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케나는 2018년 2월에 월마트 국제사업부문 최고경영자(CEO)의 자리에 오른 지 불과 석 달 후에 인도 최대 온라인 소매업체 플립카트의 지분 77%를 160억 달러(18조 5000억원)에 인수하는 월마트 사상 최대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출처= Walmart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위험을 감수한 결정은 때로는 성공하고 때로는 실패한다. 때로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위험을 감수한 최고경영자를 다룬 CNN의 ‘리스크 테이커’(Risk Taker) 특집 시리즈를 소개한다.

지난 두 명의 월마트 CEO들은 모두 회사의 국제사업부문을 거쳐갔다. 이제 주디스 맥케나가 이 사업부문을 맡으면서 어떤 글로벌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보여줄 차례다. 그녀에 대한 첫 번째 시험치고는 매우 큰 시험이다.

맥케나는 2018년 2월에 월마트 국제사업부문 최고경영자(CEO)의 자리에 올랐고, 불과 석 달 후에 인도 최대 온라인 소매업체 플립카트의 지분 77%를 160억 달러(18조 5000억원)에 인수하는 월마트 사상 최대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그녀는 월마트 국제사업부문 최고경영자에 임명되기 전에 미국내 사업부 최고운영책임자(COO)로 3년을 보냈다.

맥케나는 성명에서 플립카트 인수는 "인도에서의 성공 스토리를 만든다”는 월마트의 목표에 부합하는 "문화적으로 적합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조사기관 포레스터 리서치(Forrester Research)의 사티시 미나 애널리스트는 월마트의 플립카트 인수를 "이것은 전자 상거래 부문에 대한 월마트의 가장 큰 투자다. 만약 월마트가 플립카트와 함께 이곳 인도에서 큰 일을 이루지 못한다면 월마트 전체에 큰 차질을 가져오게 될 것이 자명하다. 이 거래의 쉬운 부분은 이제 다 끝났고, 어려운 부분은 지금부터 시작이다.”라고 설명했다.

플립카트를 인수하면서 월마트는 지난 몇 년 동안 직접 진출을 넘보던, 2026년까지 2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거대 시장 인도에 큰 발을 내디딜 수 있게 됐다. 외국인 투자에 대한 인도의 규제는 월마트가 이 나라에 오프라인 매장을 여는 것을 막아왔기 때문에, 월마트는 그동안 인도 현지 회사와의 합작으로 23개의 매장을 여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플립카트의 인수가 공식적으로 마무리된 지난해 8월, 맥케나는 성명을 발표했다.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가장 매력적인 소매 시장 중 하나인 인도에서 플립카트와 함께 협력하고 배우며 이 나라에 기여할 수 있게 돼 정말 기쁩니다.”

그러나 월마트의 플립카트 인수는 결코 위험이 없는 거래가 아니다. ‘대형 쿠데타’로 묘사되는 이 거래는 이후 몇 가지 균열을 보이기 시작했다.

월마트는 지난해 10월, 플립카트의 성장을 촉진시키기 20억 달러(2조 3000억원)를 추가로 투입하겠다고 밝히면서, 플립카트의 인수로 인해 2018년 4분기에 수익이 7억 4000만 달러 감소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지난 2월에 회사는 플립카트의 인수로 타격을 입었음을 인정하면서도 결국에는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어쩌면 이때 경고 표지판이 나타났을 지 모른다.

플립카트는 상장회사가 아니어서 재정 상태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인도 규제 당국에 보고된 자료에 따르면, 월마트가 인수하기 전인 2018년 3월에 끝난 회계연도에 두 주요 사업부문의 손실이 71%나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레스터 리서치의 미나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뱅갈루루에 본사를 두고 있는 플립카트가 빠른 성장을 이루려면 수익성을 희생해야 하기 때문에 월마트 인수와 더불어 바로 성장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나 애널리스트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월마트도 무리한 대가를 치르면서 성장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며 “인도의 투자자들을 고려할 때 수익성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미나 애널리스트는 “성장으로의 전환은 쉽지 않을 것이다. 플립카트의 손실은 적어도 1년 내지 2년 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 인도 벵갈루루의 플립카트 본사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들.   출처= 플립카트

플립카트의 공동 창업자이자 CEO인 비니 반살의 갑작스러운 퇴장은 이 회사의 재정적 어려움을 더욱 가중시켰다. 그는 "심각한 개인적 위법행위" 혐의에 대한 조사를 받고 지난해 11월 돌연 사임했다.

월마트는 반살의 혐의를 뒷받침할 증거는 찾지 못했지만 그의 입장에서 "몇 가지 판단 착오를 발견했다”고 말하면서, 반살에 대한 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반살은 플립카트의 주주로서 여전히 회사의 이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반살은 떠나면서, 과도기를 관리하기 위해 몇 분기를 더 머물 계획이었지만, 최근의 사건들로 사임 결정이 “앞당겨졌다”고 말했다.

미나 애널리스트는 반살의 퇴장은, 두 창업자가 모두 떠나기를 바라던 월마트에게는 그리 큰 타격은 아니라고 지적했다(비니 반살과는 무관한 또 다른 공동 창업자 사친 반살은 거래가 성사되었을 때 자신의 지분을 매각하고 회사 회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반살의 퇴장이 좋은 모양은 아니었지만 월마트는 창업자 없이 일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이다.

한편 월마트의 최대 라이벌(미국에서나 인도에서나) 아마존은 그런 와중에 더 확고하고 안정적인 인도 사업의 토대를 구축해 나갔다. 

그러다가 지난해 12월, 인도 정부는 월마트와 아마존 모두에 큰 타격을 주는 새로운 규제를 발표했다. 올해 2월 1일부터 인도 회사가 아닌 온라인 소매업체들이 스마트폰 같은 독점 제품을 고객에게 팔거나 제휴업체를 통해 자체 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금지한 것이다.  

플립카트와 아마존은 그동안 대폭 할인 혜택과 독점 거래로 인도 시장을 어느 정도 점유해 왔는데, 새 규제로 그러한 성장에 제동을 걸고 있는 것이다.  

맥케나는 월마트가 이러한 좌절에서 벗어나는 일련의 항해를 지휘해야 할 자리에 있다.

맥케나는 지난 1996년 월마트의 영국 자회사 아즈다(Asda)에 처음 입사하면서 20년 넘게 월마트와 함께 해 왔다. 그녀는 월마트 본사로 오기 전에 아즈다의 최고운영책임자(COO),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을 역임했다.

월마트는 플립카트 인수를 발표하기 며칠 전, 아즈다를 영국의 경쟁사인 세인즈베리(Sainsbury's)에 100억 달러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아스다 매각은 여전히 규제 당국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맥케나는 2014년 월마트 본사로 오면서 상품개발 최고책임자(CDO)로 일했고, 이후 몇 달 만에 월마트 국내사업부 부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승승장구했다.

비니 반살은 사임 한 달 전인 지난해 10월 CNN과의 인터뷰에서 "맥케나는 월마트의 베테랑이고 우리가 하려는 일을 올바로 지원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맥케나와 월마트 경영진들이 지도자들이 현재까지 비교적 불간섭 접근 방법을 보여 옴에 따라, 두 회사가 서로에 대해 ‘학습 단계’에 있습니다. 나는 월마트가 우리가 가지고 있는 비전과 우리가 여기서 하고자 하는 것을 잘 이해했다고 생각합니다."

미나 애널리스트는 “플립카트와의 복잡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맥케나는 월마트의 영국 사업을 축소하고 일본에서 현지 사업자인 라쿠텐과 제휴하는 등 굵직한 현안을 현명하게 처리해 왔다.”고 말했다.

"맥케나의 결정이 현재로선 어떤 결과로 나온 것은 없습니다. 아직 속단하기에는 이르지만 맥케나의 몇 가지 결정이 앞으로 수 년에 걸쳐 월마트가 글로벌 시장에서 싸울 기회를 열어 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