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항아리 2017, 캔버스에 유화, 72.7×50㎝(A white pot 2017, Oil on canvas, 72.7×50㎝)

발아래 남한강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언덕바지 홈 아틀리에서 오늘도 나는 작업실에 박혀있다. 적막이 나를 다스릴 때면 나는 모처럼 사색에 잠겨 홀로 나만이 갖는 이 유일한 시간을 즐기고 있 는 것이다 이 행복한 시간을 갖기 위해 나는 이곳에 웅지를 틀었다.

나는 요즘 거의 정물화에 매달려 있다. 정물화는 영어로 'Still Life'이다. 'Still'은 '움직이지 않는 다.' 또는 '침묵'의 의미로 풀이된다. 즉, 빠르게 흐르는 시간을 잠시 동안 움직이지 않도록 잡아둔 다는 의미를 둘 수 있는데, 그 빠르게 흐르는 속에 내맡겨진 삶의 한 순간을 정지시키려 한다.

▲ 꽃이 있는 정물 2017, 캔버스에 유화, 162×91㎝(The still life with Flower 2017, Oil on canvas, 162×91㎝)

대신 그대로 재현하거나 옮겨놓는 작업이 아니라, 실은 그 나름대로의 시간의 흐름을 재단하고 있는 것 이다. 나는 정물화 소재 중에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기물들을 선호한다. 물론 조선백자 및 토기 같은 옛 그릇이 등장하는 작품도 있지만, 대다수의 글라스, 술병, 꽃병과 같은 평범한 모티브들이 내(ARTIST KOO CHA SOONG,具滋勝,서양화가 구자승,구자승 작가,구자승 화백,KOO CHA SOONG)그림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 회고 2017, 캔버스에 유화, 100×100㎝ Retrospect(2017, Oil on canvas, 100×100㎝)

소재는 그림에서 느끼는 친숙성과도 관계가 있지만 일상적으로 눈에 익은 탓에 그림 속의 소재로 등장했을 때는 낯설 지 않다는 심리적인 친근감을 주는 것도 한 몫을 한다. 때론 무언가 색다른 느낌을 유도해 내기 위해 여러 가지 모티브를 화폭 안에 이끌어 내기도 한다.

△글=구자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