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카풀을 둘러싼 국내 모빌리티 업계의 파열음이 지금도 이어지는 가운데, 퍼스널 모빌리티 플랫폼을 중심으로 새로운 가능성이 최근 포착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특히 전동 킥보드를 중심으로 하는 다양한 가능성 타진에 시선이 집중된다. 이제 막 관련 시장이 열리기 시작한 가운데, 전동 킥보드를 중심으로 하는 퍼스널 모빌리티 로드맵이 넘어야 할 관문도 뚜렷해지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5일 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주요 전동 킥보드 플랫폼 사업자는 킥고잉의 올룰로와 매스아시아의 고고씽이 주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모빌리티 플랫폼에 걸맞게 공유 전동 킥보드 비즈니스를 지향하고 있으며, 지금도 공격적인 시장 장악을 시도하고 있다.

성과도 나오고 있다. 킥고잉은 오전 7시에서 오후 8시까지 운영되며 연말까지 총 2만대 운행을 목표로 삼을 정도로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고고씽은 24시간 운영이라는 파격적인 카드를 통해 시장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한다는 각오다.

최근에는 띵동과 협력한 PUMP의 씽씽도 시동을 걸었다. 지난달 말 베타 테스트에 돌입했으며 경쟁사 대비 다양한 강점을 보유한 것으로 확인된다. 배터리 교체형 2세대 전동 킥보드를 도입했으며 띵동 메신저가 적극적으로 고객 사용자 경험에 개입하는 지점이 눈길을 끈다. 특히 구독 비즈니스에 집중한 요금제를 준비하고 있어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씽씽은 올해 3만대 확충을 목표로 삼았다.

▲ 씽싱이 소개되고 있다. 출처=PUMP

국내 퍼스널 모빌리티 시장이 성장하며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등장하는 가운데, 이들이 넘어야 할 '산'도 명확하다는 분석이다.

먼저 법령 및 안전사고 대비, 이와 관련된 관리 노하우 확보다.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 위원회가 전동 킥보드의 운행을 자전거 도로까지 확장하는 등 의미있는 변화가 감지되고 있으나, 전동으로 작동하는 킥보드에 대한 법령은 아직 미비하다는 평가다. 가이드 라인이 부재하다는 뜻이며 추후 시장이 성숙될 경우 정부가 뒤늦게 '규제'로 방향을 잡는다면 각 플레이어들은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여지도 있다.

실제로 미국 질병관리센터(CDC)가 애틀랜타에서 열린 전염병정보서비스 컨퍼런스(EIS Conference)에서 현지 전동 킥보드 관련 부상자가 2018년 9월부터 11월까지 총 271명에 이른다는 발표를 하자, 당장 이와 관련된 규제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소위 '킥라니'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정부가 추후 관련 법령을 '규제'로 틀 가능성은 크다는 것이 중론이다.

안전 사고에 대비하기 위한 헬맷 비치나 기타 보험, 나아가 공유 플랫폼 특유의 관리 어려움도 논란이다. 이 역시 가이드 라인이 부재한 상태에서 각 플레이어들이 직접 행동에 나서는 패턴이 유력하다. 이 과정에서 역시 가이드 라인이 규제로 좁혀질 경우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흔들릴 여지도 있다.

부담스러운 고객 시장 진입도 타파해야 한다. 아직 전동 킥보드 시장은 초기인데다 일부 젊은이들 사이에서만 인기를 끌고 있다. 전동 킥보드의 승차감이 좋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최소한의 교통 시장 점유율을 가져가려면 근원적인 한계가 있다는 말도 나온다. 노년층과 학생 등 타깃으로 삼을 수 있는 시장 자체가 좁은 것은 수익성 측면에서 확장성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퍼스널 모빌리티 시대가 조금씩 선명해지고 있으나, 전동 킥보드 하나로는 확실한 모빌리티 전략을 펼치기 어려운 점도 문제다.

당장 퍼스널 모빌리티는 가까운 거리를 이동하거나 택시를 타기 어려운 상황 등에서 이용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추후 미세먼지 등 외부 환경 악화 논란이 커지면 의외의 악재를 만날 수 있다. 국내 대중교통 인프라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점도 곱씹어 봐야 할 부분이다.

이 지점에서 카풀과 대리운전, 택시 등과의 연합을 가지는 대형 모빌리티 플랫폼이 퍼스널 모빌리티를 일종의 라스트 마일 개념으로 흡수하고 있는 대목이 눈길을 끈다.

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서울시청에서 카카오택시를 호출해 강남역으로 이동한 후 복잡한 골목을 카카오 T 바이크로 이동, 저녁 술자리를 거친 다음 카카오 대리운전으로 가는 패턴이 가능하다. 개인의 이동 사용자 경험이 ICT 경쟁력으로 고도화되면서 다양한 이동수단이 복합적으로 제공되는 패턴이다.

이는 전동 킥보드 플랫폼만 가진 플레이어들은 도저히 확보할 수 없는 카드다. 일각에서 현재 활동하고 있는 전동 킥보드 업체들이 피인수를 통한 엑시트 전략을 구상하고 있거나, 대형 모빌리티 플랫폼과 반드시 협력을 것이라고 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