탐험을 위한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출처=위키미디어

국내 게임사 넷마블은 2014년 인공지능 연구의 출발점인 콜럼버스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넷마블의 내부 인프라를 인공지능으로 체질을 바꾸려는 시도다. 이는 지난해 NARC(넷마블 인공지능 레볼루션 센터) 등장으로 이어졌으며 현재 넷마블은 인공지능 연구 분야에 약 65건의 특허를 출원했고 이 중 15건이 등록 완료된 상태다.

블록체인 업계도 콜럼버스 열풍이다. 신현성 티몬 이사회 의장이 주도하는 테라의 메인넷 명칭이 콜럼버스다. 현재 테라 얼라이언스에 가입된 플랫폼들의 연 거래액은 250억 달러(약 28조원)에 달하며, 사용자 규모는 약 4500만 명에 이른다.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원은 7일 자사의 거래소를 통해 테라의 암호화폐 루나를 본격 지원하기 시작했다. 신현성 테라 공동대표는 “루나 상장을 시작으로 상반기 내 이커머스에서 블록체인 기반 간편결제가 이뤄질 예정이다. 실생활에서  블록체인 기반 결제가 빠르게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직구 비즈니스에서 블록체인 기반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하는 곳도 있다. 바로 콜럼버스 엔진이다. 제3자의 개입이 없어도 해외의 거래를 블록체인으로 지원한다는 획기적인 로드맵으로 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글로벌 무대에서는 아마존의 1492팀이 대표적이다. 콜럼버스가 아메키라를 발견한 역사적인 해를 기념했으며, 헬스케어 시장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이 목표다. 아마존은 현재 1492팀을 중심으로 다양한 파트너와 함께 헬스케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ICT 업계가 콜럼버스에 영감을 받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바로 발상의 전환, 강력한 모험정신이다. 발상의 전환은 그 유명한 달걀 세우기 일화가 눈길을 끈다. 모두가 콜럼버스의 항해 계획을 터무니없다고 비웃자, 콜럼버스는 그들에게 달걀을 바로 세워보라고 말한다. 당연히 실패한 가운데, 콜럼버스는 달걀의 아래 부분을 깨트려 세우는 발상의 전환을 보여준다. 이러한 신선한 시도에 ICT 업계의 흥미를 끄는 것으로 보인다.

강력한 모험정신은 마젤란 등과 비롯한 당시 항해사들의 주요한 특징이다. 재미있는 점은 의외의 발견이다. 콜럼버스는 죽을때까지 자기가 발견한 곳이 인도라고 믿었으나, 사실 그 곳은 아메리카였다. 불확실성의 시대를 항해하며 의외의 성과를 거둔 콜럼버스의 매력이다.

ICT 업계가 콜럼버스에 매료되고 있으나, 업계에서는 이러한 행보를 두고 역설적으로 '콜럼버스의 딜레마'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콜럼버스는 유럽의 입장에서 신대륙을 개척한 위대한 선각자지만, 당시 아메리카 문명에게는 재앙과 같은 악마였다. 많은 사람들을 학살하고 그들을 노예로 부렸으며 착취했기 때문이다. 최근 콜럼버스에 대학 사학계의 재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현재의 ICT 업계가 콜럼버스의 깃발을 걸고 위대한 모험을 시작했으나, 그 끝에는 콜럼버스와 다른 상생의 방향성을 고민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