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정경진 기자] 정부가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공개하면서 서울 강남과 송파, 용산 등 고가 아파트가 밀집된 지역 내 아파트 보유세가 30% 이상 오를 예정이다. 반면 시장은 보유세 폭탄에도 불구하고 잠잠한 모습이다.

3일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서울시내 아파트 거래량은 총 7606건으로 전년 같은기간(4만1320) 대비 6분의 1 수준이다. 이는 정부가 집값 안정화 대책을 펼치면서 부동산 거래 침체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거래가 침체된 상황 속에서 최근 공시가격 공개는 일부 지역의 보유세 폭탄으로 이어지면서 일부에서는 세부담을 이기지 못한 매물이 나올 것이란 기대도 일었다.

실제 용산구 이촌동에 위치한 한가람 아파트 전용면적 84㎡는 올해 공시가격이 8억8000만원으로 지난해보다 21%가 올랐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 센터팀장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이 아파트 소유자가 내야하는 보유세는 173만원에서 220만원으로 27.1%가 오른다.

만약 용산 한가람 아파트 보유와 함께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76㎡를 보유한 다주택자라면 납부해야 하는 보유세가 지난해 714만원에서 올해 1317만원으로 180%가 증가한다. 재산세를 포함한 보유세는 금액대별로 세율적용이 달라지는 누진제 구조이기 때문에 고가아파트가 위치한 지역에서 2주택자 이상의 다주택자의 보유세 증가는 큰 폭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즉 세부담을 이기지 못한 다주택자들 혹은 갭투자자들이 매물을 시장에 내놓는 선택을 할 것이란 시각이 존재했다.

그러나 정작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공개된 이후의 부동산 거래시장은 여전히 요지부동의 모습이다.

용산 파크타워 아파트 단지 내에 위치한 Y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공시지가가 공개됐다고 해서 시장에서 움직임은 전혀 없다”라면서 “이미 한 달 전에 공동주택 공시지가가 알려졌고 공시지가 상승은 작년부터 이야기가 나왔던 내용이었기 때문에 공시지가 공개로 매물을 내놓는 다는 집주인은 아직까지 없다”고 설명했다.

송파 잠실동 역시 상황은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시뮬레이션 분석에 따르면 송파구 신천동 파크리오 전용84㎡ 공시지가는 8억800만원에서 9억6000만원으로 18.8% 올랐으며 보유세는 224만원에서 297만원으로 32.6%가 늘어난다. 그러나 시장상황은 여전히 차분할 뿐이다.

박준 잠실박사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이미 가격에 공시가격 상승이 반영됐기 때문에 당장 공시가격 상승으로 인한 보유세 증가는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일축했다.

전문가들 역시 일부 지역의 공시가격 급상승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공시가격이 증가했다고 해서 시장의 매물이 크게 증가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강동은 올해 입주물량이 1만가구가 되는 상황에서 임대시장에 어떤 영향으로 나타날지가 고려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송파도 최근 헬리오시티 입주 이후 전세가격이 올랐지만 강동 고덕 그라시움 입주 시작으로 가을에 다시 가격이 하락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다만 매매가격이 호가 기준 2억~3억원씩 조정이 되지만 매물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은 아니며 이자부담에 대한 우려가 크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올해까지는 계속 매물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당초 반응과 다르게 공시지가 상승에 따른 시장의 반응은 차분한 모습이지만 오히려 복병은 따로 있었다. 바로 1가구 1주택자가 9억원 이하의 보유주택을 양도할 경우 양도차익에 대해 비과세를 받기 위해서는 2년 이상을 보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2021년 이후 양도하는 주택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늦어도 내년부터는 거주를 해야한다. 특히 비과세 보유기간이 취득일로부터 2년 이상에서 최종적으로 1주택만 보유하게 된 날로부터 보유기간 2년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다주택자들의 세법 셈법은 복잡해졌다. 갭투자자들의 경우 거주가 어려울 경우에는 매매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는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세금을 줄이기 위해 올해 안으로 매물을 내놓아야 하는 것이다.

강남 대치동 S공인중개사 관계자는 “내년이나 내후년쯤 팔 계획을 가지고 있던 투자자들은 당장 내년에 입주를 못할 경우 올해 팔아야 해 고민이 많다”라면서 “이곳은 조정지역이다보니 다주택자들이 2년 이상 거주해야 하는데 매도계획이 있는 투자자들은 거주가 어려워 거주를 한 후 팔기보다는 바로 팔려는 입장인 만큼 올해 파는 게 그나마 세금을 아낄 수 있어서 문의가 종종 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