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후 미래 포부를 기술하세요’ 자기소개서 작성의 ‘약방에 감초격(格)’인 항목이다.
“입사하면 장래의 꿈은 무엇인가요?”, “중장기 비전을 한 번 말해 보세요” 등 심심치 않게 물어보는 면접 질문들이다.

자기소개서의 이 항목이 공간배치로는 20-30%선이지만 (4가지 혹은 다섯 가지 항목 중 하나), 내용의 중요성은 전체의 70-80%정도로 인식이 된다고도 한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 그런데, 당황스런 이 항목이나 질문에 제대로 된 쓴 사례도 없고 가르쳐 주는 곳도 없다.

한국교육의 최고 맹점(盲點)이기도 하다. 국가직무능력표준이라고 하는 NCS에서는 꿈에도 생각 못하는 영역이 이 부분이다. 모든 교육이 과거만 가르치기 때문이다. 현재도 모르는 데 미래를 어떻게 가르치냐고 한다. 뭘 모르는 소리다. 완벽한 미래를 누가 알겠는가마는 할 수 있는 한 추정해 보고 준비해가자는 취지이다. 기업활동의 기본이고 생존조건이기 때문이다.

특정 분야의 최고의 전문가인 교수님의 미래이야기로 공부에 대한 흥미를 이끌어 내면 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라고 사족(蛇足)을 달아본다.

앞으로 2-3차례 이 분야의 글을 싣고자 한다.

우선, 인터넷 GOOGLE에서 ‘미래의 포부 잘 쓴 예시문’이라고 검색을 해서 비교적 상위에 랭크된 글을 그대로 소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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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읽는 혜안 : 적벽대전과 임진왜란>
십만양병설을 뼈저리게 느낀 임진왜란, 일급 참모인 곽가의 부재로 대패한 조조의 적벽대전, 이 두가지 전쟁 모두 미래에 대한 혜안이 없었기에 일어난 참변이었습니다. 저는 이러한 과거사를 거울로 삼고 입사 후의 삶을 계획하고 싶습니다. 입사후 베우고자 하는 자세와 빠른 적응력을 앞세워, 롯데백화점의 3대 가치에 부합한 신입사원이 되는 것이 1차 목표입니다. 영업가로서의 기본을 갖춘 후, 롯데백화점만의 서비스 정신과 화법, 상황에 따른 행동과 판단 등을 실무 경험을 통해 익혀서, 2년 내로 백화점 영업의 전문가로 발돋움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쌓은 실무 경력과 현지 법인과의 공조를 적절히 섞어, 해외 시장, 특히 중국 시장을 세부적으로 공략하고 싶습니다. 제2의 고향인 중국에서 일을 한다는 것은 제게 있어 더욱 성장할 수 있는 기회일 것이며, 동시에 회사의 비전 실현에 한 걸음 다가서는 동기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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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가? ‘포부’라는 말에 걸맞는가? 많은 고민이 있어 보이는가? 아니면 고만고만한 단어의 나열이자 번지르한 말잔치인가? 작문에 능하다는 말을 듣는 수준인가 ? 미래가 불안하고 준비를 잘 해야겠기에 본인의 생각을 묻는 데 당위성을 재차 정리하는 수준의 글이다. 막연하고 하고 싶은 일의 특징도 없고 먼 미래에 본인만의 생각과 실천계획의 구체성이 현격히 떨어진다.

다른 취준생의 이름으로 바꿔도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면 실패작이다. 제대로 전개된 것이 아닌 것이다. 물론 이 문항도 정답이라기 보다는 누가 더 나아보이는가의 문제이다. 

왜 이런 질문을 할까?

회사의 실제 미래 비전은 그 회사에 근무중인 사람도 작성하기가 만만치가 않은 항목이다.  경영기획부서의 ‘비전체계’나 제품개발부서의 ‘극비(Top Secret)’로 존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것은 선언적인 수준일 뿐이다. 그러나, 필자가 다양한 분야와 심리학을 공부해 보니 지난 40여년 전인 인사부 근무시절에 입사지원서를 통해 물어 본 이 질문은 여전히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되었다.

이 질문을 하는 이유로 ① 회사 자체의 미래에 대한 답답함과 외부 인원의 생각에 관심 ② 입사하는 직원들의 회사 생활에 집중력과 성취 의지의 잣대 ③ 직원들의 회사 발전방향에 대한 이해와 본인 비전 연계 ④ 크고 작은 난관극복으로 장기 근무 가능성을 가늠해보는 척도 정도가 되기 때문이다. 이 부분이 이해가 되면 답변의 구성 방법이 저절로 상상이 될 것이다. 다음 컬럼에서 설명하겠다.

조금 세부적으로 보면(반드시 이해하고 가기 바란다) 다음과 같다.

(1) 먼저, 회사의 미래에 대해 회사 구성원 스스로도 두렵고 답답하다.

혹시 외부 인원인 대학생들은 우리 회사의 미래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고싶어 질문한다.  물론 면접 질문은 본인의 포부를 묻는 것이지만 필연적으로 회사의 미래와 연계하리라고 생각한 것이다. 실제 필자도 서류 심사에서 그런 수준의 내용이 없을까 기대하며 들여다본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나, 수년간의 답안지(자기소개서)에서도 작은 가능성을 본 기억이 없었다. 오로지 지원자에게 한 번 고민하게 만든 효과만 남았다.

최근에는 경영환경의 불투명성이 워낙 확대가 되고 기술의 변화, 소비자의 변화가 심하여 기업의 스텝 하나하나가 쉽지가 않은 경영 환경이기에 생각을 물은 것이다.

(2) 회사 생활에 집중력이 높고 성취도가 높은 사람은 본인 비전이 뚜렷하더라.

최근의 세상변화로 신입사원들은 본인의 관심이 분산되는 데다가 기업의 불투명성이 커지는 모습을 보고 자신의 지속근무여부에 크고 작은 고민들을 많이 하게 된다. 그러니 당연히 지원회사의 비전에 관심을 갖게 되며 본인의 비전을 비추어 본다.

거기에 이어 필연적으로 나오는 질문들이 모든 업무에 ‘왜(WHY)’라는 질문다. WHAT이나 HOW보다 먼저 나오는 질문이 되었다. 그 답이 적절치 않고 설득이 안되면 소속감이 현격히 떨어지는 것이다. 예전에 업무만 던져주면 스스로 헤아려 하던 세대와는 많은 차이가 있다. 

이 ‘왜’에 대한 답을 주는 출발점이 회사의 ‘비전(VISION)’인 것이다.  실제 IMF외환위기인 1990년대말부터 회사마다 비전체계를 만드는 것이 유행이 되었고 마침 인터넷의 발달과 기업 HOMEPAGE를 제작하며 홍보자료를 만들어 올리는 것이 무슨 유행같이 되었다. 이런 현상은 취준생이나 내부 직원들만의 문제가 아닌 ‘주주(stockholders)’나 ‘이해관계자(stakeholders)’에게도 필수적인 설명요소가 된 것이었다.

그 비전을 찾고 비전에 동의하며 ‘왜’를 이해해야 일에 대한 집중력이 높고 성취도도높다는 판단하에 이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3) 회사의 발전 방향과 본인 비전의 정렬(Alignment)을 보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회사의 비전을 만들어 공개해 두었고 입사를 원한다면 당연히 본인의 성장과 견주어 보는 것은 필수적인 것이 되었다. 그 방향이나 알지도 못하고 다른 생각으로 입사를 하면 당연히 회사생활도 재미없어 질 것이기 때문이다.

서류상으로 지원자의 비전이 회사와 다른 방향이라면 처음부터 배제를 시키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일 것이다. 면접에서 회사와 다른 길의 본인 성장을 말하는 경우는 더 말할 것이 없을 것이다. 

적당한 시기에 창업, 전직(轉職)의 의지를 말하거나 회사에서 제공되는 기회를 이용하여 유학이나 교육기회 포착을 미래 포부라고 말하는 기가 찬 경우를 보기도 한다.

(4) 크고 작은 난관이나 다른 기회의 유혹에서 견딜 수 있는 힘의 원천이다.

꿈이 있다는 것은 긍정성의 최고 징표(徵表)이기 때문에 질문하는 것이다.

요즘은 직장생활과 주변만 보면 관두고 싶은 이유를 대기에는 부족함에 없어 보인다.

지난 컬럼에서 직장생활의 스트레스의 종류와 이유를 말하며 면접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견디는 모습을 본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직장 스트레스는 매일 한시도 피할 수 없지만 그래도 회피하고 싶은 1순위의 조건이다. 물론 회사를 옮기며 피해 가도 또다른 스트레스가 기다릴 것이라는 것도 알면서도 너무 힘겨운 것이 현실이다.

오죽했으면 직장인의 모습을 다룬 ‘미생(未生)’이라는 드라마에서 ‘회사는 전쟁터이지만 밖은 지옥’이라는 말에 모두가 그렇게 공감을 했을까?

이럴 때 ‘내 마음’을 다잡는 이유가 되며 지금의 어려움이 미래를 위한 단련 기회로 생각케 하는 모티브가 회사와 개인의 비전(VISION)에 있다는 것이다. 실무적 입장에서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이다.

그리스로마신화 일리아드에 등장하는 오딧세이(율리시즈)가 트로이전쟁을 마무리하고 고향인 이타카로 돌아가는 길의 수많은 고통과 유혹을 극복하는 가장 중요한 모티브는 가족과 고향 재건의 꿈이었다는 이야기를 생각해 보자.

위의 글을 읽다 보면 ‘나의 미래 포부를 말하는 것’이 더 어렵게 느껴질 것이다. 필자도’미래’라는 이슈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는 데 수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다. 다음 번의 칼럼을 통해서 실제적으로 전개하는 방법을 보겠다.

이번 칼럼으로 회사가 굳이 도전자에게 집요하게 물어보는 이유를 생각하고 다음 번에 조금 쉽게 다가오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