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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쉐를 피하라구요?[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199편

[기업의 질문]

"이번에 회장님께서 포토라인에 서게 되면 기자들에게 어떤 말씀을 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성실히 조사를 받겠다는 메시지가 일반적이더군요. 다른 질문에는 답변하시지 않는 것이 낫겠지요? 근데 클리쉐를 피하라 하시는 건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지요?”

[컨설턴트의 답변]

   

일반적으로 경찰이나 검찰 조사를 받게 된 VIP들은 출두 전 포토라인 앞에서 전달할 메시지를 미리 작성해 연습하고 그 자리에 나섭니다. 전문적 질문 기술로 머신 거닝(machine gunning)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여러 기자가 여러 질문을 하거나, 한 두 기자가 다양한 질문을 한꺼번에 해 대는 기법입니다. 일대일 인터뷰 때는 좀 더 다른 의미의 기술로 인식되는 데요. 일단 여러 질문에 대한 대응에서는 그 여러 질문 하나 하나를 챙겨 답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여러 질문에 다양하게 답을 하다 보면 우리가 원하는 메시지가 사라질 가능성이 커지고요. 답변 내용에 있어서도 정리가 어렵게 되기 때문에, 여러 질문 중 가장 답해야 한다 느껴지는 것 한 개에만 간단하게 답변하라 조언합니다.

문제는 그 답변이 상황에 따라 전략적 노코멘트여야 할 때가 있다는 것입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조사기관 출두 시가 정확히 그런 경우입니다. 조사에 대한 어떤 예상이나 답변을 하기 어려울 때 일반적으로 하는 전략적 노코멘트 표현이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 “조사과정에서 정확하게 답변하겠다” 등입니다. 별 큰 의미가 없는 노코멘트 형식입니다.

그러나 일부 VIP나 셀럽은 이상하게 그 외 클리쉐를 메시지로 활용하곤 합니다. 클리쉐란 곧 ‘판에 박은 진무하고 상투적인 표현’이죠. 이 클리쉐의 문제는 전략적 노코멘트 이외의 결과와 해석을 불러 일으킨다는 점입니다. 물론 부정적인 방향으로 지요.

대표적으로 그분들이 사용하는 클리쉐는 “벌받을 일이 있으면 벌받겠다” “벌을 달게 받겠다” “책임 질 것이 있다면 책임 지겠다” “검찰조사 피하지 않을 것이다” “역사가 판단해 줄 것이다” “내가 마지막이 되기를” “마녀사냥이다” “평생 반성하며 살겠다” “법정에서 진실이 가려 질 것이다” “다 내 부덕의 소치다” “내가 모든 책임을 지겠다. 나만 벌하라” 등이 있습니다.

자신은 억울한 감정도 있고, 격앙되고 해서 기자들에게 무언가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인 듯합니다. 그러나 그런 클리쉐를 살펴보면 의미적으로 실소를 자아내는 것들뿐이니 피하라는 것입니다. 정확하게 어떤 메시지를 내야 한다면 메시지를 내라는 것입니다. 흐릿한 클리쉐를 활용하지 말고 말이죠.

"벌받을 일이 있으면 벌받겠다" "책임 질 일이 있으면 책임 지겠다"는 말에 담긴 의미는 무엇인 가요? 당연히 그래야만 하는 것이죠.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피할 수 없을 겁니다. "벌을 달게 받겠다"는 표현은 벌이 별 것 아닐 것이라는 의미로 들립니다. "검찰 조사 피하지 않을 것이다"란 말도 참 재미있습니다. 어떻게 피할 수 있다 생각했던 걸까요? 그 외 다른 클리쉐들도 별반 제대로 된 의미가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반감이나 억측, 오해만 자아내는 표현 뿐입니다.

또 하나, 앞의 클리쉐를 사용하는 분들 상당수는 정치인들이나 연예계 인사들입니다. 이 분들의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이나 표현들은 기업인의 그것과는 완전히 달라야 합니다. 그들의 커뮤니케이션을 보고 그들을 따라하고자 하는 기업인은 먼저 깊은 고민이나 돌아봄이 필요할 것입니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서 의미 없는 메시지는 차라리 없는 것이 좋습니다. 전략적으로 의도하지 않은 메시지도 마찬가지입니다. 의미를 세워 전략적으로 전달해도 잘 안되는 커뮤니케이션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입니다. 당장 클리쉐를 버리십시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  ymchung@strategysalad.com  |  승인 2019.05.13  07: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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