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질문]

"사과 한번에 문제가 사라지면 저희도 얼마나 좋겠습니까? 아무리 정성껏 사과해도 문제가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저희도 어쩔 수 없이 계속 사과 하는 거죠. 그런데 컨설턴트 분 말씀을 들으니 사과를 여러 번 하지 말라고요? 무슨 의미죠?”

[컨설턴트의 답변]

대부분의 위기관리 실행은 완전한 또는 완전에 가까운 수준의 준비를 거쳐 한번에 실행해 버리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위기관리에서 두 세 번의 유사한 시도들은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비슷한 대응을 두 번, 세 번, 네 번 반복하는 기업의 시도를 보면, 첫 번째 이후 실행하는 대응은 그 수위나 범위가 배가 되어도 제대로 된 실효를 거두기가 힘들어 보입니다.

예를 들어 홍보 임원이 사과 인터뷰를 해도 문제가 식지 않는 경우, 그 다음은 부사장급이 나가 사과를 합니다. 그것도 제대로 효과가 없으면, 그 다음에는 대표이사의 사과 자리를 만듭니다. 이런 식으로 두 세 번째 실행은 모든 것이 이전과 달라야 하고 수위는 올라만 갑니다.

배상에 관한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첫 번째 배상을 실손 기준으로 하겠다 해도 문제가 식지 않으면, 그 다음에는 어떻게 될까요? 점차 손해 배상 수준과 범위를 확대시켜야 문제가 정리됩니다. 차라리 처음부터 상대와의 공감에 기반해 눈 높이에 맞는 배상 수준과 범위를 단번에 정리했더라면 불필요하게 추가된 문제는 없었을 것입니다.

얼마전에도 한 기업에서 위기가 발생하니 대표이사급이 반복으로 사과하는 경우를 보게 되었습니다. 놀라운 것은 사과의 빈도이기도 하지만, 사과 내용도 계속 반복 또는 변화를 거듭합니다. 심지어 비슷한 사과를 하는 커뮤니케이션 채널도 다양해지기 까지 합니다. 이런 독특한 실행을 하는 이유가 뭘까요?

일단 보기에는 위기관리를 곧 사과라고 생각하는 오해가 있는 듯합니다. 사과가 곧 위기관리라는 등식은 아마 다른 나라 보다 우리나라에서 강한 개념 같습니다. 사실 위기관리는 문제 핵심을 이해한 기반 위에서 해당 문제의 해결이 우선입니다. 사과는 문제 해결 의지를 커뮤니케이션 하기 위한 공감의 단계일 뿐입니다.

문제의 회복 없이 사과를 반복한다 해서 문제는 풀리지 않습니다. 아무리 가슴 울리는 사과를 했다고 해도, 결과적으로는 ‘그래서 문제 해결은 어떻게 할 건가요?’하는 질문에 당면하게 됩니다. 사과를 반복하고, 그 내용을 다양하게 변화시키려는 노력 이전에 우선 문제 해결에 대한 성실하고 구체적인 노력을 가시화하는 것이 더 나은 전략일 것입니다. 그 또한 원점 관리입니다.

“사과를 한 번 더 하시는 것이 어떨까요?”라는 위기관리 조언은 그리 도움이 되는 조언이 아닙니다. 한 번 사과해서 상황이 진정되지 않았다면, 다른 문제가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첫 번째 사과는 절대로 오점이 없는 수준이어야 합니다. 비정상적 사과가 또 다른 문제를 일으켰다면, 그 위기관리는 일단 실패 가능성이 극대화된 것입니다. 다시 사과한다 해서 관리될 수 없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과는 초기에 완벽하게 준비해 한번에 끝낸다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그와 함께 정확하게 문제의 핵심을 이해하고, 실질적인 문제 해결책을 사과에 담아야 한다는 것도 기억하십시오. 만약 그렇게 했음에도 사과 효과가 없다면, 문제 해결책이 핵심 이해관계자 눈 높이에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에 대한 보강과 그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에 먼저 집중하십시오.

위기 시 문제의 중심에 있는 기업 대표의 사과를 여러 번 보는 것도 사실 공중이나 이해관계자들에게는 고역입니다. 그들이 진짜 원하는 것은 문제의 해결입니다. 위기관리 주체의 고개 숙임이나 눈물, 사정, 애원, 공감 유도, 초췌함 이런 것들은 핵심이 아닙니다. 사과는 곧 위기관리라는 가벼운 생각을 버리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