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동규 기자] SK그룹의 공유오피스, 스마트오피스가 주목을 받고 있다. 공유오피스는 쉽게 말해 지정 좌석이 있는 것이 아니라 출근 후 자유롭게 일할 좌석을 정해 일을 하는 것이 기본 컨셉인 사무공간을 뜻한다. SK그룹은 2018년 초부터 이같은 공유 오피스를 계열사별로 도입하고 있는데 올해 말까지는 주요 계열사에 공유오피스 도입이 완료된다.

SK그룹이 전사적으로 추진하는 공유오피스는 최태원 SK회장이 강조한 딥체인지를 위해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가져오기 위함이다.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업무가 진행되는 공간인 사무실에서부터 변화가 시작돼야 한다는 철학이 공유 오피스 확산의 전제조건이다.

▲ SK서린사옥. 이코노믹리뷰 김동규 기자

SK하이닉스·SK이노베이션 공유 오피스 본격 시동

SK하이닉스는 SK계열사 중 공유오피스를 비교적 빨리 도입해 정착한 회사로 평가받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17년 12월부터 공유좌석제를 시범 운영해 오고 2018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운영을 확대했다. 현재 SK하이닉스에서 공유좌석제가 시행되는 부서는 이천 본사의 경영지원 부문의 일부 부서와 미래기술연구원, CIS비즈, D램 개발사업, 품질보증 등의 일부 부서다. SK하이닉스는 업무 특성에 맞춰 공유오피스를 지속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SK하이닉스의 공유좌석제는 1인용 부스 형태의 몰입존, 폰부스, 소통존 등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1on1룸은 단 2명의 인원만을 수용하기 때문에 보다 더 솔직한 이야기가 오갈 수 있는 소통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모션존에서는 근골격계 건강을 위해 높이 조절이 가능한 데스크도 배치돼 있어 바른 자세로 일을 하려는 직원에게 도움을 준다.

▲ SK하이닉스 공유오피스 모습. 출처=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도 현재 1차 공유오피스 구축을 4월 1일 완료해 시행 중이다. SK이노베이션, SK에너지,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소속 직원들은은 서린사옥의 14층~19층에 소속 회사, 조직간 구분 없이 자율적으로 자리를 선택해 근무를 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공유오피스는 크게 임직원들이 근무하는 공간인 워킹존(Working Zone)과 임직원들의 복지·건강관리를 위한 공용 공간인 퍼블릭존(Public Zone)으로 구성돼 있다. 워킹존은 개별 근무공간인 포커스존과, 전체 입주사의 공유·협업 공간인 라운지로 나눠져 있다.

포커스존에는 모니터가 설치된 책상과 회의실로 구성돼 있다. SK하이닉스와 마찬가지로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는 모션 데스크와, 외부 자극을 최소화할 수 있는 칸막이 공간도 있다. 라운지에는 다양한 형태의 책상과 의자, 쇼파 등이 있어 자유롭게 업무와 미팅을 할 수 있고, 간단한 요기를 할 수 있는 씨리얼과, 토스트기, 커피머신 등도 구비돼 있다. 업무의 효율성을 위해 임원들은 고정된 집무실에서 근무한다. 대신 기존 임원의 집무실을 기존 대비 3분의1로 축소하고 통일화해 공간의 유연성을 높였다. 퍼블릭존은 20층의 개방형 도서관, 21층의 미디어룸, 다이닝룸, 22층의 피트니스 센터 등으로 구성돼 있다.

▲ SK이노베이션 서린사옥 공유오피스에서 열린 사내 소통행사. 출처=SK이노베이션

SKC도 올해 3월부터 스마트오피스를 시작했다. 종로에 위치한 본사 5개층을 스마트오피스로 만들었는데 자리 사이의 칸막이를 없애고, 공동업무공간인 ‘프로젝트 룸’을 기존 17개에서 34개로 2배 늘렸다. 또 각 층에는 카페같은 휴식공간도 조성해 구성원들간의 소통 공간도 확대했다. 그랑서울에 SK루브리컨츠, SK종합화학과 함께 입주한 SK E&S도 2018년 9월부터 공유오피스를 실시하고 있다.

SK텔레콤(SKT)도 공유오피스를 시행 중이다. SKT는 기존 공유오피스개념에서 한단계 더 발전한 ‘5G 스마트오피스’도 시범 운영 중이다. 5G 스마트오피스는 올해 2월 첫 공개됐는데, 5G 기반으로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보안, AR(증강현실), VR(가상현실) 등 첨단기술이 집약된 사무공간이다. 5G를 통해 홀로그램 입체영상과 같은 대용량 데이터를 원거리에 있는 사람에게 전송하거나 실시간 협업이 가능할 정도까지 오피스 수준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회의실 예약 추천, 냉난방 가동 등 단순한 업무는 AI가 대신 처리해 준다.

SKT 관계자는 “SKT의 스마트오피스는 기존 공유오피스의 최상위 버전의 오피스라고 보면 된다”면서 “SKT는 전사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공유오피스 확산에 동참하면서 한단계 더 높은 버전의 스마트오피스를 통해 SKT구성원뿐만 아니라 B2B고객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사무공간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 SKC 공유오피스 모습. 출처=SKC

구성원들 “업무 효율 높아졌다”...개선도 필요

공유오피스 도입 성과에 대해 SK그룹 구성원들은 대체적으로 만족감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SK그룹은 공유오피스가 제도에서 개선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제도를 보완해나갈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공유오피스 실시 후 회사 직원들을 위한 다양한 행사가 많아지고, 서로 다른 부서나 관계자 사람들과 만날 기회도 많아지면서 소통 측면에서 긍정 피드백을 주는 직원들이 많다”면서 “올해 10월 공유오피스 리모델링 공사가 마무리되면 더 많은 구성원들이 공유오피스의 긍정 효과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K E&S 관계자도 “특정 좌석에 고정돼 일할 때 보다 공유오피스를 시행한 후 타 부서 사람들과 소통도 많아졌다는 부분에서 좋다는 반응이 많이 나온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현재 공유좌석제에서 직원들의 불편사항을 개선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면서 “자리가 바뀔 때마다 매번 노트북을 설치하는 것을 개선하기 위해 일종의 가상 데스크톱 설치를 통해 불편을 해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유오피스는 IT업종과 같은 온라인 기반 업종에서 확산이 더 빠르고 잘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경직된 한국 사무실 문화 개선에는 분명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공유오피스가 효율적이지 않은 부서도 있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수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도 “공유오피스는 현재 미국의 스타트업을 포함한 IT업체들에서는 많이 하는 방식이지만 IBM도 이 방식을 도입했다가 수정을 했던 만큼 업종별, 부서별로 상황에 맞게 공유오피스를 도입해야 한다”면서 “한국의 문화적 특성과는 맞는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