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한 때 인기를 끌었던 맥주 <카프리> 광고 기억하시나요? 한적한 해변가에 앉아 '눈'으로 맥주를 마신다는 콘셉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광고입니다. 당시에는 그저 재미있는 발상의 광고라고만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재평가가 시급한 위대한 광고입니다. 요즘 사람들은 인스타그램으로 커피를 마시거든요. '눈'이라는 '시각'으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왔습니다.

 

지난 3일 내내 <블루보틀>이 네이버와 카카오 등 주요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했습니다. 배달의민족과 위메프 쿠폰이 큰 인기를 끌었으나 <블루보틀>의 실시간 검색어 장악력을 이기지 못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블루보틀의 국내 1호점이 성수에 문을 열었기 때문입니다. 2002년 '어메에리카 캘리풔어니아 오옥클리인드(미국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에서 문을 연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 블루보틀은 '커피 업계의 애플'로 불리며 '인싸'들의 잇 아이템이 됐습니다. 여담이지만 '00계의 애플'이라는 수식어는 '별 것 아닌데 비싸게 팔아먹는'이 아니라 '혁신'의 뜻을 담고 있으니 오해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여튼 그 파도가 태평양을 넘어 일본에 몰려오더니 이제는 한국도 덮쳤습니다.

난리가 났습니다. <블루보틀> 성수점이 문을 열자 실시간 검색어를 뒤덮은 네티즌들의 클릭 만큼이나 많은 인파가 성수점을 찾았기 때문입니다. 대한제국 1호 '가비 매니아' 고종 황제가 봤다면 흐뭇했을 광경입니다. <블루보틀>에서 커피를 마실 수 있다면 회사 연차를 내고도 찾아오는 열정이 화제가 됐고, 현장의 사람들은 몇 시간을 기다려 <블루보틀>의 은혜로운 커피를 맛 보았습니다. 그리고 인스타그램을 뒤덮었어요.

그 광경을 보며 생각했습니다. 간혹 대한민국을 두고 커피 공화국으로 부르며 골목마다 즐비한 커피 전문점들의 출혈경쟁을 조명하는 기사가 나오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구나. '아직 우리는 지금도 커피에 열광하고 줄을 서는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건 마치 몇 년째 국가 경제가 얼어붙어 모두가 당장 먹고 살기 어렵다는 기사가 나와도 인천국제공항 여행객 숫자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미묘한 상관관계를 떠올리기도 합니다.

센세이션한 <블루보틀> 현상을 두고 이견은 다소 갈리는 분위기입니다. 특히 <블루보틀>에 대거 몰린 사람들을 바라보며 혀를 끌끌 차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저 외제라면 다 좋아하나"라는 생각. 이들은 몇 해 전 <쉑쉑버거>에 사람들이 대거 몰렸던 일을 회상하며 '그 놈의 냄비근성이 또 발동됐다'는 반응입니다.

여기에는 맛있는 음식은 일단 사진으로 찍어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등에 올리는 행위를 이해하지 못하면서 "보여주기식 트렌드에 시간과 돈을 쓰는 사람들"이라는 비판으로 이어집니다.

다만, 이 현상을 이렇게 유학자 관점에서만 바라볼 필요가 있을까요? 굳이 소확행(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을 위한 여정이라는 설명까지 하지 않아도 이 자체가 이미 행복이자 누군가의 경제적 가치 창출이기 때문입니다. <블루보틀>에 몰린 사람들은 자기들의 시간과 돈을 기꺼이 투입해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느끼고 싶어하는 것이며, 이는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당연한 권리입니다. 그들에게는 이 행위 자체가 축제이고, 의식이며 일상의 탈출이니까요.

<블루보틀> 돌풍을 보면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러한 열광적인 반응이 나오는 기업 중 한국 기업도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입니다. 다만 그렇지 않은 것에는 이유가 있겠죠? <블루보틀> 이슈는 단순하게 생각하면 됩니다. 즐길 사람과 즐기지 않을 사람. 딱 두 부류만 있는 겁니다. 커피를 인스타로 마시면 어때요. 내가 맛있으면 그만이지.

*IT여담은 취재 도중 알게되는 소소한 내용을 편안하게 공유하는 곳입니다. 당장의 기사화는 어려워도 나름의 의미가 있는 지점에 집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